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차 징크스요? 저 있었어요!"
아마추어 때 우승했던 대회에서 타이틀 방어를 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유해란(21)은 2년 차였던 2021시즌, 2승을 거두며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언뜻 보면 무탈하게 시즌을 잘 치러낸 것 같지만 본인 생각은 달랐다. 시즌 초반에 좀처럼 풀리지 않아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신인왕으로서 부담감을 가득 안고 시작한 탓이었을까. 유해란은 2021시즌 초반 5개 대회에서 두 차례나 컷 탈락했다. 5월 두산매치플레이챔피언십 때 9위를 하며 점점 살아나기 시작했다.
유해란은 “다들 2년 차 징크스가 없었다고 생각하지만 전혀 아니다. 루키 시즌 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잘 됐다. 원래 부담을 잘 느끼지 않는 성격인데 두 번째 시즌을 앞두니 부담이 되더라. 잘 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과감하게 시즌 도중 변화를 택해 징크스에서 벗어났다. 유해란은 “지난 시즌 초반엔 평소 치던 것과 다른 스타일로 연습을 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변화를 주지 말고 내 강점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 4승 중 2승이 ‘와이어 투 와이어’ 단단한 멘털 비결
유해란은 멘털이 강한 선수다. 지금까지 KLPGA투어에서 거둔 4승 가운데 2승이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다. 2020년 제주삼다수마스터스와 지난해 최종전 SK쉴더스·SK텔레콤챔피언십 2021에서 단 한 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았다.
원래부터 멘털이 강한 건 아니었다. 유해란은 “나는 긴장을 정말 많이 한다. 2020년 맥콜·용평리조트오픈 때 김민선(27) 언니와 챔피언조에 속했을 때도 그랬다. 근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만 긴장한 게 아니라 상대도 긴장하니까 내가 긴장을 하면 손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긴장하지 말고 재밌게 쳐야겠다고 생각을 바꾸면서 좋아졌다. 지난해 첫 승을 했던 엘크루-TV조선프로셀러브리티 때도 공을 놓는데 손이 덜덜 떨렸다. 마지막 대회 때도 실수가 나왔다. 그때도 이런 생각으로 긴장을 털어냈다”고 전했다.
■ 알고 보면 반전매력 “재밌고 매력 많은 프로로 기억되고 싶어요”
반전매력의 소유자다. 176cm 큰 키에, 필드에서는 누구보다 베테랑 같지만 직접 대화를 나눠보면 영락없는 20대 초반 여성이다. 집안에서 막내로 자라 수줍음도 많다. 처음에는 낯을 가리지만 친해지면 장난 치는 것도 좋아한다. 또 어떻게 골프를 잘 할 수 있을까 생각도 많이 하고, 이런저런 시도를 하며 더 잘하려고 노력한다.
유해란은 “내가 다른 언니들보다 작지도 않고 예쁘지도 않다. 또 정규 투어에 갓 올라왔을 때는 프로라는 개념이 없었다. 볼이 안 맞으면 나도 화가 나니까 표정도 안 좋았다. 그러다 작년부턴 보기를 해도 많이 웃으려고 했다. 그랬더니 ‘웃는 게 예쁘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시더라. 그래서 많이 웃으려고 한다. 차가운 이미지보다는 재밌고 매력 많은 프로로 기억되고 싶다”고 전했다.
단순히 예뻐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다. 유해란이 생각하는 매력적인 골퍼는 매너는 물론 꾸준히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겨울 미국으로 건너가 43일 동안 전지훈련에 매진했다. 시즌 동안 퍼팅에 아쉬움을 느낀 탓에 전지훈련 때 3~4m 클러치 퍼팅 등 퍼터 연습을 열심히 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나는 무계획이 계획인 사람이다”며 웃던 유해란은 “내가 4승을 했지만 메이저대회 우승이 없다. 때마침 올해 갤러리가 들어온다고 하니 갤러리가 보는 앞에서 메이저대회 우승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새 시즌을 앞두고 변화를 주기보다 작년에 보여드렸던 퍼포먼스를 올해도 잘 이끌어서 실수를 줄이려고 한다”며 새 시즌을 다짐한 유해란은 23일 생일에도 아침 일찍부터 아버지와 연습장을 찾았다. 갤러리의 축하 속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그날을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