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 주간 오거스타 주민들은 어떻게 지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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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 주간 오거스타 주민들은 어떻게 지낼까
  • 한이정
  • 승인 2023.04.0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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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 주간에 오거스타에서 집을 빌려 지내기 위해 여섯 자리의 돈을 지불하는 것도 이 토너먼트만의 독특한 전통이다. 글_크리스토퍼 파워스(Christopher Powers) / 사진_앤드루 헤더링턴(Andrew Hetherington)


워싱턴로드에서 좌회전을 해서 리버리지 드라이브로 접어들었다가 다시 브룩우드 드라이브로 좌회전하면 조지아주 오거스타에서도 내셔널힐스라는 동네가 나온다. 이 동네의 집들은 대부분 단층의 벽돌 건물이지만, 브룩우드와 스킨스 크리크 로드가 교차하는 지점에 이르면 키 큰 소나무들로 울타리를 두른 아름다운 저택이 나타난다. 

완벽하게 손을 본 이곳은 주변의 다른 집들과 확실히 다르다. 케이티 윌리엄스가 이 집을 매입한 건 2021년 12월이었다. 처음부터 임대할 생각으로 구입했으며, 9개월에 걸쳐 25만 달러를 투자한 리모델링은 그다음 4월, 또 그다음 4월, 그 이후로도 계속 이어질 4월을 생각하면 그만한 시간과 노력을 들일 가치가 있었다. 

“사람들한테 주소를 알려주면 고개를 갸우뚱하다가도 직접 보고 위치를 확인하면 달라진다.” 윌리엄스는 말했다. 윌리엄스의 집은 우리가 다 아는 그 토너먼트를 개최하며 1년에 한 주 동안 이 일대를 혼돈에 빠트리지만 그 덕분에 나머지 51주를 지탱하게 해주는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과 불과 800m 거리에 있다.

오거스타의 주민들이 마스터스 주간에 집을 임대해 대출을 갚는다. 세계 최고의 골퍼들이 모여드는 시기에 맞춰 이 일대의 학교는 일제히 봄방학에 들어간다. 그러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골프 토너먼트가 자신의 동네에서 열리건 말건 알 바 없는 대부분 주민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디즈니 월드에 가거나, 머틀비치 아니면 세인트사이먼스섬으로 여행을 다녀온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얘기는 전부 사실이다.

마을의 유동 인구는 두 배로 늘어나고, 그들에게는 머물 곳이 필요하다. 오거스타의 숙박업계가 마스터스 주간에 호황을 누리는 건 물론이지만, 그 많은 사람을 다 수용하기엔 객실이 부족하다. 

임대료: 여섯 자리, 대런과 헤일리 맥 부부의 소유인 이 저택은 1906년에 지은 것을 2017년에 리모델링한 것이다. 농구 코트와 퍼팅 그린, 바와 골프 시뮬레이터를 갖추고 있다

마스터스 주택임대 사업은 규모가 크다. 오거스타내셔널과 상공회의소가 머리를 맞대고, 보비 존스가 몇몇 친구들과 모여서 벌이는 행사를 보러 올 사람들을 다 어떻게 수용할지 고민하던 1970년대 중반부터 이미 상당한 규모였다. 그리고 이제는 제인 퍼먼의 토너먼트하우징&이벤트라는 한 중개업체에서만 2000여 채의 임대 물건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퍼먼은 누구보다 이 일대와 이곳의 골프 역사를 잘 알고 있다. 마스터스 주택청장을 지낸 퍼먼이 독자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건 1998년이었다. 퍼먼의 고객은 전 세계에서 이곳을 찾아오며, 최고의 운동선수들과 그들의 가족 및 스태프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최고의 집에 거액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기업가들도 있다. 오로지 마스터스 기간에만 임대가 이루어지지만, 그렇다고 그때만 일을 하는 건 아니다.  

