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예빈(19)은 13세였던 2015년 여자 주니어 상비군으로 발탁돼 일찌감치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2018년 국가대표 상비군을 거쳐 2019년 국가대표를 지냈다. 지난해 프로 무대에 데뷔해 6월 점프투어(3부) 데뷔전인 그랜드·삼대인 점프투어 1차전에서 데뷔하자마자 우승을 차지했다. 승승장구할 거라는 예감과 달리 외외로 1년 반 동안 행보가 조용했다. 그리고 지난 19일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2022시즌 정규투어 시드 순위전 본선을 수석으로 통과하며 다시 존재감을 과시했다.
손예빈은 "시드전 수석 통과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라며 "홀마다 스코어보드가 없어서 선두인지 모르고 경기했고 스코어카드 접수할 때 내가 1위라는 걸 알았다. 경기 감각이 그렇게 좋지 않은 상태여서 생각지도 못했고 뜻밖의 결과를 얻었다. 보답, 선물 받는 느낌이었다"며 기뻐했다.
그는 점프투어 우승 직후 다소 힘든 시기를 보냈다. 지난해에도 정규투어 시드전에 도전했지만 37위에 그쳤고 올해 드림투어(2부)에서 활동하며 상금 랭킹 20위 안에 들어 2022년 정규투어 시드를 확보하는 게 목표였지만 상금 랭킹 48위에 그쳤다.
점프투어에서 데뷔하자마자 우승하면서 자신이 당연하게 잘할 거라고 생각했다는 손예빈은 "현실은 그렇지 않아서 정신적인 타격이 왔다. 내가 당연히 잘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손예빈은 "지금 돌아보면 당시가 프로에 입문해서 시행착오를 겪고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때 당시에는 '내가 여기서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 울기도 많이 울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사실 2부투어가 정말 그렇게 쉬운 곳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2부투어에도 실력 좋은 선수들이 정말 많다. 정규투어와 그냥 리그가 다를 뿐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편견 아닌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2부투어에서 활동하면서 마음가짐의 변화가 있었다. 그게 이번 시드전을 치르면서도 큰 도움이 됐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지난해에는 시드전을 통해서 바로 정규투어에 올라가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긴장을 많이 했다면, 올해는 오히려 내려놓고 편안하게 경기를 치렀다는 것이다.
손예빈은 "작년에 시드전을 한 번 봤기 때문에 한 번에 잘 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건지를 알게 됐다. 그래서 사실 올해 목표가 드림투어 상금 랭킹으로 정규투어에 올라가는 게 목표였다. 그런데 상금 랭킹 20위 안에 들지 못해서 그냥 내년에도 드림투어에서 활동하면서 더 단단해지고 성장하자고 생각하고 있었다. 지난해와 달라진 건 골프 실력보다는 마음가짐인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화수분이라고 일컫는 정규투어는 몇 년에 한 번씩 실력이 쟁쟁한 루키들이 몰리는 기수가 탄생한다. 2014년 고진영(26), 백규정(26), 김민선(26), 박성현(28)이 그랬고 2019년 조아연(21), 임희정(21), 박현경(21)이 그랬다. 손예빈을 비롯해 윤이나(18), 권서연(20), 이예원(18), 서어진(20) 등이 데뷔하는 2022년도 치열한 신인상 경쟁이 예고됐다.
하지만 손예빈의 목표는 우승, 신인상보다는 그저 편하게 플레이하는 것이다. 손예빈은 "첫해라서 내가 어느 정도 기량인지 정확하게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일단 한번 부딪혀보고 싶다. 적응하는 기간이었으면 좋겠고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알아가는 과정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후에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한다.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고진영과 함께 경기하고 마음이 바뀌었다.
손예빈은 "2라운드에서 진영 언니, (박)민지 언니와 함께 경기했다. 나는 그저 갤러리 하는 마인드로 갔다"며 크게 웃은 뒤 "2라운드에서 진영 언니가 8언더를 치셨다. 그리고 결국에는 우승까지 하셨다. 첫날에 저희가 스코어가 1언더파였는데, 스코어를 끝까지 만들어가는 걸 보고 역시 다르다는 걸 느꼈다. 그날 잘 치셔서 더 그랬겠지만 부족한 점이 없었다. 위기 상황조차 안 만드셔서 계속 감탄하면서 봤다"고 돌아봤다.
특히 당시 고진영이 LPGA 투어에 꼭 와보라는 이야기를 해줬다며 "'LPGA 투어에 가는 게 현명할까'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언니 얘기를 듣고 나니 생각이 바뀌었다. BMW 대회에서 LPGA 투어의 분위기를 조금 느껴보니 나도 이런 곳에서 경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코스 세팅, 선수들 대우 등이 굉장히 멋있었다"고 설명했다.
닮고 싶은 선수는 고진영과 임희정. 그는 "(임)희정 언니는 나와 2살 차이인데 어렸을 때부터 언니가 얼마나 성실하고 골프를 대하는 태도가 좋으신지 옆에서 봐왔다. 꼭 닮고 싶다"고 밝혔다.
손예빈은 다음 달 중순 전남 해남에서 체력 훈련을 한 뒤 1월 7일에 미국 팜스프링으로 출국해 7주 동계 훈련에 들어간다.
그는 "나는 자신감 있는 플레이가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정규투어에서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 정규투어에서 빨리 적응하기 위해 동계 훈련 때 쇼트게임을 집중적으로 연습할 생각"이라며 활짝 웃었다.
[사진=나이키, KLPG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