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전북)=한이정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주변에서 ‘허인회 프로랑 어떻게 같이 또 치냐’고 걱정하시더라고요.”
전반기 마지막을 뜨겁게 달궜던 비즈플레이-원더클럽오픈(총상금 7억원). 4타 차 선두였던 장유빈은 연장전에서 허인회에게 우승을 내줬다. 올해만 세 번째 준우승. 장유빈은 허망한 표정으로 그린을 빠져나갔다.
“연장전 끝나자마자 펑펑 울었다. 다른 것보다 내 자신에게 화가 좀 많이 났다. 내 플레이를 하지 못하고, 스트로크를 못한 게 화가 많이 나더라.”
장유빈은 다음 날까지 채를 잡지 않았다. 화요일에는 별 수 없이 연습장에 나갔다. 그는 “월요일에는 골프가 정말 쳐다보기도 싫었는데, 연습하면서 조금씩 풀었다”고 털어놨다.
또 우승을 놓쳤다. 선수 본인이 가장 서운했을 터. 장유빈은 “익어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시행착오 없이 한 번에 올라간다면 나중에 떨어졌을 때 더 힘들지 않을까. 지금은 프로 첫 단계다. 단추를 잘 끼웠다고 생각하고 정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이런 게 하나하나 모이면 또 다른 장유빈을 만들지 않을까”하고 전했다.
후반기 첫 대회. 지난해 아마추어 신분으로 출전했던 이 대회에서 우승한 장유빈은 디펜딩 챔피언으로 무대에 나섰다. 1라운드 동반자는 다름아닌 연장패를 안겨준 허인회.
장유빈은 “걱정은 없었다. 그 대회 아쉬움은 그 대회에서 남겨야지 계속 끌고가고 싶지 않았다. 굳이 생각하거나 그러지 않았다”면서 “정말 많은 분들이 허인회 프로님과 같이 치는 걸 물어보시더라. 근데 연장에서는 프로님이 잘해서 내가 진 거다”고 말했다.
16번홀쯤 허인회는 장유빈에게 “너 정말 잘한다”고 칭찬했단다. 씩 웃으며 전한 장유빈은 이날 버디 7개, 보기 1개로 6언더파 66타를 적어냈다. 공동 6위로 산뜻한 출발.
장유빈은 “만약 오늘 잘 안 됐다면 조금 힘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번에도 안 되면 생각이 깊어졌을 수도 있는데, 이번에 잘 마무리해서 남은 3일도 더 열심히, 좋은 기억을 갖고 열심히 하겠다”고 얘기했다.
올해 목표는 대상. 대상을 차지하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Q스쿨 최종전에 직행하는 특전을 받을 수 있다. 큰 무대에 도전하는 장유빈에게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장유빈은 “시즌을 시작할 때부터 목표는 대상이었다.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잡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도 생각한다”면서 “우승 기회가 있을 때는 우승 생각을 너무 많이 해서 스스로를 쫓은 것 같다. 이번 대회는 우승 생각을 내려놓고 최대한 즐기려고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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