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도 골프 지겨웠던 적 없었다”는 51세 최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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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도 골프 지겨웠던 적 없었다”는 51세 최경주
  • 주미희 기자
  • 승인 2021.09.2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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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 골프의 선구자' 최경주(51)가 또 한 번 한국 남자 골프 최초의 기록을 썼다. 그는 지난 27일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투어 퓨어 인슈어런스 챔피언십 정상에 오르며 한국인 최초 챔피언스투어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6월 자신이 개발에 참여한 국산 샤프트 'K Shaft TANK' 관련 일정을 마치고 미국 출국에 앞서 만난 최경주는 "개척자, 선구자 이런 표현은 쑥스럽다. 그냥 미국에 먼저 간 사람 정도가 아닐까?"라며 껄껄 웃었다.

매우 겸손한 표현이다. 최경주는 퀄리파잉스쿨을 거쳐 2000년 한국인 최초로 PGA 투어에 진출했고 2002년 컴팩 클래식에서 한국인 첫 PGA 투어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을 넘어 PGA 투어 내 아시아인 최다승(8승)도 기록 중인 그는 챔피언스투어에서도 한국인 최초의 우승을 만들었다.

최경주는 "선구자 역할을 한 건 맞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시기에 미국 진출을 이뤄냈고 21년을 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21년 동안 PGA 투어 시드를 한 번도 잃지 않았다는 것도 어렵고 고된 일이었다"고 말했다.

21년 동안 PGA 투어 시드를 유지한 것과 함께 PGA 투어 통산 상금 50위(34위) 안에 이름을 올리는 건 최경주가 가장 뜻깊게 생각하는 기록이기도 하다.

완도중학교에서 역도 선수로 활동하다가 완도 수산고등학교 1학년 때인 1987년 골프채를 잡은 최경주는 1993년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프로 테스트를 한 번에 통과한 뒤 1994년에 프로로 입문했다. 올해로 프로 입문 34년 차.

그런데도 최경주는 "단 한 번도 골프가 지겹다거나 그만두고 싶었던 적이 없다. 골프가 지겨우면 선수 생활 못 한다. 골프가 나의 천직인 것 같다. 하루하루 다른 것이 재밌다"며 미소지었다.

그러면서 "골프 꿈나무들에게 절대 포기하지 않는 모습, 하면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만 50세 이상만 출전할 수 있는 챔피언스 투어의 본격적인 활동을 위해 지난 6월 미국으로 출국한 최경주는 떠나기 전 "이루고 싶은 건 챔피언스 투어 우승이다. 환갑까지 1년에 1승씩 하고 싶다. 그럼 딱 10승을 채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챔피언스 투어도 워낙 쟁쟁한 선배들이 많아 쉽지 않다. 그래도 가능성을 놓고 열심히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챔피언스 투어에는 PGA 투어 스타 선수였던 베른하르트 랑거(독일), 어니 엘스(남아공), 스티브 스트리커(미국), 짐 퓨릭(미국), 프레드 커플스(미국), 비제이 싱(피지) 등이 활동하고 있다. 최경주는 퓨어 인슈어런스 챔피언십에서 공동 2위 랑거를 2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오르며 출국 전 다짐했던 목표를 지켰다.

2018년 8월 갑상샘 종양 제거 수술을 받고 체중이 10kg 이상 빠지는 등 몸 상태에 이상이 오기도 했고 나이가 들수록 체력적인 어려움이 따랐지만 그만큼 최경주는 노력을 더 했다.

최경주는 "3, 40대에 했던 프로그램보다는 조금 더 체력 훈련을 열심히 한다. 예전에는 기본 체력이 있었다면 지금은 기본 체력을 증가해야 하는 단계"라며 "예전에는 10분 탔던 자전거를 지금은 20분 타고, 예전에는 20파운드 들었던 웨이트 트레이닝 무게를 지금은 30파운드 든다. 예전보다 점차 강도를 늘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체력 훈련 강도를 늘리니 몸도 인지하고 체력도 좋아지고 성적도 나오고 1석 3조다. 체력이 좋아지니까 연습량도 많아진다. 그럼 대회에서 대처하는 능력이 훨씬 더 좋아진다. 조만간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챔피언스 투어 우승을 기대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런 최경주가 아직도 어려워하는 건 퍼팅과 칩 샷이다. 현재까지도 꾸준히 연습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하루에 퍼트 연습만 8시간을 한 적이 있을 정도로 퍼트에 약하다. 선천적으로 선, 구도, 균형에 약하다"고 말했다. 반면 "딸은 미술 공부를 해서 그런지 퍼팅을 잘한다"며 웃었다.

최경주는 러프도 싫어한다고 밝혔다. 그는 "전체적인 경기력 중 아직도 쇼트게임에 약하고 러프에서도 헷갈린다. 그래서 어프로치를 잘하는 후배들과 라운드를 하려고 한다. 보고 배우기 위해. 그래야 경쟁이 될 것 아닌가. 나는 옛날 방식이라면 요즘 젊은 친구들은 시대의 흐름에 맞는 플레이를 하기 때문에 이 시대의 아이디어가 궁금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한참 어린 후배들에게 물어보고 배우려고 하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인데…."라고 말하자, 그는 "옛말에 여든 먹은 노인이 세 살 아이에게 배운다고 하지 않나"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 최경주는 벙커의 신답게 벙커 샷을 가장 자신 있는 샷으로 꼽았다. 완도 출신인 그는 명사십리 해변에서 수없이 벙커 샷 연습을 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는 "벙커에서 탈출해 핀에 갖다 붙이는 걸로는 내가 PGA 투어에서 가장 좋은 기록을 갖고 있다"라면서 "퍼트가 안 들어가서 세이브율이 낮은 것뿐"이라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최경주는 챔피언스투어 우승 후 바로 귀국길에 올라 28일 오전 입국했다. 오는 30일부터 열리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주최자이자 선수로서의 출전을 위해서다.

그는 "한국에는 항상 들뜬 마음으로 오는데 이번에 우승까지 해서 더욱더 값진 귀국길이 됐다"며 "일단 한국 후배들의 기량도 매우 좋아져서 경쟁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컷 통과를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스포티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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