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사업 확장하는 차원에서 해외 선수 영입을 고려했죠.”
지난주 막을 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혼다LPGA타일랜드에서 주목받은 선수는 준우승을 차지한 신예 나타끄리타 웡타위랍(태국)이었다. 드라이버 샷을 무려 300야드를 날리는 장타자에 신인답지 않은 경기력. 무엇보다 국내 금융사 ‘KB’ 모자를 쓰고 있어 국내 골프 팬들의 이목을 확 끌었다.
웡타위랍만이 아니다. 하나금융그룹은 패티 타와타나낏과 자라비 분찬트 등 태국 선수 2명을 후원하고 있다. 타와타나낏은 하나금융그룹 모자를 쓰고 LPGA투어 신인왕을 차지했고, 분찬트도 올해 LPGA투어 신인으로 나설 예정이다.
하나금융그룹과 KB금융그룹은 오래전부터 한국 골프를 후원해 온 곳이다. 해외 선수 후원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동남아로 사업을 확장하는 차원에서다.
지난해 KB금융그룹은 동남아 유망주 중에 웡타위랍을 후원하기로 했다. KB금융그룹 관계자는 웡타위랍을 보자마자 ‘촉이 왔다’고 표현했다. 웡타위랍이 깜짝 활약한 덕분에 이번 대회서만큼은 기업 홍보를 제대로 했다.
하나금융그룹 역시 아시아골프리더스포럼(AGLF)을 통해 각국 골프협회에서 유망주를 추천 받았고, 그때 알게 된 선수가 분찬트였다. UCLA 출신에 LPGA투어에 진출하겠다는 야망이 컸던 분찬트를 보며 후원을 결심했다. KB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 모두 앞으로도 해외 유망주 선수를 후원할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골프계 주요 메인 스폰서였던 KB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이 태국 선수 후원으로 대박을 치며 함박웃음을 진 사이, 한국 선수들은 쓴맛만 보고 있다. KB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은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선수 보강을 하지 않았다. 눈길이 가는 선수나 유망주가 보이지 않아서다.
KB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만 그런 게 아니다. 시즌이 다가오지만 메인 스폰서나 의류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선수들이 꽤 있다. 불경기에 메인 스폰서 지갑은 굳게 닫히며 계약금이 크게 깎이거나 계약이 불발됐다.
최상위권 선수는 서로 데려가려고 했지만 중위권부터는 계약이 너무 어려워졌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도 기껏 찾아 계약한 국내 주요 선수나 유망주들은 성적이 부진하거나 시드를 잃어 재미를 보지 못했다. 기업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는 셈이다. 한 관계자는 “선수들이 분발해야 할 필요는 있다”고 에둘러 말했다.
현장에는 한국 여자 골프에 위기가 올 것이라 감히 예상하는 이들이 많다. 해외 투어 성적도 좋지 않고, 국내 투어도 새로운 스타가 없어서다. 지난해 생애 첫 승을 달성한 선수도 많지만 기세를 시즌 내내 이어가는 ‘스타 플레이어’는 얼마 없었다. 골프 중계를 좀 본다는 사람들은 오히려 화려한 플레이를 선보이는 오히려 남자 골프가 더 재밌다고 발길을 돌리기도 한다. 여자 골프가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스타, 이목을 끄는 재미를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