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주미희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총상금 15억원) 정상에 오른 송가은(21)이 첫 우승 상금으로 아버지의 차를 사드리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송가은은 3일 경기 포천시의 아도니스 컨트리클럽(파71)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연장 3차전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최종 합계 15언더파 269타).
KLPGA 투어 역대 최다 상금인 총상금 15억원이 걸린 이번 대회는 우승 상금도 무려 2억7000만원이나 된다. 송가은은 이번 대회 상금을 포함해 시즌 상금 4억7590만원을 모아 상금 랭킹 29위에서 단숨에 8위로 뛰어올랐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하나은행 박성호 은행장이 송가은에게 우승 상금 2억7000만원을 1초 만에 계좌이체로 송금하는 퍼포먼스도 펼쳐졌다.
첫 우승 상금으로 2억7000만원의 거액을 받는 송가은은 우승 상금을 어디에 쓰고 싶냐는 질문에 조금 고민하더니 "나에게 쓰기보다는 아빠 차를 바꿔드리고 싶다"며 미소지었다.
송가은은 지난해 KLPGA 투어 8개 대회를 뛰었고 드림투어(2부) 상금 랭킹 12위를 기록해 올해 KLPGA 투어에 정식 데뷔한 중고 신인이다.
올 시즌 23개 대회 만에 첫 우승을 일궜고, 특히나 연장전에서 세계 랭킹 7위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톱 랭커 이민지(25·호주)를 제압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송가은은 "시작하기 전부터 너무 긴장되고 떨렸는데 이렇게 우승으로 끝내서 해냈다는 생각이 든다. 루키 시즌에 첫 우승을 이뤄 정말 기쁘다"며 "후회 없는 플레이를 하려고 노력했고 한 타 한 타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첫 우승임에도 불구하고 우승 세리머니도 없었고 비교적 덤덤하게 인터뷰를 한 송가은은 "원래 기분이 잘 드러나는 편은 아니다. 속으로는 정말 기뻐하고 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우승 세리머니로 가볍게 주먹을 쥐고 싶었는데 너무 경황이 없었다. 세리머니를 못 해 조금 아쉽다"고 덧붙였다.
한때 선두였던 이민지에 3타 차까지 뒤져 있었지만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세 번째 샷을 핀 1.8m 거리에 붙여 버디를 잡고 승부를 연장전까지 끌고 간 송가은은 연장 세 번째 홀에서 세 번째 샷을 다시 한번 핀 1m 거리에 갖다 놓아 버디를 잡고 우승을 확정했다.
송가은은 "정규 라운드 마지막 18번홀에서 버디를 했기 때문에 연장전에 갈 수 있었다. 스코어는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가 서드 샷 직전에 (이)민지 언니가 선두인 걸 알았고 내가 버디를 해야 연장전에 간다고 생각했다. 공격적으로 쳐서 버디를 만들어야 후회가 남지 않겠다 싶었다. 보기를 한 10번홀(파4)에서 퍼트 라이에 대한 확신이 없어 자신 있게 퍼팅하지 못해 후회가 많이 남았다. 그래서 만회하려고 더 열심히 경기했다"고 돌아봤다.
정규 라운드 18번홀과 연장 세 홀 모두 핀을 직접 보고 쏘는 공격적인 플레이를 한 덕에 우승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첫 우승으로 신인상 랭킹 1위를 탈환한 송가은은 "올해 목표는 신인상이다. 신인상에 한 걸음 더 다가가서 기분이 좋다. 남은 대회도 잘 마무리해서 신인상을 꼭 타고 싶다. 또 아직 배우고 이뤄야 할 것이 많기 때문에 더 열심히 노력해 성장해 나가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루키이지만 챔피언 조에서, 또 세계적인 선수를 상대로 패기 있는 인상 깊은 플레이를 펼친 송가은은 "지난해 대유위니아 MBN 여자오픈에서 챔피언 조 플레이를 했다가 무너진 경험이 있다. 이번에는 어떻게 챔피언 조에서 경기해야 하는지 알게 된 것 같다. 앞으로 또 챔피언 조에 들어간다면 편하게, 의연하게 경기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우승을 통해 한층 성장했음을 전했다.
[사진=KLPG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