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은 자신감을 얻고 젊은 선수들은 감을 찾거나 날아올랐다.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하반기 경쟁을 눈여겨 볼 만한 이유.
지난 30일 골프 팬 이목을 사로잡는 ‘역대급’ 연장전이 열렸다. 대회 내내 꾸준히 상위권에서 우승을 노리던 장유빈이 흔들린 틈을 타 허인회가 치고 올라왔다.
최종 라운드가 시작되기 전만 하더라도 단독 선두인 장유빈이 우승하고 5타 뒤져있던 허인회가 판을 뒤집을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아마추어 때부터 프로 무대를 흔들었던 장유빈이지만, 노련하고 여유 넘치는 베테랑 허인회를 꺾지 못했다. 세컨드 샷으로 비장의 무기 ‘미니 드라이버’를 꺼내 완벽하게 샷을 구사한 허인회를 보며 모두가 혀를 내둘렀다.
허인회는 저녁 메뉴를 고민하다 기쁜 마음으로 1차 연장에 나섰다. 장유빈은 순식간에 추격자가 턱밑까지 다가와 쫓기는 신세가 됐다. 기세가 달랐다.
결국 허인회는 웃음의 기쁨을, 장유빈은 그토록 기다리던 우승을 또 눈앞에서 놓쳤다. 그래도 이번 시즌 내내 꾸준하게 좋은 성적을 내며 가능성을 엿보였다.
올해 상반기 KPGA투어 키워드는 신구조화다. 젊은 선수부터 베테랑까지 고른 활약을 보인다. 제네시스 포인트 1~10위를 보면 젊은 선수와 베테랑이 골고루 포진돼 있다. 선두를 달리는 장유빈에 이어 김민규, 이정환이 뒤를 받치고 있다. 베테랑 중에서는 허인회, 강경남이 4, 7위를 달린다.
베테랑을 자극한 건 최경주다. 지난 5월 제주 핀크스골프클럽에서 열린 KPGA투어 SK텔레콤오픈에서 정상에 올라 최고령 우승 기록을 써낸 최경주의 모습은 특히 ‘고참’들에게 가슴 깊이 울림을 줬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셈이다.
황인춘은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도 282.16야드로 젊은 선수들에 비해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 체력적인 부담은 있지만, 아직 경기력은 KPGA투어에서 뛸 수 있다고 자부한다. 그는 “자만일 수 있지만 최경주 프로를 보며 ‘열심히 하면 될 수 있겠다’는 자신이 생겼다. 최호성 프로처럼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투어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강경남은 지난 5월 GS칼텍스매경오픈 당시 “젊은 선수들과 경쟁하기 위해 접이식 자전거를 늘 갖고 다니며 20~30분씩 타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 방법은 과거 일본에서 양용은을 떠올리며 착안했다.
선배들이 활약하자 젊은 선수들도 반응했다. 올해 11개 대회에 출전해 준우승 3번을 포함 톱10에 7차례나 든 장유빈에 이어 코오롱한국오픈 우승 트로피를 2년 만에 다시 품은 김민규, 메이저급 대회 GS칼텍스매경오픈에서 정상에 오른 ‘스크린 황제’ 김홍택 등이 그 주인공.
여기에 2022년 대상 주인공 김영수와 김한별, 옥태훈, 그리고 서요섭과 최승빈, 배용준이 상반기 마지막 대회였던 비즈플레이·원더클럽오픈with클럽72에서 톱10으로 마치며 반등의 요인을 만들기도 했다.
[사진=KPG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