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그레그 노먼(56·호주)은 향후 10년간 아시안투어에 2억 달러(약 2342억원)를 쏟아부을 사우디아라비아의 자금 지원 기관인 LIV 골프 인베스트먼트 CEO로 공식 임명됐다. 초기 계획은 2022년부터 시작되는 10개 대회 시리즈를 창설하는 것, 더 큰 임무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맞설 글로벌 골프 서킷을 만드는 것이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는 2일(한국시간) 노먼과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골프다이제스트는 "그는 자신이 있는 조직이 사우디아라비아의 대중적 이미지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골프 게임을 성장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묘사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노먼은 골프다이제스트와 인터뷰에서 "프로 골퍼로서 40년 동안 전 세계의 많은 곳에서 골프의 성장과 발전으로부터 이익을 얻는 것을 봐왔다. 내가 LIV 골프 인베스트먼트의 CEO가 되었을 때 골프 경기의 성장으로부터 큰 이익을 얻지 못하고 있는 아시안투어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나는 단지 더 많은, 훌륭한 선수들이 발전할 수 있는 침대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아이스하키 선수에서 은퇴한 뒤 뛰어난 골프 선수, 코스 디자이너 등으로 활동한 스벤 툼바(스웨덴)를 언급하며 "그는 골프가 존재하지 않던 스웨덴에서 이제는 스웨덴 선수가 메이저 우승을 차지하기까지 하는 변화를 일으켰다. 아시안투어도 마찬가지다. 아시안투어에 투자함으로써 골프 게임을 성장시킬 수 있다면 그것은 축복인 일이다. 그것이 잘못된 일은 아니고 비난해서도 안 될 일이다"라고 강력하게 말했다.
노먼이 CEO로 취임한 LIV 골프 인베스트먼트 투자 자금 대부분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펀드(PIF)에서 나온다. 이 펀드가 사우디 정부와 직접 연결되면서 사우디 왕실이 '스포츠 워싱'의 목적으로, 인권유린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포츠를 관심의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그는 "우리의 주요 투자자인 PIF는 상업적으로 운영하는 단체이며 매우 자율적이다. 그들은 전 세계에 투자 결정을 내리며 상업적인 이유로 미국 주요 기업에 투자하기도 한다. 또한 그들은 상업적인 기회를 위해 LIV 골프 인베스트먼트에 투자했다. 그들은 골프에 대해 매우 열정적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 3년째 왕래하고 있지만, 문제가 된 여성 권리와 관련해서는 감명을 받았다. 식당에 들어가니 여성들이 있었고 부르카를 쓰지 않았다. 여성들이 골프도 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골프다이제스트는 "사우디아라비아는 2021년 세계경제포럼(WEF) 세계 성 격차 지수에서 153개국 중 147위에 머물렀다. 인권감시단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여성 인권 개혁에도 불구하고 사우디 여성들은 결혼, 탈옥, 특정 건강관리를 받기 위해서는 남성 보호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한 결혼, 가족, 이혼, 자녀 양육권을 포함한 자녀와 관련된 결정에서도 계속해 차별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노먼은 큰 관심사인 2억 달러의 쓰임새에 대해서는 "아시안투어는 코로나19로 인해 숨통이 막혔다. 선수들은 매우 경기에 출전하고 싶을 것이다. 전 세계가 다시 열리기 시작했고 우리도 일정을 짜고 있다. 자금은 올바른 방법으로 사용되도록 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는 202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사우디 인터내셔널에 소속 선수들의 출전을 금지하는 강경책을 세우기도 했다. 사우디 인터내셔널은 내년부터 아시안투어 대회로 열릴 예정이다.
이에 대해 노먼은 "PGA 투어 입장을 내가 대변할 수는 없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골프라는 게임을 성장하고 발전시키는데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아시안투어를 만들고 있다. 지금 집중하고 있는 건 아시안투어뿐이다. 우리의 계획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이 모였고 계획을 실행하는 훌륭한 팀이 나를 도와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년에 신설할 10개 대회는 72홀 형식이며 USGA와 R&A 규칙이 적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