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는 대회에 복귀하더라도 출전 횟수를 제한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어떤 대회가 그의 선택을 받을까.
◇ 타이거 우즈가 여생에 한 번만 더 출전할 수 있다면, 이 대회를 선택할 것
▲ 마스터스
우즈가 걸어온 궤적에서 마스터스보다 더 큰 역할을 한 대회는 없다. 우즈는 마스터스에서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무려 12타 차로 대회를 평정하고 피부색의 장벽까지 허물었다. 현대 골프에서 최장 기간 독주를 펼친 그가 2001년에 ‘타이거 슬램’을 완성한 곳도, 메이저 대회 15승을 올린 곳도 여기였다. 사실상 모두가 그를 배제하던 상황에서 골프의 에베레스트산을 오르는 것에 맞먹은 그 우승은 드라마라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였다. 우리는 골프계에서 가장 유명한 이 대회에 깊은 존경심을 갖고 있으며, 그가 여생에 한 대회에만 출전할 수 있다면 그건 바로 마스터스다.
▲ 디오픈챔피언십
우즈는 단순히 골프계에서 가장 유서 깊은 이 대회를 소중히 여기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 대회는 그의 현재 실력(앞으로 그가 발휘하게 될 거라고 우리가 생각하는 실력)에 가장 적합하다. 링크스 코스에서는 힘보다 꾀, 파워 플레이보다 정교함이 더 우선시된다. 비거리(그걸 발휘할 수 있다면)의 차이를 지워주는 바짝 마른 코스라면 우즈도 전략을 잘 세워서 자신의 강점인 아이언 플레이에 의존할 수 있다. 우즈는 히어로월드챌린지를 앞둔 화요일에 세인트앤드루스에서 열리는 제150회 디오픈에 참가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아직은 과욕처럼 느껴지지만, 그가 이 대회에 최소한 한 번 더 출전하리라는 것은 장담해도 좋을 듯하다.
▲ 제네시스인비테이셔널
이건 우즈의 대회다. 그가 주최자이며 그의 재단을 후원하고, 그의 고향인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열린다. 비록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던 리비에라지만(그가 이보다 많이 출전하고도 우승을 거두지 못한 곳은 없다), 그가 처음으로 출전한 PGA투어 대회의 개최지였다. 우즈는 자신의 재단에 보탬이 된다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이 대회에 그가 선수로 출전할 경우 재단 입장에서는 큰 힘이 될 게 틀림없다.
▲ 히어로월드챌린지
재단과 관련된 의미는 위와 동일하다. 그런 데다가 이 대회는 바하마에서 열리고 출전 선수를 제한하며, 평평하고 널찍한 너그러운 코스에서 열리기 때문에 홀가분한 마음으로 참가할 수 있다.
▲ PGA챔피언십
우즈는 지금까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측이 셋업한 코스에서 상당히 좋은 플레이를 펼쳤다(이 말은 사실상 모든 토너먼트에 해당될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아쉬운 시즌이라도 느닷없이 한 대회에서만 최정상의 기량을 발휘하며 메이저 챔피언십을 석권할 수 있다는 걸 필 미컬슨이 키아와에서 입증한 바 있다. 우즈는 늘 메이저 대회를 중심으로 스케줄을 조정했고, 이제 이 대회가 5월에(폭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시기) 열리기 때문에 마스터스 이후 한 달 내내 준비에 몰두할 수 있다.
▲ 메모리얼토너먼트
PGA투어에서 자신의 토너먼트를 가진 선수는 단 네 명, 우즈와 바이런 넬슨, 아널드 파머, 잭 니클라우스뿐이다. 우즈는 자신이 그중 한 명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고 있고 메이저 대회에서 자신보다 더 많은 우승을 기록한 유일한 선수에게 동질감을 느낀다. 이 대회에서 그동안 다섯 번이나 우승했다는 사실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메모리얼은 2020년에 코로나로 인해 투어가 중단되었다가 재개되었을 때 우즈가 복귀한 첫 대회였다. 그는 니클라우스를 위해서라도 이 대회에 참가하고 싶을 것이다.
▲ 플레이어스챔피언십
플레이어스는 트위터에서 골퍼들에게 번번이 공개적으로 모욕을 당하는 처지가 되었지만, 우즈는 이 대회를 높이 평가한다. 심지어 ‘우리 챔피언십’이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게다가 소그래스TPC도 무자비한 힘보다 정교한 아이언 플레이에 더 많은 보상을 안겨주는 코스다. 우즈는 히어로월드챌린지에서 PGA투어에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했는데(그가 그레그 노먼이 추진하는 투어에 참가할 의사가 없다는 건 확실하다), 플레이어스는 투어의 얼굴 같은 대회다. 우즈는 거의 혼자 힘으로 투어의 상금 규모를 지금의 수준으로 키웠고, 투어는 그가 골프에 불러온 관심에 더없이 감사하는 입장이다. 이 둘 사이에는 사랑이 넘친다.
◇ 가능성이 희박한 대회
▲ US오픈
물론 메이저 대회이긴 하다. 하지만 우즈처럼 부상 전력이 화려한 40대 후반의 남자에게는 플레이 스타일 면에서 이보다 더 안 맞는 짝을 찾기도 어렵다. 코스도 길다. 러프도 마찬가지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혹독한 테스트 무대가 될 것이다. US오픈의 트로피를 세 개나 가졌지만, 우즈는 최근 네 번의 대회에서 세 번 컷 탈락했다. 그가 건너뛰는 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메이저 대회가 있다면 바로 US오픈이다.
▲ 아널드파머인비테이셔널
우즈는 이 대회에서 8승을 기록했고 메모리얼처럼 이 대회에도 감상적인 이유가 작용한다. 유일한 차이점이라면, 이 대회는 플레이어스 직전에 열린다는 것이다. 이제 우즈가 2주 연속 대회에 참가하는 건 볼 수 없을 것이다.
▲ 파머스인슈런스오픈
우즈는 이 대회에서도 8승을 기록했다. 토리파인스는 그의 선수 생활을 대표하는 시그너처 플레이가 나온 곳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회가 1월에 열리기 때문에 아무리 라호이아라도 15℃를 넘기 힘들다. 우즈는 언젠가 자신의 컨디션에 따뜻한 온도와 충분한 습도가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코스는 한없이 길고 부드럽다. 환상적인 궁합은 아니지만, 우즈는 B게임으로도 우승할 수 있다고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주최 측에서 기적을 기대해야 하는 대회 그 밖의 모든 대회 로또 당첨을 바라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우즈가 위에서 언급한 대회, 그러니까 ‘가능성이 희박한 대회’까지 전부 출전한다면 총 10개 대회다. 우즈가 앞으로 그보다 많은 대회에 출전하리라고는 예측하기 힘들다. 우즈도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그게 내가 처한 현실이다. 그리고 나는 그걸 받아들였다.”
글_댄 래퍼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