김효주에게 궁금한 5가지, 그의 반박[스페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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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주에게 궁금한 5가지, 그의 반박[스페셜 인터뷰]
  • 주미희 기자
  • 승인 2021.09.15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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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올림픽 직후 김효주와 인터뷰 약속을 잡았건만 생각지도 못하게 그가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요즘 김효주는 배달 음식을 시켜 먹으며 강아지와 모처럼 휴식(?)을 즐기는 중이다. 면허 딴 지는 3년, 늦은 밤 차 없는 고속도로를 달리며 노래 듣는 걸 즐긴다고 한다. 보기만 해도 피식피식 웃음이 나는 김효주와 나눈 인터뷰를 공개한다.

● 나 독기 있거든!

늘 생글생글 웃는 얼굴에 장난기 넘치는 표정. 경기 중에 실수해도 화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아쉬워하는 얼굴에는 웃음기가 따라붙는다. 그런 김효주는 실력은 좋지만 독기, 욕심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김효주는 “솔직히 욕심 없는 선수는 없죠. 특히 여자 골프는 경쟁이 워낙 치열하기도 하고요”라고 반박한다.

“그렇다면 독기는 있나요?”라고 묻자 “눈이 이렇게 생겨서 독기가 없어 보이는 거예요”라며 억울해했다. 소같이 유독 크고 착한 눈망울을 가진 김효주. 그는 “제 태몽이 황소였어요. 눈이 이렇게 생겼는데 어떻게 독기가 있어 보여요? 우리 가족 네 명이 다 똑같이 생겼거든요. 집안에 독기 있어 보이는 사람이 없어요. 가족들 눈이 참 착해요”라며 속사포같이 말을 쏟아냈다. 김효주의 하소연에 웃음이 터졌다. 하소연할 때도 말투에 장난기가 넘쳤다.

김효주와 절친한 김세영은 도쿄 올림픽에서도 김효주가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했다고 귀띔했다. 김효주는 “재미있는 게 좋아요. 다 같이 재미있게 웃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라면 웃겨드릴 수 있어요. 낯을 많이 가리는데 친한 사람들 앞에서는 시끄러워서, 친한 분들은 제가 낯가린다는 걸 믿지 않아요. 성격도 완전 긍정적이거든요. 어느 상황에서도 잘 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곤 하죠. 공은 이미 죽었지만 가면 살아 있을 거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해요(웃음). 거기에 또 단순해요. 저도 한 번쯤 생각이라는 걸 해보고 싶은데 잘 안돼요. 골프 할 때도 생각이 많아봤자 결과가 안 좋은 경우가 많아서 단순한 데다가 긍정적인 성격이 많은 도움이 돼요”라고 웃어넘겼다.

● 굴곡 없는 인생이라니

김효주는 국가 대표 에이스를 거쳐 ‘프로 잡는 아마추어’로 승승장구했다. 2012년 아마추어로 참가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롯데마트여자오픈에서 2위 문현희를 9타 차로 제압했다. 같은 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산토리레이디스오픈에서는 7타 차로 뒤져 있던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만 11개를 잡아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2012년 10월 프로로 전향, 2013년 KLPGA투어에 데뷔해 신인상을 거머쥐었고, 2014년에는 KLPGA투어 5승과 US LPGA투어 메이저 대회 에비앙 챔피언십까지 제패하는 등 전성기를 누렸다. 2015년 미국 무대에 정식 데뷔했고 현재 4승을 기록 중이다.

그런 김효주도 “굴곡 없는 인생은 없죠”라고 말한다. 그는 “제가 꼽은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는 2016~2018년이에요. 그때 처음 공이 비뚤게 가더라고요. 한두 번 그러다 보니 경기에 임하면서 불안했어요. 성공한 샷보다 실패한 샷이 더 많아지니까 자신감이 떨어졌고요. 아마추어 때도 비뚤게 간 적은 있었는데 금방 잡혔거든요. 미국에서는 그렇지 않더라고요. 많이 당황했어요. 공을 치면 나무에 맞던 시절이었죠. 그때는 골프장을 벗어나고 싶었어요. 프로암에서 아마추어들이 더 잘 치면 죄송하잖아요”라고 돌아봤다.

