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되게 힘들었어요.”
어마어마한 한 해를 보낸 뒤 맞이한 새 시즌. 굳이 스포트라이트를 비추지 않아도 주변에서 오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중압감을 이겨내는 것 역시 프로 선수가 해야 할 일. 박민지(24)는 부담을 떨치기보다 안고 가기로 결정했다.
박민지는 1일 막을 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크리스F&C 제44회 KLPGA챔피언십에서 최종 합계 6언더파 282타를 적어내며 공동 4위를 기록했다. 올해 처음으로 톱5에 든 박민지는 점점 경기 감각을 찾아가고 있다.
지난해 박민지는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6승을 챙기며 상금왕, 대상포인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상금으로만 박민지가 번 금액이 15억2137만4313원일 정도로 역대급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올해는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미국에서 훈련하며 새 시즌을 차분하게 준비했으나 개막전 직전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넥센·세인트나인마스터즈도 후유증 때문에 기권했을 정도로 몸이 안 좋았다. 심기일전하며 시즌 첫 메이저 대회에 나섰고 톱5로 마치며 한숨 돌렸다.
박민지는 “코로나19를 심하게 앓았다. 백신도 3차 접종까지 하고 가족 중에서는 제일 건강하다고 생각했는데 가장 증세가 심했다”면서 “일주일 격리였는데 7일차까지 아팠다. ‘내가 밖에 나가도 되나?’ 싶었다. 8일차에도 나은 게 없었다”고 떠올렸다.
전지훈련 때도 아쉬움은 있었다. 잔디에서 공을 칠 수는 있었으나 체력 훈련을 하지 못했다. 여러모로 불안한 마음을 안고 시즌에 들어했는데 다행히 조금씩 감을 찾고 있다.
이제 지난해 잘 해서 얻은 부담감을 떨쳐낼 때다. 박민지는 “지금까지도 부담스럽다. 늘 인터뷰에서는 없다고 하지만 없을 수 없다. 되게 힘들었다. 작년은 작년이고,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작년이 계속 떠오르면서 ‘나 지금 힘든데 쉬어도 되나’ 싶고, 더 잘 해야 한다 싶어서 여러 생각이 떠올랐다”고 전했다.
옆에서 도와주는 이는 캐디다. 박민지는 “경기 중에도 사람들이 나를 보고있다고 느끼니까 ‘이걸 넣어야겠다’ 싶은 압박감이 있다. 작년의 나는 잘했던 사람이니까. 캐디 오빠가 부담을 없애려고 하지 말고 익숙해지는 연습을 하자고 하더라. 그래서 지금은 모르겠다. 또 결론은 시간이 약이다”고 회상했다.
부담을 즐겨야겠다고 깨달았다. 또 부담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연습’임을 배웠다. 박민지는 “헤쳐 나가야 하는 일이다. 죽어라 연습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작년보다 잘 안 되는 이유도 그린 적중률 등 전체적으로 지표가 조금씩 떨어졌다. 연습을 열심히 해야겠다”고 설명했다.
시즌과 함께 체력 훈련도 병행할 생각이다. 박민지는 “미국 선수들도 아침에 알 벨 것 같이 운동하고 나간다고 하더라. 타이거 우즈도 아침에 데드리프트 말도 안되게 하고 나간다고 들었다. 그래서 미국 선수들이 롱런하는 게 아닐까. 나도 중간중간 부상 입은 게 근력이 떨어질 때였다”고 말했다.
부담을 크게 느끼는 와중에도 해결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경기 감각도 돌아오고 있다. 박민지가 지난해 6차례나 느낀 우승 영광을 올해도 누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