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다. 60위권 선수들은 여전히 사활을 걸고 있다.
‘지옥의 시드전.’ 지옥이라고 불릴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시드전에 갔던 관계자들은 “분위기가 정말 살벌하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다. 한 선수는 “경기 전에 퍼팅 연습을 하러 가면 다른 선수들이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 그만큼 기싸움도 심하다. 연습 그린에 사람도 워낙 많아서 아스팔트에서 퍼팅 연습을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시드전을 가본 선수는 “다신 가고 싶지 않다”고 곱씹었다. 그래서일까. 정규투어 상금 순위 60위권 선수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60위 안에 들어야 시드전을 면할 수 있다.
지난주 열린 SK네트웍스·서울경제레이디스클래식에서 시드 확보를 위해 이를 악물었던 이채은(24)은 공동 4위를 기록하며 상금 순위 58위에 올라섰다. 그래도 안심하기 이르다. 60위권 선수들이 2일 열린 S-OIL챔피언십(총상금 9억원)에서 온 힘을 다하고 있다.
상금 순위 57위 김민주(21)는 S-OIL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버디 5개, 보기 1개를 묶어 4타를 줄이며 공동 선두를 기록했다. 그는 “퍼트가 좀 아쉽긴 했지만 찬스 왔을 때 잘 잡은 것은 만족한다. 전체적으로 무난하게 잘 풀린 하루였다”고 말했다.
김민주는 “현재 상금 순위기 57위라서 내년 시즌 시드권을 100% 확보한 게 아니라 컷 통과 뿐만 아니라 목표를 높게 잡고 나왔다”며 “작년에는 상반기에 잘해놔서 시드 걱정이 없었는데, 올해는 간당간당 하다 보니 이 순위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걱정도 되고 했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김민주는 상반기 때 쓰던 아이언을 다시 들고 나왔다. 아버지가 잘 맞던 클럽을 다시 써보는 게 어떠냐고 권유하신 덕분이다. 스윙 점검과 손이 아플 정도로 휘둘렀던 피 나는 연습도 곁들였다.
풀시드가 고픈 것은 베테랑도 마찬가지다. 상금 랭킹 56위 안송이(33)도 첫날 공동 선두에 합류했다. 안송이는 최근 기세가 좋지 못했다. 지난주 대회에서는 기권했고, 9~10월 동안 6개 대회에 출전해 세 번 컷 탈락했다. 시즌 네 번째 메이저 대회인 KB금융스타챔피언십에서 공동 14위를 기록한 게 기간 베스트 성적이다.
안송이는 “욕심을 내려놓고 플레이했더니 잘됐다. 보상 받은 느낌이다”면서 “현재 상금 순위가 56위라 예선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오늘 생각한 것보다 성적이 좋아 남은 라운드는 조금 편한 마음으로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다짐했다.
이어 “찬스가 왔을 떄 욕심을 부리면 오히려 잘 안 되더라. 내려놓고 할 때 더 잘되는 것 같다. 남은 라운드는 욕심을 버리고 편하게 플레이하겠다”고 말했다.
남은 대회가 2개 밖에 없어 시드 획득 싸움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시즌 마지막 제주 대회에서 반전이 일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KLPG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