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퀄리파잉 시리즈를 수석으로 통과한 안나린(26)이 1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으로 출국한다.
지난달 열린 LPGA 투어 퀄리파잉 시리즈에서 역전 1위를 만들며 수석 합격을 거머쥔 안나린은 최근 골프다이제스트와 전화 인터뷰에서 "내가 그리던 모습의 환경에서 골프를 할 수 있게 돼서 너무 기분이 좋고 올 시즌이 굉장히 기대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총 2주 동안 8라운드로 치러진 퀄리파잉 시리즈에서 8라운드 내내 선두권을 유지하다가 마지막 날 6언더파를 몰아치며 역전 1위를 기록한 안나린은 "특별히 뭔가를 준비한 것도 아니고 한국에서 하던 것과 똑같이 하면서 내 플레이에 조금 더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미스를 해도 세이브할 수 있는 쪽으로 미스를 했고 다음 샷이 좋은 샷으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스코어가 잘 나왔다. 또한 2주 동안 퍼트가 정말 잘됐다. 특히 전주에 한국에서 우승하고(이벤트 대회 LF 헤지스 포인트 왕중왕전) Q 시리즈에 출전해 경기 감각이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경기가 잘 풀렸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 시드전처럼 분위기가 크게 무겁지 않았던 것이 그에게도 좋은 영향을 줬다. 그는 "한국 시드전은 살벌하기까지 한 느낌이 있다면 미국은 좀 더 자유롭고 여유로운 느낌이었다. 그런 면이 좋았고 나와도 잘 맞았다"고 밝혔다.
안나린은 11일 미국 팜스프링으로 출국해 동계 훈련을 진행한 뒤 오는 28일 개막하는 게인브리지 LPGA로 루키 시즌을 시작한다.
그는 "사실 최근까지 스케줄이 많았고 연습, 운동하면서 정말 바쁘게 지내서 LPGA 투어 풀 시즌을 맞아 뭘 준비해야 할지 크게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래도 먹을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어머니가 같이 가셔서 음식도 해주실 예정이어서 힘이 많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LPGA 투어 루키 군단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간판 최혜진(23)을 비롯해 폴린 루생 부샤르(프랑스), 아타야 티띠꾼(태국), 후루에 아야카(일본), 시부노 히나코(일본) 등이 몰렸다. 김세영, 김효주, 장하나, 이민지, 에리야 쭈타누깐 등이 경쟁했던 2015년과 같은 치열한 신인상 경쟁이 예고된 상황이다.
안나린은 "퀄리파잉 시리즈 1위를 하면서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한국에서 다른 쟁쟁한 선수들과도 경쟁했다시피 내 플레이를 잘하면 좋은 결과가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국에서는 신인상을 받은 적이 없어 LPGA 투어 신인상이 조금 더 욕심이 나는 것은 사실이다.
"'웃픈' 상황인데…"라며 말을 꺼낸 안나린은 2부 투어인 드림투어에서 활동하던 2015년 KLPGA 투어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 월요 예선을 통해 출전권을 획득해 대회에 출전했고, 당시 정규투어 대회는 그 한 개 대회에 나갔을 뿐인데 그 해가 루키 해가 됐다고 전했다.
지금이야 전체 대회 50% 이상을 출전해야 신인 자격이 주어지지만 당시에는 1개 대회에만 출전해도 그 해가 신인이 됐던 것이다. 그런데 안나린은 1개 대회 출전에 그쳤기 때문에 신인상 포인트 집계가 되지 않았고 기회도 없이 루키 해가 허무하게 지나갔다.
안나린은 "미국에서 신인상을 받고 싶다는 마음이 더 생기는 게 사실이다.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가 따라온다면 굉장히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골프를 시작하기 전 진로를 고민하던 중학생 소녀 안나린은 여러 나라의 문화를 경험하고 싶었고 이와 관련된 직업을 갖고 싶었다. 그때 부모님이 "'골퍼'라는 직업이 있다"고 말했고 골프를 시작했다.
무명 기간도 길었다. 2017년 처음 KLPGA 투어 풀 시드를 획득해 2020년에서야 첫 우승을 거뒀다. 그해 10월 오텍캐리어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기록한 안나린은 다음 달 최다 상금(총상금 15억원)이 걸린 특급 대회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에서도 정상에 올랐고, 올해는 LPGA 투어 퀄리파잉 시리즈 수석을 차지했다.
안나린은 "연습법이나 경기 스타일 등이 특별히 전과 달라진 부분은 없었다. 다른 걸 더 잘하려고 하기보다는 잘하는 부분에서 더 보충해야 할 것을 찾았다. 한 번 좋은 흐름을 만들고 경험해봤고 그래서 흐름을 더 타지 않았나 싶다. 그 흐름을 만드는 게 선수들에게 어려운 부분이긴 한데 내가 운이 좋았던 것 아닐까"라며 웃어 보였다.
그는 "먼 미래의 목표를 잡자고 하면 명예의 전당과 내 이름을 많이 알리는 선수가 되는 것이다. 성실하고 임팩트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올해 임팩트를 보여드리지 않을까 싶다"며 자신 있게 이야기했다.
[사진=메디힐, 세마스포츠마케팅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