당시는 그가 처음 겪은 슬럼프였다. 급기야 2018년 김효주의 그린 적중률은 134위(63.85%)에 그쳤다. 김효주는 “‘금방 좋아지겠지’라는 마음으로 계속 연습했지만 좋아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 거예요. 스윙을 바꾸고 성공한 샷을 한두 개씩 보고 자신감이 쌓여 자연스럽게 좋아졌어요. 그전에는 좌우로 몸의 움직임이 있어서 샷도 흔들렸던 것 같아요. 몸을 고정하려고 노력했고 그 부분을 수정한 게 가장 크게 적중했어요. LPGA투어에서 함께 활동하는 (지)은희 언니가 많이 봐주고 도움을 줬어요”라고 설명했다.

● 가장 자신 있는 건

김효주는 “저는 아이언보다 퍼터가 더 자신 있어요”라고 바로 이야기했다. 그러고 보니 김효주는 2019년 LPGA투어 퍼팅 부문 1위에도 올랐다. 김효주는 “한국 투어 뛸 때는 아이언 샷이 정말 좋았고, 지금도 나쁘지 않은데 아이언보다는 퍼터를 더 잘해요”라고 강조했다. 드라이버, 아이언, 쇼트 게임, 퍼팅 중 가장 자신 있는 것을 한 가지 꼽아달라고 하자 고민도 하지 않고 “퍼터”라고 답했다.

2019년부터 슬럼프에서 벗어난 김효주는 체력 훈련을 통해 비거리를 늘이는 데 집중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지난해 국내 투어에서 활동한 김효주는 늘어난 비거리 덕을 톡톡히 보며 2승을 거뒀고, 올해는 LPGA투어 HSBC위민스월드챔피언십에서 5년 4개월 만에 우승해 통산 4승을 거뒀다.

김효주는 “비거리를 늘여 플레이가 수월해졌고 자신감도 생겼어요. 기술적, 정신적으로 모두 굉장히 도움이 돼요. 시즌 중에 운동을 안 하면 거리가 줄기 때문에 쉬는 주에 운동하고, 대회가 있는 주에도 월요일 정도에는 가볍게 운동을 해주고 있어요. 원래는 운동할 생각을 못했죠. 주변에서 스윙에 변화가 생길 것 같다는 걱정도 했고요. 그런데 거리 때문에 운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절실하게 했어요. 운동은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많아요. 단점이 하나 있더라도 장점으로 커버할 수 있어서 괜찮아요. 주니어들에게도 체력 훈련, 웨이트 트레이닝을 병행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라고 속내를 밝혔다.

● 내가 천재라고?

질문에 쑥스러워하며 “예?”라고 몇 번을 되묻던 김효주는 “천재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천재였다면 승수가 지금보다는 많아야겠죠?”라면서도 “레슨을 받으면 흡수가 빠르다는 건 느껴요”라고 겸손하게 답했다. 그러면서 “천재는 마치 배구의 김연경 언니 같은 스타일이겠죠? 그 종목에서 딱 한 사람 나오는 독보적인 존재가 천재라고 생각해요. 골프에서는 타이거 우즈죠”라고 말했다.

그는 “저는 박세리 프로님을 존경하고 (박)인비 언니도 대단하다고 느껴요. 인비 언니 퍼터 헤드에 공이 맞는 순간 들어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건 모든 선수가 느껴요”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박인비와의 도쿄 올림픽 일화를 꺼냈다. 김효주는 “인비 언니랑 저랑 연습 스타일이 비슷하더라고요. 효율적으로 짧고 굵게 하는 편이에요. 연습 끝내고는 숙소에 들어가서 여자 배구 한일전을 같이 봤어요. 가슴 떨려서 못 보겠더라고요”라고 소개했다. 돌부처 스타일인 박인비는 경기를 볼 때도 별로 동요하지 않을 것 같다고 하자 “같이 보면 장난 아니에요. 언니도 응원 열심히 했어요”라고 귀띔한다.

