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리브와 무게추를 통해 간단한 셀프 피팅이 가능한 드라이버가 대중화되면서 피팅 지식이 없는 골퍼도 클럽 조정을 통해 샷을 보완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이런 기능을 잘 사용하지 않는 골퍼가 많으며 어떤 원리로 클럽이 조정되는지 알지 못해 조정 가능한 클럽의 이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골퍼도 있다.
◆ 모두 같은 슬리브?
조정 가능한 슬리브(호젤)는 헤드와 샤프트가 연결되는 부위를 말하는 것으로, 전용 렌치를 이용해 샤프트와 헤드를 분리하고 샤프트를 회전하거나 슬리브의 조정 장치를 통해 로프트와 라이 등을 조정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조정 가능한 슬리브는 클럽 브랜드마다 호환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한 개의 샤프트를 가지고 하루는 A 드라이버 헤드를 끼워서 쓰다가 다음 날에는 B 드라이버 헤드를 끼워서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최근 여러 헤드에 호환이 가능한 샤프트 슬리브가 출시되고 있지만, 클럽 피팅 용도로 사용되는 것이 대부분이며 일반 소비자에게 대중화된 것은 아니다.
◆ 조정 가능한 슬리브의 원리
많은 골퍼가 슬리브를 통한 로프트 조정 원리를 알고 싶어 한다. 샤프트 슬리브를 자세히 보면 슬리브가 똑바로 장착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끔 슬리브가 정확하게 장착되지 않아 불량품이라고 생각하는 골퍼도 있지만, 조정 기능을 만들어내기 위해 슬리브는 비스듬히 장착된 것이 정상이다. (클럽 제조사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으며 슬리브에 장착된 링을 돌려 조정하는 방식도 있다.)
이렇게 살짝 대각선으로 장착된 샤프트 슬리브를 회전해 클럽 헤드와 결합하게 되면 샤프트와 헤드가 결합된 각도와 방향이 달라지며 로프트, 라이, 페이스 각도가 바뀌는 것이다. 이것은 편심을 이용한 슬리브와 56~60도의 라이를 갖는 클럽의 기하학적 구조에서 기인하므로 클럽 제조사 대부분이 동일한 원리를 가지고 있다.
슬리브를 통해 정확한 조정 효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전제 조건을 따라야 한다. 첫 번째로 타깃 라인과 샤프트 사이(지면과 샤프트 사이)의 각도가 슬리브 조정 전후에도 같아야 한다. 두 번째는 클럽 페이스 각도를 임의로 열거나 닫지 않아야 하고 페이스 방향은 항상 타깃을 향해야 한다. 슬리브를 조정하면 클럽 헤드와 샤프트가 결합한 각도와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 전제 조건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슬리브 조정으로 인한 효과를 완벽하게 활용할 수 없다.
또 슬리브를 조정했다면 어드레스 시 클럽 헤드를 바닥에서 살짝 들어 올린 상태로 그립을 잡아야 슬리브 변경 효과가 정확하게 나타난다. 슬리브를 다른 방향으로 장착하면 헤드와 샤프트의 결합 각도가 달라져 헤드의 솔과 지면의 최저점이 바뀐다. 따라서 편안하게 클럽을 바닥에 내려놓으면 헤드가 자연스럽게(헤드 솔의 디자인에 의해) 열리거나 닫힌다. 결국 슬리브를 통해 의도한 대로 구질을 변경하려면 헤드 페이스가 정면을 바라보도록 신경 써야 하며 샤프트 각도도 잘 유지해야 한다.
◆ 생각보다 많은 것이 달라진다
많은 아마추어 골퍼가 조정 가능 슬리브를 사용해 로프트를 조정한다는 것에만 집중한다. 물론 골퍼의 관점에서 로프트를 조정해 구질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조정 기능일 것이다. 하지만 슬리브를 조정하면 로프트, 라이 및 클럽 페이스 각도가 함께 바뀐다.
라이가 변경되는 것은 제조사마다 표현 방법이 조금 다르다. 어떤 제조사는 직접적으로 라이가 업라이트 또는 플랫하게 변한다고 표시하며 또 다른 제조사는 드로, 페이드로 표시하기도 한다. 라이를 업라이트하게 조정하면 페이드로 설정되는 것이고 라이를 플랫하게 설정하면 드로 구질로 설정되는 것이다.
클럽 페이스 각도도 바뀐다. 로프트를 높은 각도로 조정하면 페이스 각도가 닫히고 로프트를 낮은 각도로 조정하면 클럽 페이스 각도가 열린다. 따라서 로프트를 조정하면 다른 부분도 함께 조정된다는 것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
◆ 아무 렌치나 사용하지 말자
최근 몇몇 클럽 제조사는 샤프트 슬리브과 무게추를 조정하기 위한 렌치를 기본 구성 품목에서 제외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쉬울 따름이다. 많은 클럽 제조사가 서로 호환되는(모양과 사이즈가 달라서 호환 불가능한 브랜드도 있다) 별 모양의 토크 렌치를 사용하므로 반드시 같은 브랜드의 렌치를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골프 클럽 전용 렌치가 아닌 다른 렌치를 사용해 클럽을 조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나사산이 망가질 우려가 있을뿐더러 정확한 토크로 나사를 조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슬리브를 조정한 다음 샤프트와 헤드를 결합할 때 골프 클럽 전용 토크 렌치를 사용해서 ‘딸깍’ 소리가 날 때까지 확실하게 조여야 한다. 생각보다 강한 힘으로 돌려야 렌치에서 ‘딸깍’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헤드와 샤프트를 완벽하게 결합하지 않으면 스윙 중 샤프트와 헤드가 분리되는 사고가 날 수 있으니 필히 주의해야 한다.
사진_김시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