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미국에서 투어 첫 우승컵을 품에 안은 강성훈은 조만간 두 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리기를 희망하며 차분히 인고의 시간을 보낸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활동 초창기 입맛에 맞지 않던 음식은 둘째 문제였다. 강성훈이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는 바로 시차 적응이었다. 커다란 땅덩어리 안에서 이곳저곳을 오가며 경기를 치르기는 쉽지 않았다.
골프가 가만히 서서 휘두르기만 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건 판사가 하는 일이 단지 폼 나게 앉아 있다가 판사봉을 두드리는 것뿐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다름없다. 골프는 의외로 선수의 부상이 잦은 스포츠 중 하나다. 특히 장시간 이동한 후 뻣뻣해진 몸을 잘못 움직여 부상이 발생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강성훈 역시 불과 몇 년 전까지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코스에 나가서 바로 플레이해도 끄떡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절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부상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먼저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가 요즘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바로 건강하게 선수 생활을 하는 것이다. 그의 말이다.
“보양식을 챙겨 먹는 것보다 체계적으로 운동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웨이트 트레이닝도 하고 스트레칭도 하는 것이 저에게는 보양식이죠.”
그가 몸 관리에 특히 신경을 쓰는 이유는 무엇보다 미국에서 해야 하는 투어 생활 때문이다. 처음 미국으로 건너갔을 때 신체적·체력적인 차이와 한계를 느낀 강성훈은 그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거리를 늘이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했다.
“몸집이 크더라도 그 이점을 100% 활용하지 못해 거리가 얼마 나가지 않는 선수도 봤고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몸을 잘 활용해 볼을 멀리 보내는 선수도 만나봤습니다. 이것을 볼 때 결국 피지컬보다 테크닉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강성훈은 큰 체격의 외국인 선수들보다 효과적으로 힘을 전달해 거리를 늘이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는 힘에 작용하는 원리를 잘 이해하지 못했고 적절히 활용하지도 못했다. 주위에 조언도 구하고 스스로 연구를 거듭하던 끝에 그는 자신만의 스윙을 개발해냈다.
“많은 사람이 골프 스윙은 야구 스윙과 다르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야구 스윙을 구사합니다. 백스윙 때 오른팔이 정상 궤도 바깥으로 살짝 벗어가게 들어줍니다. 몸통은 힘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옆으로 움직이는 것보다 제자리에서 토크(돌리는 힘)가 일어나야 합니다. 여기에 위에서 아래로 지면을 눌러주면 최대의 파워가 발생합니다.”
강성훈은 이 과정을 통해 (외국 선수와의) 신체적인 핸디캡을 메울 수 있었다. 아주 작은 차이라도 그는 변화를 선택했고 그것은 성공적이었다.
“선수는 힘들더라도 변화를 줘야 자신이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샷을 할 때 제 몸에 있는 모든 것을 쏟아낸다는 생각으로 합니다. 몸에 무리가 갈 수도 있기 때문에 평소 웨이트 트레이닝과 스트레칭을 꾸준히 하는 것입니다.”
그의 두 번째 우승을 위한 슬기로운 생활은 무척 인상적이다. 우승에 대한 열정이나 갈망은 그 어느 때보다 충만하다. 그는 이제 혼자가 아니라 가족(부인과 아들)이 있기 때문이다. 가족은 그의 전부이자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제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고 일하고 있어요. 그리고 제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그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건 행운이죠.”
그가 그리는 두 번째 우승 그리고 그다음 우승은 아주 단순하다.
“최경주 선수가 미국에서 우승한 시기가 지금 제 나이와 비슷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투어에서 8승을 거뒀습니다. 골프 선수는 3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까지가 전성기인 것 같습니다. 저도 앞으로 10년간 매해 승수를 쌓을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제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강성훈
나이 33세
소속 세마스포츠마케팅
후원 CJ대한통운
우승 PGA투어 AT & T 바이런넬슨챔피언십(2019) / KPGA코리안투어 코오롱한국오픈, 최경주CJ인비테이셔널(이상 2013) / 유진투자증권오픈(2010) / 롯데스카이힐오픈, 도하 아시안게임 골프 남자 단체전 금메달(이상 2006)
[고형승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tom@golfdige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