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골프에 ‘한일전’이 다시 생길 조짐이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와 일본프로골프(JGTO)투어가 처음으로 공동 주관한 하나은행인비테이셔널(총상금 10억원)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지난 15일부터 나흘 동안 일본 지바현 지바이스미골프클럽(파73)에서 양지호(34)가 일본의 신성 나카지마 케이타를 1타 차로 꺾고 최종 합계 20언더파 272타로 정상에 올랐다. 개인 통산 2승째는 물론 한국의 자존심도 챙겼다.
간만에 펼쳐진 한국와 일본의 남자 골프 라이벌 구도였다. 한때 KPGA와 JGTO는 국가 대항전을 진행한 바 있다. 2004년 9월 강원도 용평버치힐골프클럽에서 처음 치러졌다가 6년 동안 중단됐다. 대회 타이틀 스폰서를 구하지 못한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이후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 동안 밀리언야드컵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개최됐다. 밀리언야드는 한국과 일본의 평균 거리인 950km를 야드로 환산하면 100만 야드가 된다는 점에서 붙여졌다. 아시아의 ‘라이더컵’을 지향하자는 의미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마저도 길게 이어지진 않았다. 따라서 한일전은 총 4번 열렸는데, 한국이 3승1패로 우위를 선점하고 있다. 2012년에는 최호성(50)과 류현우(42), 박상현(40), 강경남(40), 조민규(35)이 출전해 승리에 기여했다. 당시 한국 팀 단장은 故조태운 고문이었고, 일본 팀 단장은 JGTO 회장인 아오키 이사오였다.
네 번 밖에 열리지 않은 ‘숙명의 라이벌 대결’은 올해 하나은행인비테이셔널을 계기 삼아 스멀스멀 부활 시키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소망하고 있다.
양지호는 우승 인터뷰에서 “마치 한일전 같았다. 그래서 당연히 이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상현은 “연 날리기만 해도 한일전이면 재밌다. 국가 대항전을 다시 치른다면 재미를 넘어 양 투어에 긍정적인 효과가 생길 것이다”고 기대했다.
젊은 선수들 역시 일본과의 맞대결을 고대한다. 이재경과 배용준은 “일본 선수들과 경기하면서 각 투어에 대한 얘기도 많이 했고 기술적인 조언도 나눴다. 뜻 깊은 시간이었다”면서 “경쟁도 존재하겠지만 서로를 존중하며 우정과 친분을 쌓는 한일 국가 대항전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KPGA 관계자는 “양 투어가 향후 공조를 더욱 굳건히 하기로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이 성공적으로 막을 내린 것을 발판 삼아 그동안 쉽게 열리지 못했던 한국과 일본의 국가 대항전이 부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KPG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