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강원)=한이정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홍정민(20)의 데뷔 첫 승을 도운 건 퍼팅이다.
홍정민은 22일 강원도 춘천시 라데나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두산매치플레이챔피언십(총상금 8억원) 결승에서 이예원을 1홀 차로 꺾고 데뷔 첫 승을 품었다.
지난해 데뷔해 신인상 포인트 2위를 차지했던 홍정민은 올해 유독 퍼팅이 안 됐다. 올해 6개 대회에 출전했지만 3차례 컷 탈락했다. 6개 대회 동안 평균 퍼팅이 31.9375로 100위권 밖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퍼팅이 유독 잘 따랐다. 대회장 라데나골프클럽은 유리알 그린으로 악명 높다. 대회 내내 그린스피드가 3.8m/s를 왔다갔다했다. 퍼터가 유독 약하던 홍정민은 까다로운 그린을 정복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비결이 있었다. 김혜윤(33) 아버지 김정호 씨가 캐디로 나섰다. KLPGA투어 통산 5승을 기록한 김혜윤은 통산 평균 퍼팅 29.9182를 기록했을 정도로 쇼트 게임과 퍼팅에 일가견이 있다. 김혜윤을 만든 이가 김정호 씨다.
홍정민은 “초등학교 5학년 때 김혜윤 언니와 전지훈련에 같이 갔는데 선생님(김정호 씨)이 레슨을 처음 해주셨다. 내 스윙의 기본을 만들어주신 분이다”면서 “올해 쇼트 게임과 퍼터가 너무 안 돼서 연습하고 배우자는 마음으로 이번 대회에 한 번만 캐디를 맡아달라고 요청드렸다”고 전했다.
김정호 씨의 조언은 큰 도움이 됐다. 홍정민은 “아침마다 퍼팅 스트로크가 똑바로 됐는지 점검해 주셨고, 저녁에는 퍼팅 매트를 두고 30분씩 스트로크 연습을 했다. 필드에서는 라이 같은 걸 상의했는데 아무래도 경력이 많으시니까 도움이 많이 됐다”고 설명했다.
유독 퍼팅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홍정민은 평소에도 퍼팅 연습에 집중했다. 그는 “전지 훈련에 갔을 때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퍼터 연습만 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대전에서 자란 홍정민은 아마추어 때 ‘리틀 박세리’라고 불렸다. 무표정한 포커 페이스에 샷하는 모습이 박세리를 연상케 한다는 이유에서다. 초등학생 때 ‘박세리배 전국초등학교골프대회’에서 우승한 것도 별명에 힘을 실었다.
홍정민은 “박세리 프로님은 너무 신적인 존재니까 별명을 들을 때 와닿진 않았다”면서 “내 실력이 준비가 된다면 미국에서 투어를 뛰고 싶다. 국내에서 5승 정도 하고 미국에서도 적응을 잘 하면 박세리 프로님처럼 될 수 있지 않을까”하고 미래를 그렸다.
[사진=KLPG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