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골프웨어가 세계 무대로 발을 넓히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는 한국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역수출하고, 토종 국산 브랜드는 해외에서 러브 콜을 받고 있다.
세계 골프웨어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이 1위를 차지했다. 올 초 미국의 골프 데이터테크와 일본 시장조사 기관 야노리서치연구소가 발표한 세계 골프 시장 분석 자료에서 한국의 점유율이 45%에 달했다. 이런 괄목할 만한 성과는 국내 골프 어패럴 시장이 국제 무대에서도 경쟁력을 갖췄다는 걸 방증한다.
한국에서 성공, 글로벌 무대로 확장
PXG어패럴, 타이틀리스트어패럴은 한국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글로벌 무대까지 시장을 확장한 케이스다. 태생은 미국 브랜드이지만 한국에서 어패럴을 론칭해 성공하며 해외로 역수출해 무대를 확장했다.
PXG어패럴은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라이선스를 가져와 국내에서 의류 사업을 전개했다. 디자인부터 생산까지 국내에서 책임지며 2017년 론칭한 첫해부터 독보적 성과를 냈다. 한국을 통해 어패럴에 대한 가능성을 본 미국 본사는 한국과 합작 법인을 내 어패럴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후 미국에서도 의류를 제작·생산하기 시작했다.
현재 PXG어패럴의 75%가 한국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미국에서 역으로 한국 제품 일부를 수주해 판매하고 있다. PXG어패럴 박수현 팀장은 “한국은 아시아의 중심이 돼 역수출하고, 국내에서 1년에 두 번 국가별 디스트리뷰터들을 초대해 수주회를 연다”고 전했다.
타이틀리스트어패럴 역시 한국 주도로 출범했다. 2013년 타이틀리스트를 전개하던 아쿠쉬네트가 휠라코리아에 인수된 이후 어패럴 시장에 뛰어들었고, 당시 한국을 비롯한 중국과 일본에 정식 론칭했다. 제품 개발부터 생산까지 모두 한국에서 책임졌다.
프리미엄 골프 퍼포먼스 어패럴 시장을 대표하는 타이틀리스트는 골프웨어도 스코어 향상에 기여하는 하나의 ‘장비’라는 인식을 강조했고, 스윙에 필요한 각종 기능과 패턴·소재에 신경 써서 옷을 디자인했다. 아쿠쉬네트 김수영 매니저는 “장비의 품질과 퍼포먼스를 골프웨어에서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선수들의 피드백을 제품 개발에 반영한 점이 브랜드 성장의 키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이후 이를 모방한 프리미엄 퍼포먼스 골프웨어가 잇따라 나타나기 시작했다. 타이틀리스트어패럴은 지난해 9월, 미국 시장에 역진출하며 캘리포니아 LA에 타이틀리스트 브랜드 스토어를 오픈했다. 이로써 한국 주도하에 중국과 미국에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차세대 브랜드로 떠오른 지포어도 한국이 디자인한 골프웨어로, 올해 일본과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에 선보인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이하 코오롱FnC)이 전개하는 지포어는 2020년 지포어의 어패럴에 대한 라이선스권을 확보했다. 신발과 골프용품은 직수입, 어패럴은 국내 기획을 통해 전개하며 국내 상품력은 미국 본사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또 지난해 골프 브랜드들의 현 시장 성적표를 보여주는 바로미터 점포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87억4000만원의 매출을 경신하기도 했다.
인정받는 K-골프웨어
K-골프웨어의 붐을 이끌고 있는 대표 브랜드로는 페어라이어, 왁, 어뉴골프를 꼽을 수 있다. 이 세 브랜드는 해외에까지 발을 넓히며 브랜드 확장에 힘쓰고 있다. 페어라이어는 지난해 4월, 대만 패션 유통 전문 기업 킹본과 독점 계약을 맺으며 대만 타이페이 소고 백화점 명품관에 진출했다. 해외 첫 단독 매장으로 오픈 1년 만에 2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최고 실적을 거뒀다. 기존 브랜드들과 차별화된 디자인과 컬러감으로 대만의 고소득층 여성 골퍼들에게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 미국·캐나다·인도네시아 지역에 온·오프라인 편집샵이 입점해 있으며, 싱가포르·일본 시장까지 진출하는 등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코오롱FnC가 운영하는 왁도 미국, 일본, 중국, 대만,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에 20여 개 매장을 개설하며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글로벌 진출에 속도를 내기 위해 지난해 5월 코오롱FnC는 신규 법인 슈퍼트레인을 설립하고 왁 사업부를 자회사로 분리했다. 이를 계기로 일본과 중국 내 현지 매장을 추가로 개설했고, 지난해 처음 미국으로 시야를 넓혔다. 올 초에는 세계 최대 골프 박람회인 PGA 쇼에 참가해 제품을 알리기도 했다.
