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 우승은 세베를 위한 것이다.”
존 람(스페인)이 10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마스터스(총상금 1800만 달러)에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2021년 US오픈 이후 두 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
4타 뒤진 2위로 최종 라운드에 들어선 람은 타수를 잃고 있는 브룩스 켑카(미국)를 버디 4개, 보기 1개를 엮어 3타 줄이며 따라 잡았다. 최종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은 324만 달러(한화 약 42억7388만원).
우승 후 람은 소감으로 세베를 찾았다. 세베 바예스테로스는 유럽프로골프투어에서만 50승,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9승을 기록한 스페인 골프 영웅이다. 1980년과 1983년에 마스터스에서 우승했다.
1999년에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그는 창조적인 플레이로 골프 팬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그러다 뇌종양 진단을 받고 2011년에 숨을 거뒀다.
특히 바예스테로스의 생일이 4월 9일로, 한참 마스터스 3라운드가 열리던 날이었다. 람은 존경하는 선배의 생일에 세계 최고의 대회에서 우승한 셈이다. 또 그가 우승한 날은 부활절 일요일이었다.
람은 1997년 바예스테로스가 유럽 팀 단장을 맡았던 라이더컵을 본 아버지의 지도 하에 골프를 시작했다. 그는 “아버지와 항상 얘기한다. 1997년 라이더컵이 아니었다면 내가 어디에 있을지, 우리 가족들이 무엇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전했다.
이어 “내가 경기를 끝내기 위해 특이한 파 세이브를 많이 했다. 그게 세베가 날 도왔다는 증거다. 나를 이끌었다는 걸 안다. 이 우승은 세베를 위한 것이다”며 바예스테로스에게 우승 영광을 돌렸다.
그가 우승한 후 1994, 1999년 마스터스에서 정상에 올랐던 호세 마리아 올라사발(스페인)도 그를 축하하러 18번홀 그린을 방문했다. 람은 대선배들의 보살핌 덕분에 스페인 골프 영웅이 돼가고 있다.
람은 지난해 10월에는 DP월드투어에 출전, 자국 이름이 걸린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DP월드투어 8승째이자, 에스파냐오픈에서만 3승을 챙겼다.
에스파냐오픈에서 역대 3승을 차지한 선수는 바예스테로스 뿐이다. 당시에도 “바예스테로스는 내 위대한 영웅이고, 그의 커리어를 몇 년 안에 해냈다는 건 오히려 날 겸손하게 한다”고 기뻐했다.
선배들의 커리어를 하나씩 밟아가는 람은 마스터스 우승으로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1994년생으로 아직 29살인 람이 완성할 커리어에 주목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