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을 만나다 : 잭니클라우스 [Feature: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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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을 만나다 : 잭니클라우스 [Feature: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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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1.1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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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을 만나다 : 잭니클라우스 [Feature:1511]


사진 / 크리스 터비(Chris Turvey), 로버트 애스크로프트(Robert Ascroft), 롤렉스 제공

 

한국에서 열린 2015프레지던츠컵 대회 기간 중 ‘골프의 전설’ 잭 니클러스는 전 세계의 어떤 언론과도 인터뷰 약속을 잡지 않았다. 단 한 곳만 빼고 말이다. 지금부터 그와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할 예정이니 그 행운을 안은 매체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글_고형승

 



전설의 표현을 잠깐 빌리자면 ‘위대한 골프 경기(잭 니클러스는 프레지던츠컵을 그렇게 부른다)’가 열린 첫째 날이었다. 포섬 매치를 위해 출격한 선수들이 모두 필드 위로 흩뿌려진 후 그 전설은 에디터와의 인터뷰를 위해 13번홀 옆에 별도로 마련된 롤렉스 VIP 라운지를 찾았다. 그는 45년간 롤렉스 홍보대사로 활동 중이었기에 그곳으로 에디터를 초대했다. 물론 자신도 집과 같은 편안함이 느껴지는 장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미리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던 에디터는 긴장되는 마음을 감출 수 없어 연신 앞에 놓인 커피만 홀짝홀짝 마셔 대고 있었다. 문을 열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오자 주위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때 전설이 들어왔음을 직감했다. 그러고는 멀리서 걸어오는 니클러스를 맞이하기 위해 일어섰다. 불과 20여미터 남짓한 거리였지만 그 순간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어떤 인사를 먼저 건네야 하지?’, ‘만나서 반갑다고 해야 하나?’, ‘내 소개를 먼저 해야겠지?’, ‘눈을 똑바로 보며 악수를 하는 게 예의일 거야’. 전설은 라운지에 있던 사람들의 사인 공세를 뒤로 하고 다가와 손을 내밀며 먼저 인사를 건넸다. 그러더니 안내를 받은 자리에 털썩 앉으며 한숨을 짧게 내쉬었다. 위대한 골프 경기를 자신이 디자인한 골프장에서 개최하게 됐고 방금 선수들이 그 신호탄을 쏘아 올리는 걸 보고 왔으니 감회가 남다를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짧은 한숨에 그동안의 심상이 담겨있으리라 짐작했다. 70대 중반의 전설은 어색한 듯 연신 백발을 쓸어 넘기며 에디터의 입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어떤 질문이라도 빨리 하라고 친구. 난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은 사람이야. 자네 때문에 여기를 오는 동안 사인을 여러 번 거절했다네’라고 말하는 듯 했다. 이런 젠장. 그런데 왜 이렇게 입이 떨어지지 않는 거야. 대회 기간에 유일하게 인터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 아닌가. 절호의 기회를 바보 같은 질문만 하다가 끝낼 수는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통역도 없이 진행된 인터뷰인지라 에디터도 어지간히 긴장했던 것 같다. 그나저나 누가 통역이 없어도 된다고 한 거지? 애써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차분하면서도 무게 있는 목소리로 답변을 이어갔다. 그리고 전설의 입을 통해 나오는 한 단어 한 단어를 놓치지 않기 위해 말초신경까지 곤두세워 경청했다.

 

 

GD : 당신이 디자인한 골프장에서 프레지던츠컵이 열리게 됐다. 잭 니클러스 : 8년전에 나는 매립지에 불과했던 이곳에 서 있었다. 골프장이 들어설 부지 전체가 거대한 벙커를 연상케 했다. 당시 인천 시장과 함께 티 샷을 했는데 그게 이 골프장에서의 첫 번째 샷이었다. 아마 시장이 친 볼이 더 멀리 날아갔던 걸로 기억한다. 우리는 정말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이뤄냈다. 초창기만 하더라도 송도는 단지 항구와 꿈만 있던 곳이었다. 송도국제업무지구의 개발자인 게일은 도시와 골프장의 비전을 만들어냈다. 지금 어떠한가. 바다 위에 만들어진 도시에 100여개의 마천루가 장관을 만들어내고 있고 225개국의 시청자들이 이곳 송도를 바라보고 있다. 그 한가운데 잭니클라우스골프클럽코리아(이하 JNGCK)가 있다. 이 골프장에 내 이름이 들어가 있다는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 내가 처음으로 티 샷을 하고 나서 3년 후인 2010년에 PGA투어가 프레지던츠컵을 JNGCK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5년이 흐른 뒤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개최되는 프레지던츠컵을 맞이하게 됐다. 모든 영광이 송도는 물론이고 아시아 지역에 내려졌다. 내가 굳이 영광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프레지던츠컵이 골프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이기 때문이다.

