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골퍼로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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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골퍼로 산다는 것
  • 인혜정 기자
  • 승인 2023.06.26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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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 라이터는 골프다이제스트 인턴이자 뉴욕대학 3학년생이다. 가브리엘은  빠듯한 예산으로 골퍼가 뉴욕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에 대해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나는 플로리다 고등학교 재학 기간이 끝나기 몇 달 전 골프를 시작했다. 몇몇 친구와 충동적으로 톱골프에 갔다. 그다음 주 우리는 9홀 플레이를 시도했고 골프에 푹 빠졌다.  

뉴욕시에서 대학에 다니고 있느 나는 어느 날 아침, 5번가를 걷다가 파이브 아이언 골프(Five Iron Golf) 안내판을 발견했다. 안을 들여다보기 위해 계단을 올랐고 문을 열었을 때 흥분이 나를 엄습했다. 

왼쪽에는 트랙맨, 오버헤드 카메라, 그리고 페이스 중심에서 얼마나 많이 벗어났는지를 알려주는 기타 첨단기술 장치가 달린 4개의 대형 시뮬레이터 스크린이 보였다. 내 오른쪽에는 수십 개의 퍼터(그러나 나 같은 왼손잡이용은 단 3개뿐이었다)를 갖춘 퍼팅 그린, 바, 그리고 피팅 공간이 있었다.

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친구와 함께 돌아올 계획을 세웠다. 시간당 90달러(약 12만원)였는데 이는 내 일주일 치 용돈 150달러(약 20만원)의 절반이 넘는 금액이었다. 차라리 그 돈을 푸른 잔디를 경험하는 데 쓰고 싶지만 이것이 1㎡의 땅이 우리 고향 땅 5만㎡만큼 비싼 도시에 사는 현실이다. 

며칠 후 우리는 모든 입장권이 매진된 토요일 자리를 찾았다. 한 시간이 불과 몇 분처럼 느껴졌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가상 골프도 재미있지만 여전히 하늘을 가르는 볼의 모습과 갓 베어낸 풀 냄새가 그리웠다.

롱아일랜드와 주변 웨스트체스터의 훌륭한 코스들을 알고 있었지만 뉴욕시의 대중교통 시스템에 대한 부족한 지식이 선택의 폭을 좁혀놓았다. 구글 검색 결과의 상단에 있는 정보를 훑어본 뒤 퀸스의 더글라스톤골프코스를 발견했다. 이곳은 워싱턴스퀘어파크 기숙사에서 우버택시를 타고 30분, 40달러(약 5만3000원)를 내면 갈 수 있는 적당한 가격(45달러, 약 6만원)의 18홀 코스다. 

룸메이트와 시간과 요일을 조율한 뒤 일주일 정도 기다렸다. 그날이 왔을 때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전날 밤 깔끔하게 정리해둔 옷을 입고 아래층으로 뛰어 내려갔다. 우리는 해가 지기 전까지 14홀을 돌았다. 

골프를 하기 위해 도시를 떠나는 것은 아주 신나는 일이다. 번거로움과 비용 부담으로 인해 동선이 복잡해지고 종일 시간을 투자해야 하지만 그 나름대로 매력이 있다. 덜그럭거리는 14개 클럽을 옆에 두고 지하철을 타본 적 있는가? 이는 모든 종류의 흥미로운 교류로 이어진다. 

한번은 어떤 노숙자가 타이거 우즈에 관한 농담으로 30분 동안 나를 즐겁게 해준 적도 있다. 계단에서 자고 있는 사람을 깨우지 않으려 한 손에 아이언 클럽을 들고 밤 11시에 그랜드센트럴역을 가로질러 걷는 것은 어떤가? 

누군가는 내가 어떻게 플레이했는지를 항상 궁금해한다. 재미있어 하는 표정, 다 안다는 듯한 미소, 놀라서 늦게 나오는 반응, 부러운 눈초리와 증오를 담은 눈길 등 모든 것을 다 보았다. 

건물 옥상에서 한 남자가 걸어가는 나를 보고 “포어!”라고 외쳤다. 도시의 골퍼가 다른 골퍼를 발견하면 즉각적인 교류가 일어난다. 한번은 파크애비뉴에서 어떤 남자가 스트로크 동작을 하는 것을 보고 그에게 스윙 팁을 준 적이 있다. 