문득 궁금했다. 김효주가 닮고 싶은 선수의 능력은 어떤 것일까. 김효주는 필 미컬슨의 쇼트 게임을 꼽았다. 그는 “진짜 미컬슨의 쇼트 게임 능력을 갖고 한 번만 경기해봤으면 좋겠어요. 정교한 데다가 쇼트 게임 능력이 매우 다양하고 그 기술을 다 쓸 줄 아는 선수니까요. 그야말로 쇼트 게임의 신이잖아요. 2019년 에비앙챔피언십에서 트리플보기를 범했던 벙커에서 미컬슨의 쇼트 게임 능력을 써보고 싶어요. 당시 언니들이 ‘조금만 더 세게 치지 그랬어’라고 했는데, 제 힘의 120%로 친 거였거든요. 근데 힘이 없을 때라서…. 그때 운동을 해야겠다고 한 번 더 느꼈죠”라고 토로했다.

● 데드라인 언제죠?

지난 6월 KPMG위민스PGA챔피언십 결과를 끝으로 도쿄 올림픽 국가 대표로 막차를 탄 김효주는 “데드라인도 언제인지 몰랐어요. 올림픽에 대한 생각을 안 하려고 했어요.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계속 올림픽을 생각하면 혼자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겠어요”라고 돌아봤다.

그는 “올림픽 경기장에 갈 때는 골프를 마치 처음 시작한 것처럼 설레는 마음이었어요. 올림픽은 3위에 드는 것 말고는 4위나 60위나 똑같으니까 메달을 따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죠. 다만 결과가 너무 아쉽더라고요. 한국 여자 골프가 강하다 보니까 많은 응원을 받았고 기대가 컸는데, 나라를 대표해 나간 자리에서 메달을 못 따 죄송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다른 종목 선수들도 메달을 못 따면 죄송하다고 말하잖아요. 그 마음을 이해했어요. 박세리 감독님과 인비 언니는 ‘물론 메달을 땄으면 좋았겠지만 우리가 대충 한 것도 아니고 최선을 다했으니 죄송할 필요는 없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언니들 말씀은 항상 옳으니까 또 수긍이 되더라고요”라며 웃어 보였다.

고진영, 박인비, 김세영, 김효주 등 우리 선수들은 유독 퍼팅에서 고전하며 올림픽 노메달에 그쳤다. 가장 좋은 성적은 고진영, 김세영의 공동 9위였다. 공동 15위를 기록한 김효주는 “저희도 왜 그렇게 퍼팅이 안 됐는지 궁금했어요. 알았으면 뭘 바꿔서라도 했겠는데, 화가 날 정도로 안 들어가더라고요”라며 아쉬워했다.

김효주는 선수들과 나눈 이야기도 공개했다. 그는 “일본 도착해서 코로나19 결과를 기다리면서 양궁을 봤거든요. 본 지 얼마 안 됐는데 벌써 끝난 거예요. ‘텐·텐·텐’ 쏘고 몇 세트 하니까 끝나더라고요. 저희는 4일 동안 하루에 4~5시간씩 경기하니 기회가 많이 주어지는 셈이잖아요. 다른 종목 선수들은 워낙 빨리 끝나 허무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어요”라고 말했다. 김효주와 양궁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양궁 3관왕에 오른 안산과 김효주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효주는 “안 그래도 이번에 그 이야기 들었어요”라며 “올림픽에 출전하는 언니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댓글로 안산 선수 아니냐는 거예요. 골프 선수들과 같이 찍은 건데 말이죠”라며 웃었다. 안산이 누구인지 찾아봤다는 김효주의 마지막 말에 배를 잡았다. “안산 선수도 눈이 착해 보이더라고요.” 

[사진=QED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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