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올림픽에서 골프는 두 금메달리스트의 앞날을 예고하는 일종의 지표와도 같았다. 두 주인공인 잰더 쇼플리와 넬리 코르다가 2024년 현재 한층 더 높은 위치로 도약했기 때문이다.
올 여름 2024 파리 올림픽은 메달을 놓고 격돌할 세계 최고의 선수들에게 또 어떤 미래를 펼쳐 보일까? 지난 대회의 금메달리스트들은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다시 돌아올까?
떠오르는 신예인 중국의 인뤄닝은 중국이 전통적으로 강한 다이빙과 역도, 탁구, 체조와 더불어 조국에 첫 골프 금메달을 안겨주게 될까?
프랑스의 빅토르 페레즈는 2018년 라이더컵부터 시작된 주최국의 승기를 이어갈 수 있을까? 필리핀의 비앙카 파그단가난은 2021년 인도의 아디티 아속이 도쿄에서 그랬던 것처럼 골프 불모지에서 올림픽의 힘을 빌려 골프 붐을 일으킬 수 있을까?
인뤄닝과 페레즈 그리고 파그단가난과 더불어 폴란드의 아드리안 메론크, 스위스의 알반 발렌수엘라까지.
저마다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8월 1일(남자부 경기)과 8월 7일(여자부 경기) 르골프나시오날에 서게 될 이 5명의 올림피언을 미리 만나보자. 먼저 남자부 선수 둘부터!
빅토르 페레즈(Victor Perez), 프랑스 세메아크 출신
빅토르 페레즈(31)는 파리에서 확실히 눈에 띌 것으로 보인다. DP월드투어에서 3승을 기록 중인 그는 일단 195cm의 큰 키가 도드라진다. 그는 마티외 파봉과 함께 프랑스를 대표해 올림픽에 참가할 예정이다.
대학에서 선수로 활동한 후 유럽 무대를 거쳐 2024년 PGA투어에 합류한 페레즈에게 올림픽은 지금까지 거쳐온 체계적인 여정의 마지막 단계인 셈이다.
페레즈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뉴멕시코 대학교에서 선수 생활을 했고, 졸업 후에는 DP월드투어의 3부 투어 격인 알프스투어에서 활동했다.
이어 2017년부터는 유러피언챌린지투어에서 활동했고, 그곳에서 2승을 거두며 DP월드투어로 올라섰다. 작년 아부다비HSBC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레이스투두바이 포인트 랭킹 톱 10으로 시즌을 마감한 덕분에 2024년, 마침내 PGA투어에 입성했다.
아이러니한 점이라면 유럽 밖으로 무대를 옮긴 것이 더 차분하게 올림픽 준비에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사실이다.
“미국에서 지내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 PGA투어 생활을 이제 막 시작했지만, 그는 벌써 톱 25위의 성적을 세 번이나 기록했다. “올림픽에 대해 계속 얘기할 일도 없고, 모든 것에 올림픽의 그림자가 드리우지도 않는다. 하지만 일정이 다가오고 있으니 에너지가 솟구쳐 오르기 시작할 것이다.”
아드리안 메론크(Adrian Meronk), 폴란드 프니에비 출신
보통은 올림픽 출전 선수들 중에서 골퍼를 가려내는 게 어렵지 않다. 하지만 워밍업을 하는 폴란드 대표 팀 사이에 끼여 있다면 아드리안 메론크(31)를 남자 배구 선수거나 높이뛰기 선수로 오해하기 쉽다.
무려 197cm의 신장을 지닌 메론크는 포즈난 외곽에서 자랄 때 다양한 종목의 스포츠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10대에 접어든 후론 골프에만 집중했는데, 혼자서 자신의 결과를 책임진다는 점에 끌렸기 때문이다. 그게 그의 성향과 잘 맞았다.
메론크는 이스트테네시 주립대학교 시절 5승을 기록했고, 2019년 유러피언챌린지투어에서도 역시 5승을 거뒀다. DP월드투어로 올라선 것과 비슷한 시기에 폴란드 최초의 올림픽 골프 대표로 도쿄에 가게 되었다.
그때 폴란드의 다른 대표 선수들과 나눴던 유대감은 마르코시모네에서 열리는 라이더컵을 앞두고 그가 느꼈던 감정과 너무나 달랐다.
2023년 2승을 거뒀음에도(라이더컵 개최국에서 열린 이탈리아오픈을 포함해) 메론크는 주장 선발로 뽑히지 못했다. 그때의 씁쓸함도 메론크가 올 초 LIV골프로 떠난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그리고 이제 다시 한번 나라를 대표해 플레이할 수 있는 기회를 앞둔 그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나는 올림픽을 사랑한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빠짐없이 지켜봤다.” 메론크는 2023년 DP월드투어 올해의 선수로 선정됐다. “폴란드 대표로 도쿄에 가서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보고 선수촌에 머물 수 있었을 때는 그야말로 꿈을 이룬 것 같았다. 올림픽은 내 인생에서 정말 큰 부분을 차지한다.”
글_매슈 루디(Matthew Rudy) / 일러스트_나이절 뷰캐넌(Nigel Buchanan) / 사진_게티이미지(Getty 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