도시에서 골프를 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지만 골퍼들은 눈에 잘 띄는 곳 어디에나 숨어 있다. 골프 모자나 골프백만으로도 자신의 정체를 드러낸다.

전형적인 뉴욕시 골프 경험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립 골프장인 반코틀란트파크골프코스(Van Cortlandt Park GC)일 것이다. 구글 지도에서 이곳이 브롱크스 안에 끼어 있어 내가 잘못 본 줄 알았다. 거기 가려면 1호선 기차를 타고 종점까지 가야 했다. 

내가 사는 곳 근처인 242번역에서 1시간 정도 걸린다. 일요일 오후의 반코틀랜트파크는 다양한 풍경이 절충되어 있다.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온 가족들이 틀어놓은 앱, 레게, 록 음악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부터 울려오고 아저씨들은 시가 연기를 내뿜는다. 

일단 돈을 지불하고 카트를 가져오면 코스에 도착하기까지 1분가량 호수를 돌아간다. 도시의 풍경과 소리를 떠나 1번홀 티에 서서 나무가 줄지어 선 페어웨이를 마주하니 마치 다른 세상으로 옮겨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반코틀랜트는 어떤 이가 선정한 100대 코스에도 들지 못한 곳이지만 지역 주민들은 이들이 양키스와 닉스에 주는 것 같은 거칠지만 끊이지 않는 사랑을 이 레이아웃에 쏟는다. 함께 플레이한 골퍼들은 빠른 어조로 말을 하고, 플레이는 더 빨리 하며, 코스를 칭찬하는 만큼 이곳을 비판한다.

브루클린과 브롱크스에서 푸른 잔디가 깔린 코스를 찾은 것은 너무나도 만족스러운 일이었지만 나는 여전히 몇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가까운 곳이 필요했다. 이런 상황은 나를 19번홀 레스토랑, 골프숍과 퍼팅 그린을 갖추고 허드슨강 위로 툭 튀어나온 4층 규모의 연습장 첼시피어스로 이끌었다. 

그러나 곧 뉴욕시의 생활수준이라는 현실이 다시 내 얼굴을 골프볼처럼 강타했다. 드라이빙레인지는 한 시간에 35달러(약 4만6000원), 오후 3시 이후는 60달러(약 8만원)였다. 플로리다에서는 한 양동이에 8달러(약 1만원)를 지불하곤 했다. 나를 거꾸로 뒤집고 흔들든 간에 적어도 나와 내 클럽들은 일주일에 한 번은 첼시피어스에 있을 것이다.

내가 본 중 가장 잔디가 없는 곳에서 정기적으로 골프를 하는 것은 상당한 여정이었다. 훌륭한 사람들을 만났고 기억에 남을 샷을 쳤으며 다양한 교통수단을 즐겼다. 

하지만 골프코스가 너무 멀고 드라이빙레인지가 너무 비쌀 때에는 언제나 웨지와 치핑네트, 스피커, 그리고 몇 개의 타이틀리스트 볼을 들고 워싱턴스퀘어파크로 걸어갈 수 있다. 이 방법은 돈이 들지 않는다. 그리고 사람들은 내가 하나를 집어넣으면 환호하고 형편없는 샷을 치면 나를 비난한다.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사람, 학생, 가족들처럼 그 풍경의 일부가 된다. 뉴욕에서 골퍼로 산다는 것의 매력은 어쩌면 골프를 하는 것 자체가 완벽하게 맞은 아이언 샷처럼 쫓아가기 어려운 무엇일지도 모른다. 쉽게 할 수 없기 전까지는 자신이 골프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깨닫지 못한다. 

만약 예약이 꽉 찬 시뮬레이터와 천장에 뚫린 구멍이 무언가를 가리키고 있다면, 그것은 도시가 골프 감옥이라기보다는 골프 불펜이라는 것이다. 옵션도 새로운 장비도 부족한 우리는 여기 앉아서 강 건너의 멋진 코스들과 이런 곳을 쉽게 드나들 수 있는 사람들을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그들은 이런 것들을 가진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지 알지 못할 것이다. 

글_가브리엘 라이터(Gabriel Re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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