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경기)=한이정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성숙해졌다. 행복하게, 더 오래 골프를 하기 위해서. 2주 연속 준우승에도 웃을 수 있는 이유.
정윤지는 최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2주 연속 준우승을 기록했다. 14일 끝난 메디힐·한국일보챔피언십에서는 박지영과 경쟁했고, 21일에는 넥센·세인트나인마스터즈에서 선두를 달리다 경기 막판에 최은우에게 역전을 허용했다.
2주 연속 준우승만 놓고 보면 빼어난 성적이지만, 그만큼 우승 기회를 두 번이나 연달아 놓쳤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남을 법하다. 정윤지는 준우승 얘기를 듣자 피식 웃었다.
그는 “넥센·세인트나인마스터즈 때는 17번홀에서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첫 번째 준우승 때는 (박)지영 언니와 타수 차이가 워낙 많이 났기 때문에 따라잡기 어렵겠다고 생각했고, 잘 지켜서 준우승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했지만. 그래도 2주 연속 준우승을 한 건 잘했다고 생각한다. 아쉬워도 한편으로는 성적이 좋아 다행스럽기도 하다”고 떠올렸다.
긍정적으로 생각을 전환할 수 있었던 이유는 ‘특별한 목표’ 덕분이다. 정윤지는 승수나 기록 달성보다는 “행복한 골프를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작년 시즌을 마치고 많이 힘들었다. 스트레스가 커서 그랬는지 채를 잡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시즌 끝나고 한 달 동안 잡지 않았다. 이후에도 체력 훈련 정도만 하고 정신 건강에 좋을 정도로만 샷 연습을 했다”고 전했다.
간만에 손에 채를 쥐고 떠난 곳은 태국. 전지훈련은 아니지만, 시즌을 앞두고 연습 라운드를 하기 위해 2주 간 갔던 태국은 지친 일상을 달래기 좋은 기회였다.
정윤지는 “비시즌 때 딱히 골프 생각이 나지 않았는데 태국에서 연습 라운드를 한 게 재밌었다. 그래서 골프에 더 재미를 붙인 것 같다. 지금은 너무 우승에 얽매이지 않고 행복하게, 선수 생활을 길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마인드를 바꾼 덕분일까. 25일 경기도 양주시 레이크우드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KLPGA투어 크리스에프앤씨 KLPGA챔피언십(총상금 13억원) 1라운드에서 3언더파 69타를 적어내며 순항했다.
“KLPGA챔피언십에서 잘해본 적이 없다”는 정윤지는 “이번 대회 목표는 주말까지 골프하는 것이다. 꼭 주말까지 잘해서 기분 좋게 집에 가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고 싶다”고 웃었다.
[사진=KLPG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