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골프 산업은 풍요로웠다. 골프 장비는 혁신과 동시에 안정적인 디자인으로 완성도를 높이는 단계로 발전을 거듭했고, 어패럴은 패션업계의 트렌드를 주도했다. 골프다이제스트 에디터들은 올해 투어와 골프 시장을 뜨겁게 달군 제품 중에서 더 나은 8가지 클럽과 골프볼, 어패럴을 골랐다. 보다 더 까다롭고 깐깐하게.
◇ 테일러메이드 Stealth
이건 파격적인 혁신이다. 올해 출시한 드라이버 중 대표작을 뽑는 데 망설임은 없었다. 테일러메이드는 약 20년 동안 카본 페이스 개발에 몰두한 결과물을 내놓았고, 60 레이어 카본 트위스트 페이스를 장착한 스텔스는 클럽 시장에 열풍을 일으켰다. 스텔스의 달라진 특장점은 카본 소재를 통해 줄인 무게다. 기존 티타늄 페이스보다 40% 가벼운 카본 페이스로 공에 더 강한 힘을 전달해 비거리 증가 효과를 얻었다. 남은 무게는 솔에 재배치해 무게중심을 낮췄고, 페이스의 유효 타구 면적을 더 넓게 설계해 중심을 벗어난 타격에도 비거리 손실을 줄였다. 카본 페이스의 문제점이었던 내구성과 타구음을 보완한 것도 성공 요인이다. 세계 랭킹 1위에 복귀한 로리 매킬로이도 한몫.
◇ 타이틀리스트 TSR3
세 번째 TS 시리즈는 획기적인 변화보다 전통성을 유지한 안정적인 개선과 퍼포먼스 향상에 집중했다. 올가을 출시한 TSR 시리즈는 일관성과 정확성에 초점을 맞췄다. 투어 피드백에서 훌륭한 평가를 받은 TSR3 페어웨이 우드는 풀 체인지보다는 페이스 리프트 버전에 가깝다. TSR3에만 탑재한 슈어핏 CG 트랙 시스템은 5가지 무게중심 설정이 가능해 더 넓은 조정 범위와 더 높은 정교함을 갖췄다. 까다롭게 다뤄야 하는 페어웨이 우드의 관용성과 발사각을 높이기 위해 더 깊고 낮은 무게중심을 페이스 중앙에 가깝게 배치한 것도 특징이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것은 매끈하게 빠진 헤드 디자인이다. 타이틀리스트만의 거부할 수 없는 소유욕을 자극한다.
◇ 캘러웨이 Rogue ST Max
올라운드의 사전적 의미는 ‘만능의, 다재다능한’이다. 일반적으로 골프 클럽에 이 단어를 쓰는 일이 흔치 않지만, 로그 ST 하이브리드를 표현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AI(인공지능)가 설계한 SS22 플래시 페이스는 단조 카펜터 455스틸을 사용했으며 페이스 컵 기술도 적용했다. 결과적으로 모델당 평균 백스핀은 130rpm이 줄었고 발사각도 1.5도 높아졌다. 쉽게 말하면 더 높게 뜨고 더 멀리 날아가는 하이브리드 클럽이라는 뜻이다. 로그 ST 하이브리드는 맥스 외에도 맥스 OS, 맥스 패스트, Pro 등 여러 라인업이 있는데, 그중 맥스는 다양한 실력의 골퍼를 겨냥한 클럽이다. 신기술이 가득한 하이브리드 클럽을 찾는다면 이만한 것도 없다.
◇ 미즈노 JPX923 Forged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아이언 부문 타이틀을 차지한 건 ‘아이언 명가’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미즈노다. 우리가 선택한 클럽 중 유일한 일본 제조사이기도 하다. 올가을 출시한 스테디셀러 JPX923 시리즈는 미즈노의 독자적인 피팅 프로그램인 샤프트 옵티마이저 3D로 축적한 스윙 데이터를 분석해 개발한 아이언이다. 골퍼가 원하는 다양한 퍼포먼스에 대응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된 버전. 헤드 중량을 배분해 관용성과 컨트롤 성능을 높인 스태빌리티 프레임의 개선과 톱 에지 강성을 높인 V 섀시 설계를 새롭게 적용해 특유의 부드러운 타구감과 이상적인 볼 비행을 돕는다. 특히 JPX923 포지드는 크로몰리 4120과 고순도 연철 1025E 소재를 번호별로 다르게 사용해 필요한 퍼포먼스에 따라 탄성과 유연성, 정확한 컨트롤이 가능하도록 했다.
