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돼 돌아온 박주영(33)이 아들과 함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박주영은 1일 경기도 파주시 서원밸리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보하우스디오픈(총상금 10억원) 최종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2개를 솎아냈다.
최종 합계 7언더파 209타를 기록한 박주영은 2위 김재희(22)를 4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데뷔 14년 만에 처음으로 거둔 우승. 상금은 1억8000만원을 품에 안았다.
박주영은 2010년에 KLPGA투어에 데뷔했지만, 13년 동안 우승하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교촌허니레이디스오픈에서 6위, 두산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서 9위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타는 듯 했으나, 출산 때문에 쉬어야 했다.
올해 국내 개막전을 시작으로 돌아온 박주영은 가을을 목표로 천천히 기세를 올렸다. 6월 롯데오픈(8위)에 이어 셀트리온퀸즈마스터즈(5위)에서 톱10에 오르다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했을 만큼 휴식기 공백이 무색했다.
8월 한화클래식 때부터 컷 탈락과 기권을 하며 하향세인 듯 했던 그는 이번 대회에서 보란 듯이 정상에 올랐다. 2라운드에서 4타를 줄이며 단독 선두로 올라선 그는 최종 라운드에서도 타수를 잃지 않고 침착하게 선두를 지켰다.
박주영은 “오랫동안 우승을 못해서 영영 못할 줄 알았다”면서 “원래 퍼트가 제일 약했는데, 이번 대회 때는 ‘어떻게 하면 퍼트를 차분하게 할 수 있는지’ 조금 알 것 같았다. 그래서 눈을 감고 퍼트한다는 느낌으로 나를 믿고 스트로크를 하자는 생각이었다. 이런 마인드가 압박을 이겨내게 했다. 퍼트가 잘 되다 보니 샷도 나를 믿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아기를 낳고 휴식하는 동안 공백과 몸의 변화가 큰 게 핸디캡이었는데, 희한하게 핸디캡을 정신력으로 이겨내게 한다”면서 “아기만 키우고 골프를 안하면 어떨까 하는 고민도 했는데, 막상 우승을 하니 내게도 좋은 영향을 미치고, 후배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기분 좋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에 열린 대회라 엄마로서 고생도 많았다. 그는 “. 이번 주는 명절이라 아기 봐주시는 이모님이 출근하지 않았다. 그래서 1라운드까지는 집에서 왔다 갔다 했다. 이전에는 나만 신경 쓰면 됐지만, 집안일도 해야 하고 아기도 봐야 하고 약간 혼란스럽기도 하다. 연휴 때는 잠깐이라도 아기를 맡겨놓을 수 있는 탁아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박주영은 “앞으로 투어 생활을 오래 해야 하니 둘째를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첫 우승을 했으니 다음 우승을 하고 싶은 목표가 생기는 것 같다. 지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은 또 다른 경험이라 지루한 내 삶의 원동력이 될 것 같다”고 얘기했다.
[사진=KLPG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