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26)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21시즌 최종전인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500만 달러) 우승을 차지했다.
고진영은 2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9개를 잡아내는 완벽한 경기를 펼쳐 9언더파 63타를 작성했다.
최종 합계 23언더파 265타를 기록한 고진영은 2위 하타오카 나사(일본)를 1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고진영은 7월 볼런티어스 오브 아메리카 클래식 우승을 시작으로 9월 캠비아 포틀랜드 클래식, 10월 커그니전트 파운더스 컵,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우승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정상에 오르며 시즌 5승을 달성하고 화려하게 2021시즌 피날레를 장식했다. LPGA 투어 통산 12승째.
LPGA 투어에서 한 시즌에 5승을 기록한 선수는 2016년 에리야 쭈타누깐(태국) 이후 5년 만에 고진영이 처음이다.
넬리 코르다(미국)와 올해의 선수상을 놓고 최후의 경쟁을 펼쳤던 고진영은 우승으로 포인트 30점을 더해 211점을 기록, 코르다를 제치고 올해의 선수의 주인공이 됐다.
이 대회 전까지 코르다가 올해의 선수 191점으로 1위, 고진영이 181점으로 2위를 기록하고 있었고 고진영이 우승하면 코르다의 성적과 상관 없이 올해의 선수상을 차지할 수 있었다. LPGA 투어에서 2회 이상 올해의 선수에 오른 선수는 총 14명이었고 고진영도 이 명단에 합류했다. 특히나 한국 선수가 올해의 선수에 두 번이나 오른 건 고진영이 처음이다.
코르다는 이날 공동 5위(17언더파 271타)로 올해의 선수 포인트를 6점 추가하는 데 그쳐 197점을 기록했다.
또한 고진영은 우승 상금 150만 달러(약 17억8000만원)를 획득해 시즌 상금 350만2161 달러(41억6000만원)을 모았고, 코르다를 제치고 상금 1위까지 차지했다. 2019년에 이어 올해까지 3년 연속 상금왕이다. 고진영은 2019년 올해의 선수상과 상금왕, 베어 트로피(최소 타수 상)를 받은 바 있다.
그는 한 시즌 LPGA 투어 성적을 포인트로 환산한 레이스 투 CME 글로브 부문에서도 챔피언에 올랐다.
또한 고진영은 커그니전트 파운더스 컵에 이어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까지 올해 2개 대회에서 타이틀 방어에 성공하는 진기록도 작성했다.
지난 5월부터 안고 있는 손목 통증을 포함해 개인 타이틀 경쟁까지 모든 압박감을 이겨낸 우승이었다. 고진영은 1라운드 9번홀부터 최종 라운드까지 63개 홀 연속 그린을 한 번도 놓치지 않는 완벽한 샷 감각을 뽐냈다. 2~4라운드 그린 적중률 100%(54/54)였고 페어웨이 안착률도 91.1%(51/56)나 됐다.
공동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출발한 고진영은 1번홀(파5)부터 먼 거리 버디를 잡아내며 기분 좋게 출발했고 날카로운 샷을 바탕으로 8번홀까지 버디만 5개를 골라내 3타 차 단독 선두를 달렸다.
9번홀(파4)에서 6m 버디에 성공한 고진영은 11번홀(파4)에서 7m 버디, 13번홀(파4)에서 4.5m 버디를 차례로 잡아내며 압도적인 퍼트감도 선보였다.
그는 17번홀(파5)에서 6번 아이언으로 2온에 성공한 뒤 가볍게 버디를 낚았고 마지막 18번홀(파4)에서도 먼 거리에서 파에 성공, 8언더파를 몰아치며 추격한 하타오카를 1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을 확정했다.
고진영은 시상식에서 "내가 생각해도 굉장한 한주를 보냈다"며 "올 시즌 초반에는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캐디, 매니저 등 옆에서 도와준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고 이번 경기와 한 시즌을 자평했다.
그러면서 "이 대회에 처음 출전했을 때는 성적이 그다지 좋지 못했는데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우승하면서 이 코스가 매우 좋아졌다. 회원권을 사고 싶을 정도"라며 고진영다운 재치를 덧붙였다.
고진영과 함께 3라운드 공동 선두에 오르며 동반 플레이를 펼친 코르다는 고진영이 초반부터 압도적인 경기력을 펼친 탓에 2타를 줄이는 데 그쳐 올해의 선수 경쟁이 다소 싱겁게 끝났다.
그는 올 시즌 4승, 도쿄 올림픽 금메달 등 최고의 한 해를 보냈음에도 올해의 선수상, 상금왕 등 개인 타이틀은 고진영에게 내줘야 했다.
하지만 코르다는 올해의 선수, 상금왕의 주인공이 된 고진영이 챔피언 퍼트를 마무리하자 그를 향해 손뼉을 치며 포옹했다. 또한 "동반 플레이한 고진영의 모든 샷, 모든 퍼트를 보는 것이 멋졌다"며 축하를 건넸다.
베어 트로피(최소 타수 상)는 공동 9위(15언더파 273타)를 기록한 리디아 고(뉴질랜드)에게 돌아갔다. 평균 타수 1~3위인 코르다, 고진영, 유카 사소(필리핀)가 최소 규정 라운드인 70라운드를 치르지 못해 이 부문 4위였던 리디아 고가 베어 트로피를 받는다.
이외에 전인지(27)가 최종 라운드에서 7언더파를 몰아쳐 공동 9위(15언더파 273타)에 올랐고, 유소연(31), 김세영(28), 이정은(25)은 공동 15위(13언더파 275타)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