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타 차이고 넬리 코르다(미국)가 뒤에 있다고 생각했어요.”
갑자기 내린 비로 경기가 지연돼 악수가 될 뻔했지만, 고진영(28)에게는 전화위복이 됐다.
고진영은 5일 싱가포르 센토사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HSBC위민스월드챔피언십(총상금 180만 달러)에서 정상에 올랐다. 넬리 코르다(미국)를 2타 차로 따돌리고 대회 최초로 2연패에 성공, 부활을 알렸다.
지난해 손목 부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던 고진영이 새 시즌에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특히 강점이였던 컴퓨터 아이언 샷이 돌아왔다. 4라운드 동안 평균 그린 적중률이 88.89%나 된다.
고진영의 경기력은 빼어났지만 최종 라운드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고진영이 전반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3개를 솎아냈으나 코르다와 대니엘 강(미국)이 거세게 추격해왔다. 쫓고 쫓기는 승부 끝에 고진영이 13번홀(파5)에서 버디를 추가하며 3타 차로 달아났다.
그러나 경기에 집중한 나머지 고진영은 3홀을 남겨두고 자신이 3타 차 우위라는 사실을 몰랐다. 손에 땀을 쥐는 승부 중에 갑자기 비가 퍼부었고, 16번홀(파5) 플레이 도중 쉬어가야 했다.
집중이 깨질 수 있을 만한 상황이지만, 고진영은 긍정적으로 상황을 풀었다. 그는 “1타 차로 앞서고 있고, 코르다가 내 뒤에 있다는 걸 알았다. 아슬아슬하다고 생각했다. 경기가 지연돼 식당에서 휴식을 취했는데 리더보드를 보니 3타 차 리드였다”고 떠올렸다.
이어 “두 개 홀이 더 남았으니까 파세이브를 하면 되겠다, 안전하게 플레이하자고 했다. 17번홀과 18번홀은 정말 힘들었지만 해낼 수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고진영은 이번 우승을 자신이 거둔 LPGA투어 통산 14승 중 가장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 우승으로 남은 시즌에 대해 어떻게 더 경기를 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 메이저 대회도 있지만 마음적으로 가장 치유받은 대회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에서 2연패에 성공하며 되살아난 고진영은 미국으로 이동, 오는 24일부터 애리조나주 골드캐니언에서 열릴 드라이브온챔피언십에 출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