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사람을 위해 얘기하자면 카일 버크셔가 2017년부터 길러온 삼손 같은 머리카락은 사실 대회에 참가할 때 분당 200번씩 뛰면서 터질 것 같은 심장을 가리기 위한 용도다. 티잉 에어리어로 성큼성큼 올라가는 그의 뒷주머니에는 이제 곧 공략할 페어웨이를 바둑판처럼 잘라서 단단한 부분과 사소한 경사까지 모두 분석한 노트가 꽂혀 있는 것이 윤곽으로 드러난다. 그리고 보이지는 않지만 그의 머릿속에서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이 울려 퍼진다. 경주마인 시크리테리엇이 1973년 벨몬트 스테이크스에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할 때 스포츠 캐스터인 칙 앤더슨이 외치던 소리다. 그리고 배우인 로버트 듀발이 골프 영화 <유토피아의 7일>에서 이렇게 속삭이던 장면을 떠올린다. “마음으로 느껴…. 믿으라고.”
이제 멋진 장면이 펼쳐질 차례다. 드라이버가 밑으로 지나갈 수 있을 만큼 티를 높이 꽂고 스모 선수처럼 옆으로 발을 디디면서 보폭을 넓히고 오른발을 마지막으로 딛는 순간 백스윙이 시작된다. 버크셔의 회전은 어마어마하고 톱에서 손이 어찌나 높이 올라가는지 거의 하늘에 닿을 것만 같다.
버크셔의 다운스윙은 골프 역사상 가장 파워 넘친다고 해도 될 정도다. 일관되게 시속 240km를 상회하는 클럽 속도와 시속 370km에 달하는 볼 스피드는 경쟁자들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그는 2019년 9월에 열린 챔피언십을 포함해 최근 참가한 세 번의 WLD 대회에서 모두 우승했다. 이제 그의 목표는 더 원대해졌다. “처음으로 진지하게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버크셔는 말했다. “지금까지는 대체로 유전적인 요소 덕분에 얻은 결과였다. 이제 그걸 가다듬기 시작한 것이다. 2년 이내에 볼 스피드를 시속 380km까지 높이는 게 목표다.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양쪽 귀의 중간 주파수 청력을 42% 상실한 채로 태어난 버크셔(그래서 관중의 함성을 거의 듣지 못한다)의 발사 각도와 스핀율은 일반적인 수준을 훨씬 상회한다. 그는 볼의 ‘종단 속도’를 기록하고 볼이 지면으로 향할 때의 각도를 연구하며 심지어 스핀의 효율성까지 따진다. “코치인 보비 피터슨은 군대에서 탱크 전문가였기 때문에 미사일, 그러니까 내 경우는 볼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잘 안다.”
버크셔는 대회에 나갈 때 드라이버를 12개에서 15개까지 챙긴다. 모두 자신에게 맞게 조정하고 납 테이프를 붙였다. “여기서는 칭칭 감고 구부리고 조정하는 것이 흔하다.” 그는 말했다. “그리고 나는 그런 것을 전부 눈여겨본다.”
그는 세 살 때 골프를 처음 배웠고 노스텍사스대학에서 선수로 활약하다가 센트럴플로리다대학에서 학위를 마쳤다. 장타에 뛰어든 건 2017년이었고 처음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비밀정보국에서 근무하던 아버지 빌 버크셔가 그와 함께 다닌다. “카일은 이제 스물세 살이기 때문에 자동차를 빌리기 힘들어서 내가 그런 일을 대신해준다.” 빌은 자기 아들이 여섯 살 때 250야드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재능을 타고난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카일의 장타 비결
“클럽이 볼에 닿기 훨씬 전 벨트 고리 오른쪽이 타깃을 가리킬 정도로 히프를 빠르게 회전한다고 생각하면서 다운스윙을 시작한다. 이때 벨트 고리가 동시에 위로 올라가야 한다. 폭발적으로 위를 향하는 이런 움직임이 회전과 합쳐지면 볼이 한없이 날아간다.”
글_가이 요콤(Guy Yocom) / 정리_고형승 골프다이제스트 기자(tom@golfdige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