퍼먼의 서비스는 단순히 저녁을 차려주고 코스를 오가는 차량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각 집마다 침구류를 새로 구비하고, 집주인들은 1월부터 준비에 돌입한다. 묵은 때를 벗기고 꽃을 새로 심고, 솔잎을 깔아놓는 것까지 해야 할 일이 많다. 

한 번은 선수의 에이전트에게서 선수가 탄 비행기가 일찍 도착하게 됐으며, 가족들이 함께 왔다는 연락을 받았다. 퍼먼은 아기 요람을 들고 그 선수가 임대한 집으로 미친 듯이 달려갔지만 요람이 너무 커서 아기용 방문을 통과하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됐다. 퍼먼은 옆집에서 조경을 하고 있던 남자에게 사정을 설명했고, 요람을 분해한 후 방에 들고 들어가 선수 일행이 막 집으로 들어오려는 순간에 재조립을 마칠 수 있었다.  

비상사태는 피할 수 없다. 어느 해인가는 어떤 선수가 토너먼트를 마친 후에 문이 잠겨서 집에 못 들어가는 일이 발생했다. 퍼먼은 비행기 시간에 맞춰 짐을 꾸려야 하는 선수가 집에 들어갈 수 있도록 직원을 급파했는데 그의 스태프 한 명도 동시에 다른 집에서 문이 잠겼다고 연락을 해왔다. 오거스타에 굽이치는 해저드가 래스 크리크만이 아님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또 다른 해에는 남아공 출신의 한 선수가 극심한 치통을 호소했지만 현지 주민들이 모두 휴가를 떠난 터라 문을 연 치과를 찾기 힘들었다. 마침 퍼먼의 지인 중에 치과의사가 있었다. 퍼먼은 그 선수를 차에 태운 다음 치과의사에게 전화를 걸어 좀 봐줘야 할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그 치통이 피멘토 치즈 샌드위치 때문이라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

퍼먼은 집을 세 유형으로 분류한다. ‘모이는’ 집, ‘밥 먹는’ 집, 그리고 ‘잠자는’ 집이다. 모이는 집은 3만에서 7만 달러까지도 갈 수 있으며 모든 사람이 밤에 모이는 장소다. 마스터스 배지를 보유하는 법인 클라이언트들이 주로 선택한다. 

퍼먼은 손님들이 저녁 모임을 마친 후에 마을 건너편까지 넘어가야 하는 일이 없도록 모이는 집 주변에 ‘잠자는’ 집들을 배치한다. 어느 기업에서 근접한 집 세 채를 한꺼번에 임대해 한 곳은 전적으로 저녁 모임 용도로만(모이는 집) 사용하고, 나머지는 밤에 쉬는 곳(잠자는 집)으로 쓰는 경우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모이는 집이나 잠자는 집보다 상당히 저렴한 밥 먹는 집은 대체로 10~12명의 소규모 단체에 임대하며, 집이 상하는 일도 적은 편이다.

임대료: 3만 달러, 케이티 윌리엄스의 집은 내셔널힐스라는 소박한 동네에 자리 잡고 있지만 오거스타내셔널과 가까운 위치 덕분에 마스터스 기간에 인기가 높다.
임대료: 3만 달러, 케이티 윌리엄스의 집은 내셔널힐스라는 소박한 동네에 자리 잡고 있지만 오거스타내셔널과 가까운 위치 덕분에 마스터스 기간에 인기가 높다

선수들도 여러 채의 집을 임대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다. 로리 매킬로이는 보통 ‘가족용’ 집과 ‘스태프용’ 집을 임대한다. 예전에 매킬로이는 퍼먼이 거래하는 동네인 웨스트레이크 지역의 집을 임대했다. 하지만 7년 동안 같은 집에서 머물다 보니 분위기를 바꾸고 싶어졌다. “그 집에서는 실망한 채로 나온 기억밖에 없다. 그걸 바꿀 필요가 있었다.” 그는 말했다.