큐앤드비인터내셔날에서 전개하는 어뉴골프 역시 글로벌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초 일본 지사를 설립하고, 미국과 중국에도 법인을 설립해 유통망을 확장 중이다. 직진출한 일본에서는 세 개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했다. 지난해 5월에는 일본 골프 마켓 점유율 1위인 알펜그룹과 계약해 알펜도쿄 및 골프 편집숍 골프파이브 프레스티지에 입점했다. 또 미국 LA에 직영 매장을, 중국 상하이에 3개점, 베이징에 1개점을 입점했다.
토종 한국 브랜드의 활약
해외 브랜드 홍수 속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미는 토종 브랜드들의 활약도 눈에 띈다. 사우스케이프는 한섬 창업자 정재봉 회장이 이끄는 내셔널 골프웨어로 등장 전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2019년 정 회장이 운영하는 골프 리조트와 같은 이름의 브랜드를 론칭한 것. 사우스케이프는 차별화된 디자인과 하이엔드 감각으로 마니아층 골퍼들을 확보하고 있다. 사우스케이프 리조트 직영점과 서울 신사동에 자리한 메종 사우스케이프 도산파크(직영점), 그리고 온라인 몰 사우스케이프 숍을 통해서만 판매해왔다. 골퍼들의 입소문을 거쳐 도산직영점은 오픈 2년 차에 순수 의류 매출로만 연 100억원대를 올리기도 했다.
한편 지난해 말 정 회장은 현대백화점으로부터 동종 업계 겸업 금지 해제 동의를 얻어낸 뒤 지난 4월부터 현대무역점, 현대판교점, 롯데본점, 갤러리아 웨스트점 등 백화점에 입점해 프리미엄 골프웨어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매 시즌 리오더 상품이 줄줄이 나와 행복한 고민에 빠진 브랜드도 있다. 먼데이플로우는 남해그룹 산하의 무역 회사 알코켐이 한섬 ‘타임’ 출신 멤버들과 기획해 2021년 론칭한 골프웨어다. 지난해 하반기 세 번 이상 리오더를 진행한 상품이 전체의 10%에 달하며, 올 봄 시즌에는 15% 이상의 상품이 조기 품절되는 등 인기를 증명했다. 고퀄리티 기능성 소재와 국내 생산 그리고 합리적 가격이 차별성을 갖는다.
먼데이플로우 윤정민 대표는 “직영 해외 온라인 몰을 통해 미국, 캐나다, 일본, 싱가포르, 베트남 등에 글로벌 판매를 시작했다”라며 “또 올 하반기에는 전남에 오픈 예정인 자회사, 르오네뜨컨트리클럽에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국내에서 첫 론칭하는 글로벌 브랜드
팬덤을 보유한 인지도 높은 글로벌 브랜드도 국내 골프 마켓에 새롭게 진출하고 있다. 메종키츠네, 휴고보스, 아페쎄, 랑방은 한국 기업이 먼저 해외 본사에 역제안해 골프웨어를 론칭했다는 점에 눈길을 끈다. 기획과 디자인, 생산, 유통까지 모든 과정을 한국에서 맡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의 메종키츠네는 올해 4월 한국에서 첫 골프 캡슐 컬렉션을 선보였다. 롯데백화점 본점 등 3곳에 매장을 냈으며 론칭과 동시에 글로벌 역수출도 추진하고 있다. 메종키츠네 측은 “9월 초 국내의 주요 백화점에 매장을 다수 오픈할 계획에 있으며 유통은 지속 확장 예정에 있다”라며 “23년 S/S시즌에도 프랑스, 미국, 일본의 리테일, 그리고 메종키츠네 온라인 스토어를 통해 글로벌 런칭이 진행되어 아시아를 비롯한 전세계에서 구매가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아페쎄 골프는 지난해 2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전 세계 첫 매장을 냈으며 올해 브랜드 연 매출이 총 1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아페쎄는 지난해 일본 진출에 성공했고 미국과 유럽 론칭도 계획하고 있다.
랑방블랑도 한섬이 랑방 본사에 먼저 제안해 만든 골프웨어 브랜드다. 랑방골프 측은 “초기 론칭부터 하이엔드 골프웨어, 섬세한 실루엣을 선호는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으며 팬덤을 구축하고 있다. 직접개발한 익스클루시브 조직을 포함한 고기능성 원단으로 골프웨어가 갖춰야할 기능은 물론 차별화한 랑방만의 감성을 넣은 디자인으로 골퍼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라고 인기비결을 밝혔다.
휴고보스는 아이엠탐이 본사와 골프웨어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하반기부터 글로벌 첫 골프 라인을 전개한다. 아이엠탐 측은 “아시아 마켓을 타깃으로 국내에서 디자인과 생산을 진행하며 한국을 기반으로 일본, 중국 등 아시아 마켓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