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쉰 하나. ‘탱크’ 최경주가 골프 인생 2막을 위해 새로운 체인 기어를 달았다. 스릭슨 ZX7 시리즈와 뉴 Z-STAR XV로 골프백을 꽉 채운 그의 도전은 용감하고 솔직했다. 챔피언스투어 여정을 앞두고 마지막 해가 될지 모를 PGA투어에 올인이다. 그는 동행할 신무기가 있어 외롭지 않다.
●●● 클럽 선택에 예민하고 까다로운 편으로 알고 있다. 클럽 풀 체인지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 어떤 계기가 있었나?
PGA투어가 크게 보이지만, 사실 내부 돌아가는 소식이이나 여러 업체가 클럽을 출시하는 소식 같은 입소문은 무척 빠르다. PGA투어 선수들 사이에서도 스릭슨은 관심이 많은 브랜드이기 때문에 많은 선수들이 테스트를 하고 있다. 물론 나도 그중 한 명이다. 스릭슨 골프볼이 스핀이 좋고 컨트롤이 잘된다는 소식은 이미 듣고 있었고, 신제품으로 출시된 ZX7 드라이버도 이번에 잘 나와서 정말 좋다는 얘기가 들렸다. 용품을 바꾸는 데 두려움이나 반감은 전혀 없었다. 올해 새로운 시작을 위해 여러 브랜드 테스트를 진행했고 스릭슨으로 결정했다.
●●● 흥미로운 얘기를 들었다. 스릭슨 용품 테스트 이후 교체 결정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는데 사실인가?
결정이 어렵지 않았다. 사실 ZX7 드라이버는 딱 공 세 개 쳐보고 결정했다. 아이언은 피칭 웨지부터 4번까지 테스트해야 했기 때문에 시간은 더 걸렸지만 30분 이내에 결정할 수 있었다. 클럽 교체 후 2주 정도 만에 소니오픈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 지난 시즌보다 비거리도 늘었고 현재까지 나와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골프볼도 마찬가지다. 선수들이 테스트할 때 중요한 건 타구감과 탄도, 컨트롤이다. 이런 모든 것이 모두 좋게 와닿았고 바꿔도 되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뉴 Z-STAR XV는 기존보다 더 묵직한 느낌에 스핀도 좋아 빨리 받아들였다.
●●● 올해 목표를 PGA투어 페덱스컵 톱 125로 잡았다. 젊은 선수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비교적 젊은 브랜드와 계약했다. 클럽 사용이 버겁게 느껴지지는 않는가?
허리 부상 이후 회복 중이다. 아무래도 나이도 들고 부상 등의 이유로 비거리가 예전보다는 줄었다. 하지만 아이언 정확도가 좋아지고 퍼트 수도 줄었다. 지구력만 조금 더 키우면 충분히 가능하다. 클럽을 사용하는 것은 전혀 문제 없다. 젊은 선수들과 열심히 싸우기 위해 늘 준비하고 있다.
●●● 웨지도 클리브랜드로 교체했다. 더 감각적인 부분이 요구되는 웨지의 교체 이유가 있었나?
또 로프트 구성도 궁금하다. 네 개의 웨지를 사용한다. 피칭 웨지 46도, 갭 웨지 50도, 샌드 웨지 54도, 로브 웨지는 59도로 구성해 사용하고 있다. 현재 웨지 세팅은 짧은 거리에서 핀에 붙이는 샷을 하기 유용하게 되어 있다. 특히 정교한 쇼트 게임과 벙커 샷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새로운 웨지로 RTX 집코어를 선택했다. 그린 주변에서 스핀 퍼포먼스가 정말 만족스럽다. 위험 요소가 있는 그린 주변에서 컨트롤이 좋아 경기력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된다.
