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골프의 ‘살아있는 전설’ 최경주가 또 새역사를 장식했다.
최경주는 29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커누스티골프링크스(파72)에서 열린 시니어오픈(총상금 285만 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4개, 보기 4개를 묶어 2언더파 70타를 적어냈다.
최종 합계 10언더파 278타를 기록한 최경주는 리처드 그린(호주)을 2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이다.
아시아 선수가 시니어오픈에서 우승한 것은 2002년 스가이 노보루(일본) 이후 최경주가 처음이다. 시니어오픈은 PGA투어 챔피언스와 DP월드투어의 시니어투어가 주관하는 메이저 대회다. 최경주는 이 우승으로 내년 디오픈챔피언십 출전권까지 손에 넣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8승을 기록한 후 2020년부터 만 50세 이상 선수들이 출전하는 PGA투어 챔피언스에 진출한 그는 그해 퓨어인슈어런스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른 바 있다.
1타 차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들어선 최경주는 초반 흔들렸다. 1번홀(파4)에 이어 5~6번홀에서 연속 보기를 범하며 순식간에 3타를 잃었다.
9번홀(파4)와 10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으며 분위기 반전에 나선 최경주는 12~13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또 해내며 잃었던 타수를 만회했다. 그는 14번홀(파5)에서 이글을 해내며 우승에 다가섰다. 마지막 홀(파4)에서 보기를 범하긴 했지만, 우승을 결정짓기에는 무리가 없었다.
최경주는 “코스에서 경기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이번 주에 필사적으로 경기했다. 퍼트가 많은 도움이 됐다. 아이언 컨트롤도 좋았던 것 같다. 이번 주에 20피트 이내 퍼트를 거의 다 넣은 것 같다. 그게 우승의 원동력이었다”고 되돌아봤다.
이어 “이 코스가 바람이 많고, 벙커로 까다롭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이 있는 코스이다. 기다리고, 인내하는 것이 필요한데, 기도하는 마음으로 기다리면서 경기했다. 우승해서 기쁘다”고 덧붙였다.
우승은 최경주의 소원 중 하나였다. 그는 “정말 우승이 하고 싶었다”면서 “초반 6홀에서 3오버파를 기록해 너무 힘들었다. 그러나 7~9번홀을 지나면서 다시 감을 찾았고 더 편안하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 어찌됐든 편하게 마음을 먹으려고 했다. 14번홀 이글이 큰 도움이 됐다. 참고 기다리니 내게 기회가 온 것 같다”고 전했다.
최경주는 지난 5월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SK텔레콤오픈에도 출전해 박상현과 연장 접전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당시 우승으로 KPGA투어 최고령 우승 기록을 새로 써내기도 했다.
최경주와 함께 이 대회에 출전한 양용은은 최종 합계 4오버파 292타로 공동 19위에 자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