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다시 열린 내셔널 타이틀 코오롱 제63회 한국오픈 대회장인 충남 천안 우정힐스 컨트리클럽(파71)은 국내에서는 난코스 중에 난코스로 꼽힌다. 세계적인 설계가 피트 다이의 아들인 페리 O. 다이의 작품인 이곳은 투어 선수들의 도전 정신을 건드린다. 완벽한 코스 매니지먼트를 하지 않으면 타수를 줄이기 매우 힘들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예년보다 페어웨이 폭을 더 좁히고 러프를 더 길렀다. 그만큼 코스 세팅이 어려워졌다.
그러나 대회 첫날부터 우정힐스의 난코스를 비웃듯 5언더파 66타로 맹타를 휘두른 트리오가 탄생했다. 24일 대회 1라운드 리더보드 맨 윗자리를 차지한 주인공은 최민철(33), 이준석(33), 김백준(20). 아마추어 신분으로 한국오픈에 처음 출전한 김백준은 버디만 5개를 잡아내는 ‘보기 프리’를 완성했고, 최민철은 더블보기와 보기를 각각 1개씩 기록했으나 버디를 무려 8개나 잡아내는 집중력을 보였다. 이준석도 보기 1개를 적어냈으나 이글 1개와 버디 4개를 엮는 화끈한 샷을 뽐냈다.
나란히 공동 선두로 출발한 이들이 뛰어난 성적을 낼 수 있었던 비결은 우정힐스 코스에 대한 친숙함이다.
최민철은 2018년 이 대회 우승자로 누구보다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1라운드를 마친 뒤 그가 밝힌 소감에서도 코스에 대한 부담감은 느낄 수 없었다. “편안했다. 다른 대회와 다르게 차분했고 그래서 그런지 경기도 수월하게 잘 풀렸다. 2018년보다 페어웨이 폭이 확연하게 좁아져 티 샷에 애를 먹었다. 당시에는 그린이 딱딱하고 빨라서 페어웨이에서 두 번째 샷을 해도 공이 튀어 나갔다. 오늘은 페어웨이 폭이 좁고 러프가 길지만 그린이 부드러워 크게 어려움이 없었다.”
호주 교포 이준석도 2019년부터 3년째 우정힐스 소속 프로로 활동하고 있어 이곳이 사실상 홈 그라운드다. 집도 천안이다. 이준석은 공식 연습 라운드 첫날 9언더파를 쳤을 정도로 이곳이 손바닥 보듯 훤하다.
“우정힐스 연습장에서 매일 연습한다. 홈 코스라는 이점을 두고 있긴 한데 이번에 코스 세팅이 너무 까다롭고 많이 바뀌어서 기존에 알던 코스와 다른 부분이 많다. 사실 코스 세팅을 보고 당황했다. 페어웨이 폭을 좁혀서 원래 알던 페어웨이가 다 러프가 됐다(웃음). 새로운 곳으로 타깃을 잡아야 했다. 그래도 그린 브레이크를 읽은 것은 다른 선수보다 이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달라진 코스 세팅에도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이어 그는 “두 번째 샷을 어떻게 조리하느냐가 중요하다. 어떻게든 그린에 볼을 올려놔야 승산이 있다. 러프에 들어가도 짧은 곳에 있느냐, 긴 곳에 있느냐에 따라 다음 샷이 좌지우지된다”고 귀띔했다.
우정힐스는 아마추어 국가대표 선수들의 요지다. 김백준은 이번 대회에 출전한 국가대표 6명 중 한 명이다. 그는 올해에만 네 차례 이곳에서 합숙훈련을 했다. 3월부터 6월 사이 총 7주 동안 매일 우정힐스에서 집중 훈련을 했다. 지난 주까지 국가대표 훈련을 했던 곳이니 당연히 익숙할 수밖에 없는 코스다. 김백준은 대회 첫날 출전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노 보기 플레이를 했다. 그는 파5 홀에서 버디를 기록하지 못했지만 파4 홀에서만 5개의 버디를 낚으며 안정감이 돋보인 경기를 펼쳤다.
지난 13일 끝난 SK텔레콤 오픈에서 2위에 오르는 등 2개 대회 연속 상승세를 타고 있는 김백준은 “SK텔레콤 오픈 전까지는 플레이가 마음대로 되지 않았는데 그 대회에서 2위를 해 자신감을 끌어 올리는 데 도움이 됐다”며 “지난주 우정힐스 컨트리클럽에서 국가대표 합숙 훈련을 하는 등 2주 동안 열심히 훈련해 오늘도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 외에도 강경남(38)이 마지막 홀에서 짜릿한 이글을 잡으며 4언더파 67타를 기록해 단독 4위에 올랐고, 박상현(38), 변진재(32), 박정환(28)이 3언더파 68타로 공동 5위에 자리했다. SK텔레콤 오픈에서 우승하며 2연승을 노리는 ‘10대 돌풍’ 김주형(19)은 버디 5개를 잡고 보기 3개를 범해, 서요섭(25), 오승현(20), 박준홍(A)과 함께 2언더파 69타로 공동 8위를 기록했다. 한국오픈 2회 우승자인 양용은(49)은 이븐파 71타로 공동 22위에 올라 무난하게 출발했다.
2014년 이 대회 우승자 김승혁(35)은 골반 허리 통증으로, 김경태(35)는 등 통증과 어지럼증으로 1라운드 도중 기권했다.
[서민교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min@golfdigest.co.kr]
[사진=코오롱 한국오픈 대회조직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