●●● 골프백 속 장비 가운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누구는 드라이버, 누구는 아이언, 누구는 퍼터라고 말하지만 골프는 모두 다 잘 쳐야 한다. 굳이 말하자면, 드라이버는 티에 올려놓고 샷을 하기 때문에 거리를 제외하면 환경적인 영향이 거의 없다. 버디를 낚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건 아이언 플레이라고 생각한다. 아이언 샷은 컨트롤과 다양한 구질 구사가 자유롭게 되어야 한다. 지금도 아이언 감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 현재 사용 중인 ZX7 드라이버는 어떤가?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 같기도 하다.
테스트했을 때 원하는 구질을 만들어낼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탄도 역시 내가 원하는 대로 나왔다. 특히 다른 클럽보다 타구감이 훨씬 좋았다. 젊은 선수들과 플레이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고 세게 때려 페어웨이를 놓치는 경우가 있었다. 임팩트 때 클럽 헤드에 볼이 오래 붙어 있는 느낌을 좋아하는데 ZX7의 타구감이 그렇다. 첫 만남부터 매우 만족스러워서 앞뒤 보지 않고 결정했다.
●●● 골프볼도 스릭슨으로 교체했다. 이번에 나온 뉴 Z-STAR XV는 스핀 기술의 집약체로 알려졌다. 직접 사용하면서 스핀 컨트롤이 탁월하다는 걸 경험했는가?
티 샷에서 퍼팅까지 골프의 모든 샷은 스핀으로 결정된다. 스릭슨이 스핀력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것은 무엇보다 큰 장점이다. 아마추어 골퍼도 스핀을 컨트롤하고 싶다면 꼭 스릭슨 골프볼을 사용해보기를 권한다.
●●● 달라진 골프백을 보면서 최경주의 골프 인생에 대한 변화도 느껴진다. 올해 목표 혹은 그 이상의 제2의 골프 인생에 대한 가치관이 바뀌었나?
1999년 퀄리파잉스쿨 때는 멋모르고 뛰어들어 정신이 없었고, 그 이듬해부터 21년 동안 투어 활동을 하고 있다. 챔피언스투어로 바로 가기에는 아쉬움이 남아 PGA투어에서 더 도전하고 싶다. 오랜 세월 투어 활동을 해오면서 많은 기록도 세웠고 많은 후배들이 뛰고 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는 풍요롭고 뿌듯하다. 올해 목표를 이뤄 내년에도 PGA투어 활동을 이어가고 싶다.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챔피언스투어에는 아시아 선수가 나 혼자라서 외롭다. 올해는 PGA투어에 집중하고, 챔피언스투어에선 나중에 기회가 되면 우승하고 싶다.
●●● 최경주재단을 통해서 주니어 골퍼 육성에도 꾸준히 힘을 쏟고 있다. 지금까지의 성과와 목표가 궁금하다. 최경주재단은 어떤 의미인가?
나에게 꿈나무는 배터리 같은 존재이고, 그들을 통해 내가 충전이 된다. 어려운 환경에서 골프를 했던 과거 기억도 떠오른다. 성장 속도가 빠르지 못한 선수도 있고 국가 대표 상비군으로 잘하는 선수도 있다. 그 아이들을 효과적인 방법으로 기술을 연마하게 하는 마음이다. 나중에 그 아이들이 성장해서 또 다른 상황에 있는 친구들을 보듬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운영하고 있다.
●●● 그동안의 골프 인생을 돌아보면 격세지감을 느낄 법도 하다.
골프는 실수를 해야 다음 단계로 간다. 인생도 실패를 해봐야 그에 대해 연구하고 노력을 통해 성장한다. 나 또한 그렇게 살아왔다. 골프와 인생은 실패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골프는 정직한 운동이다. 모든 과정 속에 ‘이런 실수를 하지 말았어야 하는데’라는 아쉬움이 남아 그 실수를 다시 하지 않고 싶어서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이런 반복되는 실수가 내 성공의 원동력이었다.
[서민교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min@golfdige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