◇ 보키디자인 SM9
밥 보키와 타이틀리스트 웨지 R&D 팀은 SM9 웨지를 이렇게 표현한다. 정밀한 과학기술과 예술적인 공예의 합작품이라고. SM9의 자태를 보면 예술혼이 느껴진다. 전작보다 향상된 타구감과 동시에 잔디를 빠져나가는 예리한 손맛은 느껴본 자의 것이다. 전 세계 투어 선수들의 피드백을 그대로 담은 SM9의 새로워진 무게중심 설계와 그루브는 일관된 볼 비행과 견고한 콘택트, 더 많은 스핀양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그린 주변 쇼트 게임에서 사용량이 많은 웨지 그루브의 내구성 강화를 위해 100% 검수 공정 단계에서 페이스 열처리를 적용했다. 골퍼마다 다른 다양한 샷과 코스 상황에 따른 라이에서 적합한 웨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6가지 그라인드를 제공하고 로프트와 바운스의 완벽한 조합을 찾을 수 있다.
◇ 핑 2023 Tyne G
대부분 새로운 퍼터 라인을 출시하면 공통된 신기술을 포함한다. 하지만 새롭게 출시한 핑 퍼터 라인에는 공통된 신기술이 없다. 핑은 단일 기술에 집중하기보다 퍼터 자체의 성능에 초점을 맞췄다. 핑의 CEO 존 솔하임은 “우리 엔지니어들은 모든 모델에 하나의 공통 기술을 적용하는 대신 가장 인기 있는 디자인의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독창적인 접근 방식을 취했으며, 일부 새로운 모델을 도입했다”고 말한다. 솔하임이 말하는 일부 새로운 모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타인 G다. 인기 모델이었던 타인과 패치의 디자인을 절묘하게 결합했다. 새로운 모델이지만 익숙한 느낌이랄까. 360g의 헤드 무게와 세 개의 정렬선을 가지고 있으며 스트레이트 스트로크를 구사하는 골퍼에게 적합하다. 부드러운 타구감과 쉽게 볼을 집어 올리는 능력도 매력 포인트다.
◇ 타이틀리스트 Pro V1·V1x
74년간 전 세계 투어 사용률 및 승률 1위. 골프볼 시장에서 타이틀리스트는 더 이상 구차한 설명이 필요 없다. 조금 더 살갑게 표현하자면, 직장 상사와 중요한 라운드나 치명적인 내기 골프를 할 때 꺼내는 골프볼이다. 지난해 출시한 Pro V1·V1x는 완전히 새로워진 디자인으로 시장에 나왔다. 풀 체인지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업그레이드된 공기역학적 딤플 패턴의 변화다. 2011년 이후 10년 만에 바뀐 새로운 딤플 디자인은 균일한 대칭을 이루면서 Pro V1은 388개, Pro V1x는 348개로 늘어난 4면체 딤플 패턴이 공기역학적으로 설계되어 더 긴 비거리와 최적의 탄도, 일관된 볼 비행을 선사한다. 롱 게임에서는 높은 탄도에도 더 긴 비거리, 쇼트 게임에서는 부드러운 타구감과 스핀 컨트롤이 가능하기에 꾸준히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 FJ KNIT
국내 골프웨어 시장은 올해도 여전히 뜨거웠다. 골프웨어 브랜드들은 사상 최대 성장세를 기록했고, 후발 패션 브랜드들의 골프웨어 론칭이 줄을 이었다. 그 가운데 FJ는 여성 골퍼뿐 아니라 남성 골퍼의 충성도를 높였고 MZ세대 골퍼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메인 타깃인 30~40대의 시작과 끝을 모두 포용했다고나 할까. 대놓고 퍼포먼스를 위한 기능성을 보여주는 건 아니지만 골프 스윙에 불편함이 없으면서도 세련된 포인트와 감각적인 컬러, 핏을 선보인 까닭이다. 특히 FJ어패럴은 골퍼들 사이에서 ‘니트 맛집’으로 소문나며 봄/여름 시즌 오버핏 니트와 감각적인 체크 카디건이 완판되는 인기를 누렸다. 새로운 룩과 활용성을 제안한 3IN1 바람막이 역시 완판 대열에 합류했다.
[사진=윤석우(49비주얼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