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한이정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땡볕 아래서 연습한 보람이 있을까. 고지원(19)이 에버콜라겐·더시에나퀸즈크라운 첫날부터 맹타를 휘둘렀다.
고지원은 13일 제주 더시에나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에버콜라겐·더시에나퀸즈크라운 1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솎아내며 단독 선두에 올랐다.
페어웨이 안착률 71.43%, 그린 적중률 88.89%를 기록했다. 특히 퍼팅이 잘 따라줬다. 퍼팅 수는 26개를 적어냈다.
고지원은 “평소에도 샷은 괜찮았는데 퍼팅이 따라주지 않아서 마음 같지 않았다. 이번 대회는 퍼팅이 잘돼서 좋은 스코어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면서 “어제 연습을 많이 했는데 보람이 있다. 또 최근에는 그린 스피드가 빠르지 않았는데 여기는 빠르다. 거리감 맞추는 데 초점을 뒀다”고 전했다.
전날 연습 라운드가 열린 12일에는 제주에 폭염경보가 예보됐다. 서있기도 더운 날씨였지만, 고지원은 연습 그린에서 홀로 퍼팅 연습에 열심이었다.
그는 “시원할 때든, 덥든 퍼트가 잘 안돼서 그냥 열심히 퍼팅 연습만 했다. 지난주에 퍼팅 원 포인트 레슨도 받았는데 도움이 됐다. 내가 퍼팅을 찍어 치고 있다고 해서 손목을 더 유연하게 쓰며 퍼팅하니 잘된다”고 말했다.
고지원의 친언니이자 ‘버디 폭격기’ 고지우(21)가 지난 2일 KLPGA투어 맥콜·모나용평오픈에서 4타 차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1년 차이로 정규투어에 입성한 자매는 선의의 경쟁자다. 언니의 우승이 자극제가 됐다.
고지원은 “자극을 많이 받았다. 원래도 우승하고 싶었는데, 언니가 하니까 빨리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열정이 불타올랐다”면서 “오늘 성적이 라이프 타임 베스트 스코어(라베)이기도 하다. 그 전에는 7언더파는 엄청 해봤는데 8언더파는 처음이다”고 웃었다.
언니 외에도 고지원을 자극하는 건 정규투어 입성 동기들이다. 방신실(19)과 황유민(20)은 이미 우승했고, 김민별(19)도 꾸준히 상위권이다. 고지원은 “워낙 3인방 친구들은 어릴 때부터 잘했다. 하반기에는 더 열심히 해서 4인방이 되도록 하겠다. 언니만큼 3인방에게도 자극 받는다”고 얘기했다.
제주는 고지우, 지원 자매의 고향이기도 하다. 대회 전, 이 코스에서 쳐본 적은 없지만, 지금까지 쌓은 경험으로 경기를 풀었다. 고지원은 “상반기는 매 경기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경험을 너무 많이 했다. 그래서 이제는 경험한 걸 토대로 잘 풀어가고 싶다. 정규투어는 그린 주변이 어려워서 실수가 나오면 그냥 더블보기를 하더라. 또박또박 잘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다짐했다.
이번 대회가 열리는 더시에나컨트리클럽은 1992년 제4회 한국서산여자오픈 이후 약 31년 만에 여자 골프 대회를 개최했다. 이 곳은 1962년 설립된 제주도 1호 골프장으로, 최근 리뉴얼 후 이름을 바꿔 문을 열었다.
[사진=KLPG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