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경기)=한이정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이런 팬클럽 문화가 다 있네.”
아람코 팀시리즈 코리아(총상금 100만 달러) 대회 운영을 위해 한국을 찾은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와 아람코 등 관계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단체로 버건디 컬러 모자를 맞춰 쓴 이들이 대거 대회장을 찾아왔기 때문이다.
모자만 맞춰쓴 게 아니다. 최종 라운드에는 ‘I♥HJ’ 라고 크게 적힌 티셔츠까지 입었다. 현수막에 배지 등 응원 도구도 총출동했다. 김효주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주로 뛰기 때문에 한국에선 플레이하는 모습을 잘 볼 수 없다. 팬에게는 김효주가 국내 대회에 출전하는 게 무척 반갑다. 그를 직접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모처럼 팬클럽 ‘슈팅스타’가 밀집하는 시기다.
국내 투어에서는 이미 ‘팬클럽 문화’가 자리 잡은 상태다. 박성현과 전인지, 김효주 등 세계 무대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은 물론 박현경이나 임희정 등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뛰는 다수 선수도 팬클럽을 보유하고 있다. 유명 연예인 부럽지 않은 인기를 누린다. 예전 아이돌처럼 선수마다 상징하는 색깔이나 캐릭터도 존재한다.
이 모습이 외국인 눈에는 신선하게 보인 듯하다. 주최 측은 대회 내내 팬클럽이 김효주를 보기 위해 골프장을 누비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팬클럽을 직접 인터뷰하기도 했다. 대회 담당자들은 김효주의 팬클럽 이름이 ‘슈팅스타’라는 것도 다들 알고 있는 분위기였다.
시상식에서도 ‘슈팅스타’를 향한 관심이 쏟아졌다. 골프사우디 담당자는 시상식에서 대회를 빛낸 사람과 업체를 쭉 나열하면서 ‘슈팅스타’를 언급했다. 대회가 끝난 후에는 팬클럽 모자를 직접 얻었는지 같이 쓰고 다니는 외국인 관계자도 있었다.
12일 대회장 한 켠에선 ‘여성과 청소년을 위한 골프 전략 : 공평한 경쟁 환경 조성’이라는 주제로 컨퍼런스가 열렸다. 한국에서 여자 골프 투어가 어떻게 성장했는지에 대해 분석했는데, 이들은 선수를 응원하는 팬클럽 문화를 요인 중 하나로 조명했다.
아람코 팀시리즈를 후원하는 PIF(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는 LIV골프를 운영하기도 한다. LIV골프와 아람코 팀시리즈의 경기 포맷이 비슷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경기 도중 신나는 노래를 틀고 파티 분위기를 조성하는 LIV골프의 문화가 아람코 팀시리즈에도 묻어난다.
LIV골프는 선수들을 팀으로 묶고, 팀의 고유 컬러나 로고를 살린 모자 혹은 유니폼 등을 판매하고 있다. 축구나 야구 같은 팀 스포츠처럼 선수를 응원하는 문화를 살려 갤러리를 모으겠다는 심산인데, 개인 스포츠인 골프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다 국내에서 흥행하는 팬클럽 문화를 발견했다. 이 모습이 LET, 더 나아가 LIV골프에도 신선한 자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대회 조직위원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