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한이 올해부터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투어 생활을 시작한다. 호주, 미국과 일본에서 선수 생활을 하던 그가 에릭 전이라는 이름 대신 전재한으로 투어에 나서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에 정식 데뷔했다. 그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어릴 때부터 다양한 나라를 경험한 덕분에 적응력이 뛰어난 편이다. 1994년 네 살 때 부모님의 사업으로 말레이시아로 이주했다. 여덟 살 때 그곳에서 아버지를 따라 골프를 시작했고 2004년 골프 연습 환경이 좋은 호주로 떠났다. 4년 뒤에는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에 입학해 학교 골프팀에서 활동하며 실력을 다졌다.
대학교 졸업 후 2013년 일본투어에서 활동하다가 이듬해 입대하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강원도 홍천에서 현역으로 군 생활을 했고 그 덕에 한국어 실력도 많이 늘었다. 이후 한국 이름인 ‘전재한’으로서 삶을 시작했다. 전역 후 챌린지투어(2부 투어)와 프론티어투어(3부 투어)를 거쳐 지난해 퀄리파잉스쿨에서 공동 3위를 거두며 정규 투어 시드를 획득했다. 외국에서 지내면서 한국에 대한 그리움이 항상 컸다. 국내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나의 존재를 알릴 계획이다.
주니어와 아마추어 시절에 40승을 거뒀다. 2010년에는 안병훈, 정연진과 함께 아마추어로 디오픈에 출전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아쉽게 컷 탈락했지만 세계 무대에서 좋은 경험을 쌓았다. 일각에서는 그때가 나의 정점이었다고 말하는데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아쉬운 마음이 든다. 아직 가능성은 열려 있기 때문이다. 현재 나의 자신감과 경험을 미뤄봤을 때 그때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다고 믿는다.
호주에서 주니어 시절을 보냈을 때 제이슨 데이와 여러 경기에 출전했다. 제이슨 데이가 주니어 랭킹 1위를 할 때 나는 2~3등을 기록했다. 그는 나와 10타 차로 우승한 적도 있었다. 항상 뛰어나게 잘했고 배운 점도 많았다. 특히 에너지가 강했고 존재감이 남달랐다. 가족에 대한 아픔이 있지만 이겨내는 모습에 놀랐고 미국을 자신의 터전으로 만들어낸 점도 대단하다.
나는 현실적이지 않게 긍정적일 때가 있다. 때론 이런 마음가짐이 선수 생활을 하는 데 큰 위로가 된다. 나는 나의 가장 큰 팬이다. 내가 내린 결정에 후회는 없다. 물론 실수할 때도 많지만 전부 경험이 되더라.
아직 론칭 전이지만 나의 골프웨어브랜드를 갖고 있다. 브랜드명은 45G. 골프공이 45g인데 그 뜻을 그대로 담았다. 입고 싶은 옷을 만들고 있으며 아직 테스팅 단계이다. 최근에는 코비 브라이언트를 기리기 위해 그의 유니폼(LA레이커스) 컬러인 퍼플 & 옐로를 활용해 의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스스로 가치를 높이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올해 성적도 잘 내야겠지만 국내에서 인지도도 높일 예정이다. 해외에서 에릭으로 지내다가 국내에서 전재한으로 활동하는데 다들 다른 사람인 줄 알더라. 앞으로 나를 브랜딩해 가치를 높일 예정이다. 그러다 보면 돈을 좇기보다 나와 맞는 비전을 가진 후원사도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
결과만 기대하기보다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과정에 집중할 생각이다. 우승하기 위해 내가 어떻게 효율적으로 연습할지 스케줄 관리도 더 철저히 할 계획이다. 올해 전략은 페어웨이 안착률 60% 이상 기록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페어웨이 안착률만 높여도 신인왕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다. 그리고 서두르지 않고 침착하게 우승을 기다릴 것이다.
국내에는 늦게 데뷔해 서른 살이란 나이에 신인왕을 바라본다. 이런 경우도 드물 것이다. 벌써부터 설렌다. 아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더 먼 계획으로는 한국과 일본에서 좋은 성적을 내 세계 랭킹을 끌어올려 PGA투어에도 도전해볼 생각이다.
전재한
나이 : 30세
신장 : 174cm
학력 : 달랏 인터내셔널 스쿨-오스트레일리안 인터내셔널 스쿨 말레이시아-호주 인데버 스포츠 고등학교-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졸업
소속 : 에드가
성적 : 아시아-태평양 아마추어 챔피언십 2위(2009), JGTO 쓰루야오픈 10위(2013), 챌린지투어 10회 2위(2017), KPGA 퀄리파잉스쿨 공동 3위
[인혜정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ihj@golfdige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