분위기 전환, 코스 근접성, 그리고 셰프가 요리를 할 수 있는 커다란 주방은 선수들이 마스터스 주간에 머물 집을 알아볼 때 고려하는 것이다. 퍼먼은 많은 선수들이 예전에는 골프장 주변으로 역사적 의미가 있는 지역을 선호했지만 요즘은 새 집을 원하는데, 그런 지역에서는 새 집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서머빌에 있는 헤일리 맥의 집은 역사적 의미와 새로움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지만, 주머니 사정이 아주 두둑한 선수들조차 조금 버거운 가격대다. (맥은 마스터스 기간의 임대 가격이 여섯 자리라고만 말했다.) 

맥이 남편 대런과 함께 식민지 시대인 1906년에 지어진 이 집을 구입한 건 2016년이었다. 부부는 3000평방피트를 추가 매입해(집은 현재 8000평방피트다) 게스트하우스와 농구 코트, 퍼팅 그린, 그리고 골프 시뮬레이터를 설치했다. 윌리엄스와 달리 이곳은 맥 부부가 실제로 거주하는 집이며, 1년에 일주일만 임대를 한다. 

이 집에서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 즉 가구는 물론이고 프랑스에서 직접 손으로 그린 벽지까지 전부 맞춤 제작한 것이다. “누구도 집에 들어왔을 때 ‘어, 나 저거 있는데!’라는 말을 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게 목표였다.” 맥은 말했다. 그건 완전히 들어내고 새로 조성한 주방과 메인 욕실, ‘킴 카다시안 옷장’ 그리고 수영장이 있는 눈부신 야외 공간에도 해당되는 기준이다. 실내외가 이어지는 거실은 마치 로스앤젤레스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지하 동굴에는 골프 시뮬레이터와 라운지, 완벽한 구색의 바까지 있어 동굴보다는 랄프로렌 폴로 바와 더 비슷하다는 게 맥의 설명이다. “이 지역에서 마스터스 때 임대하는 집 가운데 우리 집 같은 곳은 많지 않다.” 맥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이렇게까지 한 이유는 이걸 가족을 위한 투자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마스터스 주간에 상당히 큰 액수의 돈을 버는 건 분명하다.”

맥은 비밀유지 계약 때문에 손님의 이름을 밝힐 수 없었는데, 그건 이게 그만큼 본격적인 사업이라는 방증이기도 했다. 하지만 억만장자 자선사업가라는 것까지는 말했다. “저스틴 팀버레이크 급으로 유명한 건 아니고 억만장자라서 유명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맥이 집을 임대한 두 번째 억만장자였는데, 비용을 감안하면 그럴 만도 했다. 60억 달러 규모의 자산가이던 첫 번째 임차인은 두 아들과 요리사만 대동하고 왔으며, 땅콩버터와 오트밀을 구비해달라는 것 외에는 어떤 요구사항도 없었다. 아주 이상적인 게스트였다. 

하지만 맥은 리모델링 이전에 아주 고약한 경험을 했다. 이름 있는 음료 회사에서 집을 임대했는데, 맥의 표현을 빌리자면 일주일 동안 그곳을 파티장으로 사용했다. 맥이 돌아왔더니 청소부가 현관에서 그를 맞이하며 ‘기절하지 마시라’고 주의를 줬다. 맥은 그 자리에서 괴성을 지르며 생각했다. 다시는 빌려주나 봐라.

하지만 맥은 마음을 바꿨고, 이제 투자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가장 좋은 점은(맥뿐만 아니라 집을 임대하는 주민 모두에게) 1년에 14일까지는 세금신고서에 임대 수입을 기입하지 않아도 되는 ‘오거스타 규정’ 덕분에 임대 수입이 비과세라는 것이다. 이 규정은 원래 마스터스 주간에 오거스타 주민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됐지만, 지금은 그 집이 주요사업장이 아니라면 미국에 집을 소유하고 있는 모든 납세자에게 적용된다. 

