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다낭에 대한 여행 기억을 물었더니 반응이 반반이다. 여행의 목적이 달랐던 까닭이다. 뉴욕 같은 화려한 도심이나 발리 같은 액티비티, 히말라야나 몽블랑 같은 대자연을 원했다면 다낭은 접자. 대신 극도의 휴식이 필요한 지친 영혼에게는 가성비가 단연 최고다. 더불어 역사 여행자라면 아무리 가도 모자란 곳이 베트남이다.
다낭의 딱 한가운데
며칠을 머물러야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질까. 제아무리 좋은 시설에서도 집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아니, 대부분 그렇다. 아주 드물게 집에 버금가는 곳을 만났을 땐 남들에겐 알려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 먼저 든다. 두고두고 나만의 아지트로 삼고 싶은 심정이기에. 다낭 메리어트리조트앤스파가 그런 곳이다.
경기도 다낭시라 불릴 만큼 영어를 몰라도, 베트남어 한마디 할 줄 몰라도 불편하지 않은 곳이 바로 다낭이다. 다낭국제공항에서 남쪽으로 이동한다. 세계 6대 비치 중 한 곳인 미케 비치를 따라 글로벌 호텔 브랜드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메리어트까지는 단 20분이다. 한밤중에 도착했지만 익숙한 호텔 로고에 안도감이 든다. 한국인 다음으로 미국인이 많다고 한다.
이곳에서 다시 남쪽으로 25분 이동하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호이안이다. 호이안은 금요일 오후부터 사람에 떠밀려 다녀야 할 정도로 동서양 관광객으로 들어찬다. 다낭을 목적지로 잡았다면 메리어트가 딱 한가운데 위치했다는 얘기다.
객실에서는 열대 과일과 꽃 장식이 우리를 맞았다. 베트남의 삼성이라 불리는 기업 빈펄리조트, 그중에서도 가장 호화로운 빈펄럭셔리를 지난해 가을 메리어트가 인수해 운영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흔하디흔한 특색 없는 흰색 벽에 알록달록한 집기가 아니다. 앤티크 분위기의 파티션과 원목 바닥, 가구들까지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을 스타일을 추구했다. 침실만 한 사이즈의 욕실에 발코니까지 더할 나위 없다.
하이라이트는 수영장과 빌라
늦은 밤 도착했으나 다음 날 일찍 눈이 떠졌다. 자동으로 열린 커튼 뒤로 새파란 하늘과 바다와 맞닿은 수영장, 수많은 야자수가 드러난다. 하와이에서 본 아침 풍경이 떠오른다. 총 1114그루가 넘는다는 야자나무가 장관이다. 주말에는 투숙객에게 야자를 따주는 이벤트를 연다.
5개 구역으로 나뉜 수영장은 이 호텔의 만족도를 가장 높여주는 공간이다. 길이와 깊이를 다양하게 배치해 수영 선수가 수영하다가 숨을 헐떡일 수 있고, 물놀이가 처음이라도 하루 종일 놀 수 있다. 안전 요원이 곳곳에서 지켜주며, 선베드도 늘 여유롭다. 스파에서도 시간이 부족하다. 저쿠지는 기본이고 다양한 종류의 마사지 서비스가 있다. 히말라야 솔트로 두꺼운 벽을 만든 소금방이 가장 인상 깊다.
호텔 본관을 중심으로 앞쪽에 수영장, 뒤쪽으로 이색적인 마을이 보인다. 그랬다. 누가 봐도 마을 규모다. 집집마다 수영장이 있는 걸로 보아 부촌인가 보다 했다. 설마, 호텔에서 함께 운영하는 39개 동의 빌라란다. 각 동은 3~4명이 아니라 3~4가족이 머물 수 있는 작은 호텔 건물처럼 지어졌다. 열대식물을 지나 현관에 들어서면 로비가 있고 공동 주방과 거실, 밖으로는 수영장이 있다. 각각의 객실은 한 가족씩 머물 수 있도록 침실과 화장실 등이 배치되어 있다. 계단을 올라가면 같은 구조로 2층이 구성되어 있다. 네 가족이 4개의 호텔 객실을 잡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라 대가족 여행을 계획한다면 강력 추천이다.
못다 한 이야기
다낭의 비치가 아까웠다. 한국이었으면 내버려뒀을 리 만무한 자연 그대로의 해변이다. 그런데도 다들 어디서 노는지 서양인이 주로 진을 친 미케 비치를 제외하곤 텅 비어 있다. 사실 미케 비치에서도 사람을 셀 수 있을 정도였다. 다낭 메리어트의 인피니티 풀 끝에도 비치가 연결돼 있다. 논누옥 비치(Non Nuoc Beach)다. 호텔 수영장은 부족함 없이 완벽해 모래에 발을 들일 시간이 좀처럼 나지 않았다. 이 호텔의 총지배인 피오르트 마데이(Piotr Madej)는 “베트남 해변은 개인 기업이 소유할 수 없고 모두 국가의 땅이다. 투숙객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지만, 이 앞은 호텔을 지나야만 들어갈 수 있어 외부인이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아무도 밟지 않은 모래에 발자국을 깊이 새기며 바다로 향해봤다. 안전 요원이 따라왔다. 두바이 버즈알아랍의 전용비치에서 만난 안전 요원보다 더 편안했다. 파도만 어루만지고 있자니 바다에 들어가도 괜찮다며 시도해보라고 얘기해준다. 다낭의 명소 오행산을 걸어서 갈 수 있지만, 멀리 바나힐과 대관람차의 불빛이 반짝였지만, 짧은 여정이라면 호텔 안에서 보내는 것으로 충분한 휴식이 된다.
레스토랑 ‘마담 손’에서 세 끼를 먹어도 물리지 않았다. 조식 뷔페에는 김밥과 김치까지 갖췄다. 점심에 먹는 쌀국수와 햄버거, 샌드위치, 파스타는 여기가 한국인가 착각하게 했다. 저녁은 베트남식 풀코스가 가능하다. 편식쟁이만 아니라면 일주일, 아니 한 달도 가능할 것 같다. 며칠 사이 레스토랑 직원도, 리셉션 직원도 가족처럼 따스하게 느껴졌다. 얼룩지고 먼지 낀 어제를 털어내고 따스한 가을 햇살에 말린 빨래처럼 바삭하고 깨끗한 오늘을 맞이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여행이다.
골프는
다낭 메리어트에서 호이안으로 이동하는 택시 안에서 여러 개의 골프장을 발견했다. 호텔에 문의해 골프장 정보를 얻었다. 골프 패키지를 곧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세계 유명 설계가의 작품만 한곳에 이렇게 모으기도 어려울 것 같다.
글_줄리아 강(여행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