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와 도전 때문이었죠.”
윤채영(36)은 프로 데뷔 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뛰다가 2017년에 홀연히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로 떠났다. 그의 나이 서른이었다. 중고참인 시기에 새로운 무대에 도전한 것이다.
그는 “투어 10년 차 정도 되니 루키 때 마음과 많이 달라지더라. ‘내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 더 잘 해야겠다’는 목표가 점차 흐릿해졌다. 목표를 새롭게 잡고 싶었고 20대 초반 때 같은 열정을 끌어올리고 싶었다. 실력으로는 준비됐다고 느꼈는데,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JLPGA투어를 택하게 된 계기는 우연히 출전하게 된 대회 덕분이었다. 초심을 잃고 지쳐있을 때 마침 후원사 대회였던 야마하레이디스오픈에 초청 선수로 나섰다. 윤채영은 “JLPGA투어 분위기도 나쁘지 않고, 당시 대회 성적도 좋았다. ‘나 여기서 잘할 수 있겠는데?’ 자신감이 생겨 프로 테스트를 봤다”고 말했다.
나이 서른에 뛰어든 해외 투어 생활은 쉽지 않았다. 바뀐 환경에 잘 적응하기도 어려웠고 성적도 나오지 않았다. 시드 유지는 할 수 있을까 걱정하다 모든 걸 다 내려놨다.
윤채영은 “일본은 특히 호텔이 너무 작다. 가뜩이나 나는 짐 많은 외국인 선수이지 않나. 적응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또 JLPGA투어는 연습 라운드도 이틀이라 일주일에 하루 빼고는 다 코스에 있었다”면서도 “놀러다니자, 여행 다닌다는 생각에 가벼운 마음으로 투어를 다니기 시작했다. ‘안 되면 말지, 뭐.’ 그러니 여름부터 성적이 나왔다”고 전했다.
올해 은퇴를 택하기는 했으나 지난해 말 JLPGA투어 Q스쿨에 응시하는 등 그는 끝까지 도전했다. 결과는 좋지 않았음에도 최선을 다했으니 미련은 없다.
그는 “Q스쿨에 간 것도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지금까지 투어도 오래 뛰었고, 내 자존심도 있고. 근데 여전히 골프가 너무 좋다.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윤채영은 올해 은퇴한다. 지난 6년 동안 활동했던 JLPGA투어에서는 오는 30일부터 열릴 야마하레이디스오픈에서 작별을 고할 예정. 그는 “초청 선수로 처음 JLPGA투어에 나섰던 그 코스에서 은퇴를 한다니 영광이다”고 웃었다.
“은퇴한 친구들은 이제 스트레스도 안 받고 잠도 잘 잔다고 너무 좋다더라. 후배들은 언니는 투어에 적합한 선수인데 더 하는 게 어떻겠냐고 두 가지 반응이다”던 윤채영은 “아직 마지막 경기를 안해서 실감은 안 나는데 약간 시원섭섭할 것 같다”고 얘기했다.
이어 “하지만 일본에서 골프가 더 좋아졌다. 성적을 떠나 골프가 정말 재밌었고, 내가 골프를 좋아한다는 걸 일본에서 깨달았다”면서 “JLPGA투어에 오기 전에는 겁도 나고 걱정됐는데 해보니 별거 아니더라. 후배 선수들도 해외 투어에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윤채영의 은퇴 경기 야마하레이디스오픈은 오는 30일부터 4월 2일까지 일본 시즈오카현 후쿠로이시 카츠라기골프클럽에서 열린다. 스포티비 골프앤헬스(SPOTV Golf&Health)에서 생중계하며 OTT 서비스 스포티비 나우(SPOTV NOW)에서도 시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