오거스타 규정은 맥과 달리 여섯 자리의 임대료를 부과하지 않는 집주인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재닌과 가스 브레이 부부가 그런 경우다. 그들은 서배너 리버의 집을 약 30만 달러에 구입했고, 리모델링을 마친 후에는 VRBO(휴가용 주택임대 포털)에 강가의 휴양지라고 소개한 이 집을 60만 달러 정도에 되팔 수 있을 줄 알았고, 그때까지 마스터스 주간은 물론 연중 언제라도 기꺼이 임대할 생각이었다. 

브레이 부부가 마스터스를 맞아 집을 임대하는 건 올해로 네 번째이며, 서머빌 저택까지는 아니더라도 오거스타내셔널에서 멋진 하루를 보낸 후 강을 바라보며 편안한 휴식을 보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드는 집이다. 집은 총 4층에 침실이 4개이며, 욕실 3개와 테라스에서 강을 굽어볼 수 있는 유리 일광욕실이 있다. 작년에 이곳을 임대한 CBS 뉴스팀도 바로 이 일광욕실에서 타이거 우즈에 대한 기사를 써서 송고했다. 

흥미로운 건 브레이 부부가 이 집을 구입할 때까지 마스터스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다는 점이다. “집을 보러 다닐 때 부동산에서 ‘마스터스 기간에는 집을 임대할 수도 있다’고 했는데, 우리는 그게 무슨 소리인가 했다.”

침실 5개를 갖춘 윌리엄스의 궁전 같은 집은 밖에서 봐도 으리으리하다. 곧 완벽하게 다듬어질 앞마당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진입로는 앞쪽 테라스로 올라가는 벽돌 계단 앞에서 끝이 난다. 현관문을 열면 하나의 커다란 방처럼 느껴지는 1층이 눈앞에 펼쳐진다. 최첨단 주방은 오른쪽에 있고, 거실은 정면에 있다. 미닫이 유리문을 통해 뒷마당이 한눈에 들어온다. 야외에는 바비큐 시설이 갖춰져 있고 한 손에 음료수를 들어야 제격인 야외 파티를 하기에도 공간이 충분하다. 날씨가 도와주지 않는다면, 또는 손님들이 다른 분위기에서 놀고 싶어 한다면 80인치 텔레비전을 설치한 위층의 미디어 룸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윌리엄스는 올해 한 선수와 구두계약을 한 상태지만 그가 2024년에도 다시 올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에 다년 계약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는데, 그렇다면 이 미스터리의 선수가 마스터스 챔피언은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마스터스 2승 챔피언이 언젠가 이 집에 머물렀던 적이 있고 윌리엄스는 그 사실을 몰랐다. 그건 전주인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위트라는 이름의 그 전주인은 “우리가 운이 좋았다”면서 세베 바예스테로스가 1980년대 초반에 자신과 다년간의 계약을 맺고 이 집에서 머물렀다는 얘기를 무심하게 들려주었다. 

남부의 친절, 오거스타의 많은 집주인처럼 케이티 윌리엄스와 재닌 브레이는 마스터스 기간에 찾아오는 손님들을 위해 집을 멋지게 치장한다.

바예스테로스는 매니저와 아버지, 때로는 동생들과 함께 연습을 위해 한 주 먼저 오곤 했다. 위트의 어머니는 늘 한 차례의 저녁을 거하게 준비해주었고(루이지애나식 메기 요리는 어촌 마을에서 자란 이 스페인 선수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아버지는 매일 푸짐한 아침식사를 준비해주었다. 바예스테로스와 이 가족은 친구처럼 지냈는데, 그러면서도 바예스테로스는 그들의 집에서 주인 행세를 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고 한다. 

