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한이정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사람은 바닥을 치는 시기가 있다. 박결(26)은 지난해 심한 부진을 겪었다. 하지만 새 시즌 개막전부터 한 라운드에 샷 이글을 두 번이나 하는 진귀한 경험을 했다. 이를 기점으로 재기하겠다는 다짐이다.
박결은 9일 제주 롯데스카이힐제주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롯데렌터카여자오픈 3라운드에서 이글 2개, 버디 3개, 보기 3개를 묶어 4타를 줄였다.
중간 합계 4언더파 212타를 기록하며 톱10 진입 가능성을 열었다. 최종 라운드도 좋은 샷 감을 이어간다면 톱10 이상도 노려볼 만하다.
주목할 만한 건 9번홀(파5)과 11번홀(파4)에서 나온 샷 이글이다. 한 라운드에 두 번이나 샷 이글을 성공시켰다.
박결은 “어이 없고도 처음 있는 일이다. 이글을 한 지 정말 오래 됐다. 2019년에 샷 이글을 마지막으로 했고, 퍼터로는 2020년에 했는데 한 라운드에 두 번 한 건 태어나서 처음이다. 믿기지도 않고 황당하고 재밌었다”고 웃었다.
예쁜 미모에 좋은 팬 서비스, 실력까지 겸비해 필드 요정이라 불리던 박결은 지난해 부진을 심하게 겪었다. 상금 순위는 69위로 떨어지며 시드를 잃었고, 28개 대회 중 13번 컷 탈락했고, 2번 기권했다. 좀처럼 잘 풀리지 않았다. 결국 시드순위전까지 치러야했고, 27위로 정규투어에 다시 입성했다.
박결은 “오히려 더 편안하다. 그동안 골프에 너무 힘들게 매달린 것 같다. 그동안 너무 잘 돼서 잊고 살았던 것 같다”면서 “작년에는 힘든 게 너무 컸다. 내려놓자는 마음이 생겼다. 그 정도로 정신적으로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2014년 이후 처음으로 시드전에 갔다. 엄청 힘들긴 했지만 그 전부터 시드전에 간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괜찮았다. 너무 오랜만에 가본 코스라 적응하기 힘들었는데 그래도 똑같은 대회 아닌가”하고 담담히 전했다.
결국 8년 만에 간 시드전에서 시드를 따냈다. 이후 태국으로 전지훈련을 갔다. 박결은 “워낙 거리가 안 나가는 편이라 거리 늘리는 걸 중점을 뒀다. 그래서 작년보다는 비거리가 늘어난 것 같아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재기를 해야 하는 시즌이 아니냐는 질문에 박결은 “나는 워낙 걱정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개막전 전에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작년에 워낙 안 됐으니까 작년처럼 안 되면 어떡할까 싶었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박결은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는 “안 되면 어쩔 수 없지, 올해는 편하게 생각하려고 한다.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내가 힘들 때 부모님도 같이 힘들어하셨다. 부모님이 ‘사람은 다 살아갈 수 있으니까 안 되더라도 섣불리 걱정하지 말자’고 하셨다”고 덧붙였다.
“4일 다 치는 게 목표였다“고 웃은 박결은 “작년에는 워낙 2일만 치고 간 적이 많다. 4일 다 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내일도 재밌게 치고 싶다. 부담을 많이 내려놨다”고 전했다. 바닥을 한 번 치고 다시 올라선 박결이 개막전을 어떻게 마무리할지 주목된다.
[사진=KLPG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