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경남)=한이정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조용하던 코스에 1976년 개봉한 영화 ‘록키’의 OST ‘Gonna Fly Now’가 울려퍼진다. 티잉 구역에 선수들이 들어섰다는 의미. 가만히 가을 바람을 맞던 갤러리는 일제히 선수들을 향해 눈을 돌렸다.
조민규가 공을 홀에 붙이자 그린 주변에 설치된 라운지에서는 환호가 쏟아졌다. 팬서비스의 달인 허인회는 파 퍼트를 마치고 가방에 있던 공을 탈탈 털어 라운지에 있는 팬에게 던져줬다.
가수 Queen의 ‘We will rock you’를 들으며 입장한 ‘박카스 아저씨’ 박상현은 하이파이브 존에 박카스를 들고 나왔다. 한 갤러리가 알아채자 그 갤러리 손에 박카스를 꼭 쥐어줬다. 이를 본 갤러리들이 모두 웃었다.
고석완 역시 갤러리에게 공 선물을 잊지 않았다. 하이파이브 존 맨 앞에서 환호하던 선수에게 공 하나를 선물한 그는 홀 아웃 후 라운지에 공을 열심히 던져줬다.
공 하나가 실수로 떨어져 라운지 바로 앞에 있는 벙커에 떨어지자, 손수 고무래로 모래를 긁어 공을 집어왔다. 이런 장면도 어디서나 볼 수 없는 것. 갤러리들은 당황한 고석완의 모습에 배꼽을 쥐었다.
경상남도 양산의 에이원컨트리클럽에서 열리는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렉서스마스터즈는 신규 대회지만, ‘열정과 환호’라는 슬로건에 발맞춰 다양한 현장 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그중 하나가 17번홀(파3)에 마련된 마스터즈 라운지다. 선수들의 열정과 갤러리의 환호가 호흡하는 특별한 공간. 선수가 입장하거나 퇴장할 때 음악을 틀어준다. 영화 탑건의 OST 등 남녀노소가 알 만한 음악을 틀어, 선수들이 마치 영화 속 주인공처럼 느껴진다.
또 주말에는 장내 아나운서가 선수 소개나 플레이 상황을 설명한다. 이는 야구 캐스터로 유명한 윤성호 SBS스포츠 아나운서가 맡았다. 스포츠 중계에는 일가견이 있는 윤성호 아나운서의 차분하고 재밌는 중계는 17번홀의 분위기를 더 뜨겁게 했다.
또 티잉 구역에서 그린으로 걸어가는 곳에는 하이파이브 존을 만들었다. 선수와 팬이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응원 수건도 선착순으로 증정해 응원의 재미를 더했다.
골프를 시작한 지 4년 정도 된 한 30대 부부는 “노래를 틀어주니까 평소보다 대회장 분위기도 밝아서 갤러리를 온 대회 중 가장 재밌다. 라운지 직원들도 하나같이 친절하다. 허인회 선수를 보러 왔는데 이대한 선수 매너가 너무 좋아서 이대한 선수도 응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평소 골프를 좋아해 갤러리를 종종 온다는 중년의 여성은 “요즘 해외 골프 대회도 선수와 갤러리가 같이 즐기고 소통하는 분위기를 만들지 않나. 우리도 여기서 선수와 하이파이브하며 응원할 수 있으니 너무 신선하다”고 전했다.
최근 골프 대회는 음악과 함께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피닉스오픈의 ‘골프 해방구’ 같은 의미이기도 하다. 2022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롯데오픈에서도 파3 홀을 이벤트 홀로 지정해 음악을 틀고 소통하기 시작했다.
LIV골프는 아예 대회 내내 음악을 튼다. 기존의 딱딱하고 조용한 골프 대회 분위기에서 벗어나 젊은 팬도 콘서트처럼 즐길 수 있는 장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그리고 이는 어느 정도 성공한 듯, 젊은 갤러리가 많아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골프 대회는 갤러리 유입을 위해 선수와 소통하는 장소, 재밌게 골프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다.
[사진=KPG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