한번은 전주인이 NCAA토너먼트를 보려고 리모컨을 집어 들었더니 바예스테로스가 다가와서 냉큼 리모컨을 낚아채고는 “골프를 봐야지”라고 말했다. 위트의 어머니는 그에게 농구는 다른 방에 가서 보라고 눈치를 줬다.  
‘바예스테로스가 지낸 집’이라는 사실이 얼마나 홍보 효과를 발휘할지는 알 수 없었지만 윌리엄스는 그런 게 아예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는 VRBO에서 윌리엄스의 집을 처음 봤는데, 보통 시기에는 일주일에 약 2500달러라고 적혀 있었다. 마스터스 주간에는 약 3만 달러까지 올라간다. 

과거에도 다른 집을 임대한 경험이 있는 윌리엄스는 그 수익의 일부를 집에 다시 투자하고 나머지는 재테크를 하거나 휴가 비용으로 쓴다. 힐턴헤드, 이탈리아와 하와이 등을 모두 다녀왔다. 올해는 유람선 여행을 생각하고 있는데 마스터스 기간의 오거스타만 아니면 어디든 상관없다. “이 지역은 혼돈의 아수라장이 된다.” 윌리엄스는 말했다.  

스티브 (펩시) 헤일도 그걸 잘 알고 있다. 키건 브래들리의 캐디였던 그가 마스터스 출전차 이곳에 몇 번 왔다가 너무 좋아진 나머지 아예 집을 구입하기로 결정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헤일은 당시 그의 선수였던 존슨 와그너가 휴스턴오픈에서 우승하면서 막바지로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린 2008년에 마스터스를 처음 경험했다. 헤일은 다른 캐디 친구 몇 명과 어떤 할머니의 연립주택을 빌려서 생활했다. 그 타운하우스는 프레시마켓 바로 뒤에 있는 12채짜리 건물이었고, 여러 해 동안 캐디들의 전용 숙소 역할을 했다.

2016년에 그 건물에 있는 집 하나가 매물로 나왔다. 헤일이 제시한 가격을 집주인이 받아들였다. 2주 뒤에 브래들리가 그를 해고했지만, 헤일은 그래도 그 집을 구입했다. 지금은 리치 워렌스키의 캐디를 하고 있으며 그 후로는 마스터스에 참가하질 못했는데, 나쁜 기운을 뒤집어서 다시 오거스타내셔널 안으로 들어가려면 그 타운하우스를 팔아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당분간은 그 집을 1957년식 쉐보레인 것처럼 한 번씩 가서 몇 주간 머무르며 손을 보고 있다. “회벽이 떨어져나간 곳을 메우고, 페인트를 다시 칠하고, 세면대를 교체하고… 그런 일들을 한다.” 그는 말했다. “가서 한 주씩 보내고 오는 것도 즐겁다.”

마스터스 기간에는 동료 캐디들이 사용할 수 있게 빌려준다. 원래는 그곳에 상주하는 임차인이 있지만, 마스터스 주간에는 7~10일 집을 비워준다. 헤일은 그런 수고를 마다 않는 임차인에게 한 달치의 임대료를 깎아준다. 헤일의 원래 의도는 해마다 그곳에 가는 것이었고, 그건 지금도 변함이 없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부수입을 올리는 것도 나쁘지 않고, 만약 정식 캐디 일을 그만두게 되면 한두 해 정도 오거스타에 살면서 골프장에서 캐디로 일해볼 생각을 하고 있다.  
“벌써 몇 군데 운을 떼어봤고, 승낙도 받았다.” 그는 말했다. “뜻대로만 된다면 한동안 그곳에 살면서 옛날 얘기를 하며 집을 건사할 수 있을 것이다.”

오거스타의 모든 주민은 아마도 평생 가야 직접 볼 일이 없는 토너먼트를 준비하며 1년 중에 51주는 그렇게 집을 열심히 건사한다. 그리고 그때가 오면, 다른 일로는 이 골프 메카를 찾을 일이 없을 사람들에게 집을 기꺼이 비워준다. 집주인들이 바라는 건, 두둑한 임대료를 제외하면, 손님들도 그 공간을 조심스럽게 사용해주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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