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티 타와타나낏(21·태국)을 위한 무대가 마련됐다. 타와타나낏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 ANA 인스피레이션(총상금 310만 달러) 제패까지 하루만을 남겨놨다.
타와타나낏은 4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미라지의 미션힐스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3라운드까지 합계 14언더파 202타로 단독 선두를 달렸다. 공동 2위 그룹과 5타 차.
장타자인 타와타나낏은 장타 친화적 미션힐스 컨트리클럽에서 장타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홀까지 더 짧은 클럽으로 공략할 수 있다. 파4홀에서 가장 많이 잡은 클럽은 9번 아이언"이라고 할 정도로 비거리 장점을 보인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드라이버 샷 비거리. 2라운드에서 339야드의 티 샷을 기록했고, 3라운드에선 348야드의 티 샷을 날렸다.
LPGA에 따르면 타와타나낏은 4번홀(파4)에서 무려 360야드의 드라이버 샷을 날렸다. 11번홀에선 드라이버로 338야드를 보낸 뒤 7번 아이언으로 투온에 성공했다. 사실상 드라이버를 쥘 때마다 300야드 이상을 때려냈다는 것이다.
정확도까지 놀랍다. 보통 장타자에게 정확도를 겸비하기란 어려운 일 중 하나인데, 타와타나낏은 이날 페어웨이 안착률도 71.43%(10/14)를 기록했다. 그린 적중률도 77.78%(14/18)로 높았고 퍼팅도 28개에 불과했다.
LPGA는 "타와타나낏을 위한 무대가 준비됐다"며 "최종 라운드에서 압박감 테스트만 통과하면 타와타나낏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주 KIA 클래식에서 5타 차로 최종 라운드를 출발해 5타 차 우승을 차지한 박인비(33)는 "1~2타 차로 앞섰다가 우승을 못하는 건 괜찮지만 5~6타 차로 앞서다가 우승하지 못 하면 정말 내가 못한 것이기 때문에 부담스럽다. 타수 차이가 클수록 부담감이 커진다. 타와타나낏이 최종 라운드에서 감당해야 할 압박감"이라고 조언했다.
LPGA는 "그녀를 아는 사람들에겐 타와타나낏의 이런 활약이 전혀 놀랍지 않지만 불행하게도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사람들만 이 사실을 안다"고 전했다.
대학 시절 UCLA에서 활약하며 7승이나 거둔 타와타나낏은 시메트라투어에 데뷔해 2019년에만 세 번 우승하며 2020년 LPGA 투어 카드를 받았다.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신인 부문만 2020년과 2021년이 통합돼 올해도 루키 신분인 타와타나낏은 지난 2월 게인브리지 LPGA에서 거둔 공동 5위가 이번 시즌 가장 좋은 성적이다.
신인상 랭킹 1위를 달리곤 있지만 크게 눈에 띄는 성적은 없었던 타와타나낏은 이번 대회에서 자신의 장기를 마음껏 발휘하고 있다.
LPGA는 타와타나낏과 연습 라운드를 함께 한 고진영(26)이 타와타나낏의 샷을 보고 도대체 누구냐고 물어봤을 정도라고 전했다.
그러나 타와타나낏은 겸손한 태도를 보인다. 타와타나낏은 "신인이라 아직 배울 게 많다. LPGA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이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타와타나낏은 "매일이 내 뜻대로 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난 우승 경쟁으로 인한 성장이 결실을 맺는다고 생각한다. 계속 배우고 경쟁할 것이다. 꼭 이번 주가 아니어도 된다. 앞으로 길게 선수 생활을 할 것이고 내 방식대로 경기를 계속할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는 데도 이 사고방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타와타나낏은 1984년 줄리 잉크스터(미국) 이후 27년 만의 루키 ANA 인스피레이션 제패이자, 대회 역대 네 번째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노린다.
타와타나낏은 "오늘 성적은 두고 가겠다. 정말 좋은 라운드를 했고 이제는 과거일 뿐"이라며 "내일 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 오늘 라운드에서 개선할 게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밖에 안 든다. 3라운드 후반에 좀 지쳐서 에너지를 높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내 목표다. 그리고 침착하게 경기할 것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정말 행복할 거다. 좋은 한 주를 보내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타와타나낏은 오는 5일 오전 5시 45분부터 앨리 유잉(미국)과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다.
[주미희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chuchu@golfdige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