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재(23)가 자신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100번째 대회인 슈라이너스 아동병원 오픈(총상금 700만 달러)에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임성재는 11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서머린 TPC(파71)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9개를 잡아 9언더파 62타를 몰아쳤다.
최종 합계 24언더파 260타를 기록한 임성재는 2위 매슈 울프(미국)를 4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3월 혼다 클래식에서 생애 첫 PGA 투어 우승을 차지했던 그는 1년 7개월 만에 통산 2승을 달성했다.
또한 임성재는 PGA 투어에서 활동하는 한국 선수 중 최경주(51·8승), 김시우(26·3승), 양용은(49·2승), 배상문(35·2승)에 이어 5번째로 다승자 반열에 올랐다.
우승 상금은 126만 달러(약 15억원)다.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페덱스컵 랭킹 2위로 올라선다.
특히 이번 대회는 임성재가 PGA 투어에 데뷔한 2018년 세이프웨이 오픈 이후 100번째 대회여서 뜻깊다.
한국 남자 골프 간판으로 떠오른 임성재는 PGA 투어에서 활동하며 유일한 기록을 많이 세웠다. 2018-2019시즌에는 아시아 선수 최초로 PGA 투어 신인상을 받았고, 지난 2020-2021시즌에는 한국 선수 최초로 3년 연속 플레이오프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에 진출했다. 지난 시즌 PGA 투어 한 시즌 최다 버디인 498개의 신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꾸준한 성적에 비해 1년 7개월 동안 우승 가뭄에 시달린 임성재는 1, 2라운드에서 생애 처음으로 36홀 노보기 플레이를 펼치며 우승 발판을 마련했다. 1, 2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14언더파를 몰아친 임성재는 3라운드에서는 퍼트 난조로 1타를 줄이는 데 그쳤다. 하지만 최종 라운드에서 아이언 샷과 퍼트감이 함께 살아나면서 무아지경 골프를 펼쳤다.
3타 차 6위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임성재는 1번홀(파4)부터 9.3m의 먼 거리 버디를 잡으며 기분 좋게 시작했고 4번홀(파4)에 이어 6, 7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으며 단독 선두로 나섰다.
지난해 연장전 끝에 이 대회에서 준우승한 울프는 전반 9개 홀에서 버디만 3개를 잡으며 임성재를 2타 차로 추격했지만 10번홀(파4)에서 티 샷을 러프에 빠트려 보기를 적어냈고, 앞 조에서 경기하는 임성재가 13번홀까지 5연속 버디를 낚는 폭발적인 경기를 펼치며 5타 차까지 격차를 벌렸다.
임성재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15번홀(파4)에서 1온을 시도하다가 티 샷이 그린 왼쪽 러프로 갔고 앞에 큰 나무가 있어 어프로치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양 옆의 나무 사이로 공을 낮게 띄워 그린에 올린 임성재는 9.4m 버디 퍼트를 거의 홀 앞까지 보내 파로 막아냈다.
임성재는 우승 후 인터뷰에서 "첫 번째 우승 후 '두 번째 우승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우승하기가 정말 어려웠다. 인내심을 갖고 차분하게 경기하면서 우승을 기다렸다. 이렇게 우승하게 되어 정말 기쁘다"며 "바람이 불지 않아서 편하게 경기할 수 있었고 드라이버와 아이언, 퍼트 모두 원하는 대로 잘 됐다. 중요할 때 퍼트가 잘 돼서 우승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연장전에서 패했던 울프는 이날 최종 라운드에서 드라이버 샷 정확도가 28%에 그쳐 임성재를 추격할 의지를 잃었고, 올해도 2위(20언더파 264타)를 기록했다.
마크 리슈먼(호주)과 로리 사바티니(슬로바키아), 루키 애덤 솅크(미국)가 최종 합계 19언더파 265타로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경훈(31)은 5타를 줄여 공동 14위(15언더파 269타)에 이름을 올렸고, 강성훈(34)은 공동 27위(12언더파 271타)에 자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