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골프 세계 랭킹 2위 고진영(26)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진출 4년 만에 누적 상금 100억원을 돌파했다. LPGA 명예의 전당 포인트도 빠른 속도로 쌓아가고 있다.
지난달 끝난 2021시즌 최종전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시즌 5승을 달성한 고진영은 LPGA 투어 누적 상금 910만2985 달러를 기록하며 100억원을 돌파했다. 불과 4년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 우승 상금이 2019년부터 여자 골프 역대 최다 수준인 150만 달러로 책정됐고(2020년만 코로나19 여파로 110만 달러), 그중 고진영이 2020년과 2021년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데다가 최근 LPGA 투어 상금 규모가 점차 커진 덕도 있지만, 4년간 고진영이 최정상급 기량을 꾸준히 뽐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2017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활동하며 인천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이듬해 LPGA 투어에 데뷔한 고진영은 2018년 1승, 2019년 4승(메이저 2승), 2020년 1승, 2021년 5승을 기록하며 통산 12승을 기록, 최정상 선수로 발돋움했다.
데뷔 시즌이었던 2018년 1승을 기록하는 데 그쳤지만 25개 대회에서 톱 10에 13번 이름을 올리는 꾸준함으로 115만 달러(약 13억5000만원)의 상금을 벌어들인 고진영은 2019년 메이저 2승을 포함해 4승을 거두며 277만 달러(약 32억6000만원)를 획득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4개 대회에만 출전했지만 최다 우승 상금 110만 달러가 걸린 최종전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 정상에 오르며 시즌 상금 166만 달러(약 19억5000만원)로 상금 랭킹 1위에 올랐다.
올해도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 타이틀 방어에 성공해 최다 우승 상금인 150만 달러를 손에 넣었고 시즌 5승을 거두며 350만 달러(약 41억3000만원)의 누적 상금을 기록했다.
2007년 8승을 거두고 한 시즌 최다 상금인 436만 달러(약 51억4000만원) 기록을 세운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여자 골프 선수로서는 두 번째로 많은 상금을 벌어들인 것이다.
LPGA 투어 통산 상금으로는 26위에 올라 있다. 81개 대회만 출전하고 기록한 순위여서 눈길을 끈다. 상위 25명 선수들은 평균 342개 대회에 나섰다.
비교 군이 가장 정확한 현역 선수들과 비교해 봐도 가장 빠른 속도로 상금을 쌓고 있다. 현역 선수 중 가장 통산 상금 랭킹이 높은 리디아 고(뉴질랜드·10위)는 2014년에 LPGA 투어에 데뷔해 5년을 활동한 2018년 시즌을 마친 뒤 통산 상금 100억원을 돌파했다.
2015년 데뷔한 에리야 쭈타누깐(태국·통산 상금 21위)은 데뷔 7년 만인 올해 100억원을 넘어섰다.
현재 20대~30대 초반 선수들 중에서는 유소연(14위·1182만 달러), 렉시 톰프슨(15위·1171만 달러), 김세영(16위·1099만 달러)이 고진영보다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페이스는 고진영을 따라가지 못한다.
고진영은 LPGA 명예의 전당 포인트도 벌써 17점을 쌓았다. LPGA 투어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거나 베어 트로피(최소 타수 상), 올해의 선수상 중 적어도 하나를 받아야 한다. 그럴 경우 LPGA 투어 공식 대회 우승 시 1점, 메이저 대회 우승 시 2점, 베어 트로피, 올해의 선수 각 1점 등의 점수를 받는다. 고진영은 LPGA 투어 통산 12승(메이저 2승), 올해의 선수 2회, 베어 트로피 1회 수상을 17점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10년 동안 LPGA 투어에서 현역으로 활동해야 한다.
가장 최근에 명예의 전당에 입회한 선수는 2016년 만 27세 최연소로 회원이 된 박인비다.
박인비를 이어 가장 빨리 명예의 전당 점수를 쌓을 것으로 보이는 선수가 리디아 고와 고진영이다. 리디아 고는 통산 16승(메이저 2승), 올해의 선수 1회, 베어 트로피 1회 수상으로 20점을 확보했다.
LPGA 투어 명예의 전당에 오르는 것이 여간 쉬운 일은 아니다. 지금까지 25명만 명예의 전당에 입회했고 2007년 박세리가 아시아 선수 최초로 명예의 전당 회원이 되고 9년이 지나서야 박인비가 입성할 수 있었다.
통산 상금 3위에 올라 있는 44세 베테랑 크리스티 커(미국)는 투어 통산 20승(메이저 2승)을 거둬 22점을 기록하고 있지만 2017년 이후 정상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통산 상금 5위의 오초아는 한때 LPGA 투어를 압도했지만 10년의 기간을 채우지 않고 은퇴해 명예의 전당에 가입하지 못했다. 상금 6위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도 필요한 점수를 채우지 못했다.
이제 LPGA 투어에서 활동한지 4년 밖에 되지 않은 고진영은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현재의 페이스를 유지할 경우 명예의 전당을 위한 남은 10점을 쌓는 것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박인비의 뒤를 이을 명예의 전당 입회자가 고진영이 될지도 지켜볼 만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