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과 휴일을 제외하고 페덱스와 UPS의 택배 차량 모두 우리 집을 그냥 지나치는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아내는 숙련된 온라인 쇼핑 구매자이지만 우리 현관 앞에 놓이는 배달 상자 대부분은 나를 위한 것이다. 여러분도 짐작할 수 있듯 투어 프로들은 많은 제품을 접한다.
나는 3개월에 한 번씩 셔츠 50벌에 더해 바지도 수십 벌씩 받는다. 내가 후원받는 의류업체는 새 시즌에 새 상품을 착용하기를 원하고 혼동을 방지하기 위해 예전 제품은 치워버리라고 권한다. 스폰서가 로고를 바꾸면 나는 기존에 입던 옷을 모두 없애버렸다. 집에 있을 때 각별하게 즐겨 입는 몇 가지 아이템만 남겨둔 채 친구들에게 많이 나눠 준다. 그래도 여전히 상품 박스를 기부하기 위해 대형 쓰레기봉투를 나른다. 현재 내 방 옷장에는 아마 300장 정도의 골프 셔츠가 있을 것이다. 내가 우승한 날 입었던 셔츠는 하나도 버리지 않고 간직하고 있다(다시 입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렇게 하는 것이 괜찮은 전통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여느 골퍼들처럼 버킷 리스트에 있는 코스에서 라운드할 수 있게 되면 그곳의 골프 숍에 들르고 싶은 충동을 느끼곤 한다. 이 경우를 제외한다면 나는 그리 감성적인 편은 아니다. 셔츠는 이런저런 이유로 쌓여만 간다.
셔츠보다 바지는 개인적인 성향이 더 강하기 때문에 나와 잘 맞는 바지와 멀어지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다. 모자는? 아예 시작하고 싶지 않다. 우리 집 차고에 개봉도 안 한 게 몇 박스 있다. 양말, 벨트, 글자가 새겨진 수건이나 액세서리 등 우리 집을 방문하는 사람이면 누구든 마음껏 집어가라고 말한다. 골프볼 역시 가져가고 싶은 만큼 담아가라고 말한다. 두 박스 이상 챙겨간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지만. 심지어 클럽도 가져가라고 말한다. 아무도 절대 손대지 못하게 하는 것은 스태프 골프백이다. 이것은 내가 꽤 좋은 성적을 거둔 해 프레지던츠 컵에서 얻은 것으로 퍼터가 빼곡히 채워져 있다. 기술은 퍼터라고 해서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그리고 언제 다시 예전에 사용하던 퍼터가 필요하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 기분 좋은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대회에 참가할 때 매일 장갑을 새것으로 바꾼다. 내게 새 장갑과 하루 전날 낀 장갑 사이에는 우주만큼이나 큰 차이가 있다. 만일 집에서 연습한다면 사용하던 장갑도 낄 것이다.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볼 때 나는 사실 준수한 편에 속한다. 어떤 선수들은 항상 벨트나 셔츠와 ‘깔맞춤한’ 골프화를 신기 때문에 여덟아홉 켤레 들고 다니기도 한다. 나는 평소 신는 것 하나와 길들이고 있는 것 하나, 이렇게 골프화 단 두 켤레만 챙긴다. 골프화의 가죽이 지나치게 닳을 일은 전혀 없지만 말이다. 골프화는 어김없이 자선단체 퍼스트 티(The First Tee)에 기부한다.
나는 한 개의 슈트케이스와 골프백 트래블 케이스에 모든 짐을 다 담을 수 없다면 너무 많이 챙긴 것으로 간주한다. 셔츠 열두 벌, 바지 여덟 아홉벌이 기준이다. 여름철만 아니라면 같은 바지를 두 번 정도 입을 수 있다. 3주 연속 대회에 출전할 경우 세탁을 한 번만 맡길 것인가 아니면 두 번 맡길 것인가를 결정하는 문제만 남는다. 만일 호텔에 고객을 위한 세탁 시설이 갖춰져 있다면 기다리는 동안 음악을 들으며 휴식을 즐긴다.
골프 팬들을 위한 비밀 하나를 공개하겠다. 만일 공짜로 우산을 얻고 싶으면 일요일 오후 늦게까지 대회 장소를 어슬렁거려라. 선수와 캐디들은 라커룸과 가방 보관소에 ‘깜빡 잊고’ 우산을 놓고 가는 능력이 아주 탁월하다. 그토록 값비싼 용품이 이런 곳에 방치된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지만 실제로 일어나는 일인 걸 어떻게 하겠나. 우산은 공항에서 수하물의 무게를 잴 때 차이가 날 만큼 무거운 데다 우리가 필요로 할 경우에 대비해서 항상 용품 트럭에 한가득 실려 있기도 하다. 올해 시네콕에서 열린 US오픈 둘째 날에 수십 명의 선수가 우산을 챙기지 않아 예기치 않게 쏟아진 비를 고스란히 맞았다.
캐디가 400g의 중량을 아끼려다 메이저 챔피언십에서 최상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 부닥칠 위험을 감수한다는 것은 쉽게 믿기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용품을 무료로 제공한다면 굳이 챙기지 않으려는 것이 보통 사람의 마음이다.
[글_맥스 애들러(Max Ad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