 

프레지던츠컵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의 대회인가?

나는 1994년부터 시작된 이 대회를 아이가 자라나는 것을 지켜보는 자부심 가득한 부모의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동안 네 번의 단장을 역임했고 이번에는 대회의 호스트로 참여하게 됐다. 내 경력과 인생에 있어 가장 기억할 만한 순간이라 하겠다. 이 스포츠 행사는 선의와 스포츠맨십, 그리고 자선 기금 모금의 목적을 두고 만들어졌다. 골프라는 스포츠를 글로벌한 무대를 통해 보여주는 것인 만큼 전 세계에 있는 국가들을 하나로 만들어주는 축제의 장이기도 하다.

 

프레지던츠컵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당연히 2003년 남아공 팬코트에서 열린 대회가 생각난다. 그 대회 이전까지만 해도 남아공은 정치적으로 분열을 거듭하던 상황이었다. 대회에서 두 팀 모두 17점을 기록하면서 무승부로 끝이 났다. 미국 팀의 타이거 우즈와 인터내셔널 팀의 어니 엘스가 플레이오프에 나섰지만 3개 홀이 지날 때쯤 날이 어두워지면서 당시 단장이었던 나와 개리 플레이어가 동반 우승에 합의했다. 대회가 열리기 전까지만 해도 타보 음베키 남아공 대통령은 프레지던츠컵의 의미를 어떻게 찾을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일요일이 되어서야 깨닫게 됐다. 모든 국가와 인종, 종교, 정치 성향을 막론하고 사람들이 어울려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는 걸 말이다. 당시에도 나는 그렇게 말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말할 것이다. 프레지던츠컵은 내가 참여했던 모든 스포츠 경기 중에 ‘가장 위대한 경기’라고. 그리고 그 위대한 경기를 아시아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에서 지켜보게 됐다.

 

프레지던츠컵에서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아마 그 질문에 답변을 하기 위해서는 오늘 하루가 부족할 것이다. 몇 가지를 꼽아보자면 1998년 호주 로열멜버른골프클럽에서 열린 대회 최종일 싱글매치플레이에서 그렉 노먼(인터내셔널 팀)과 타이거 우즈(미국 팀)가 맞붙었다. 내가 이 둘의 빅매치를 성사시키자 노먼은 나에게 다가와 “도대체 나한테 왜 그러는 거요?”라며 푸념을 털어놓았다. 그러자 나는 “타이거 우즈가 당신과 맞붙고 싶어 해”라고 이야기해줬다(1업으로 우즈가 노먼을 제압했다). 또 미국 워싱턴에서 프레드 커플스(미국 팀)는 비제이 싱(인터내셔널 팀)과 맞붙고 싶어 했다. 왜 자신을 뽑았는지 영문을 모르던 싱은 1번홀에서 커플스에게 “우리는 좋은 친구인데 왜 나랑 붙고 싶어 했어?”라고 묻자 커플스는 “우리가 친구니까 좋은 샷과 재미있는 경기를 치를 수 있을 거야”라고 응대를 했다(커플스가 싱을 눌렀다).

 



미국 팀 단장을 네 번이나 역임했다. 당신이 생각하는 프레지던츠컵의 승리 전략은?

그건 나만의 비밀이기 때문에 알려줄 수 없다(웃음). 농담이고 선수들을 최대한 편하게 해주려고 노력한다. 대회를 최대한 즐길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주려고 한다. 난 선수들이 행복해야 좋은 퍼포먼스(활약)를 발휘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항상 그 부분에 중점을 두려고 한다.

 

전략적인 측면에서 어떤 부분을 신경 쓰는가?

난 기술적인 것보다는 팀워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친한 선수들끼리 조를 편성한다. 장타자인 타이거 우즈는 상대적으로 티 샷이 짧은 짐 퓨릭과 함께 플레이하는 것을 선호했다. 하지만 남아공에서는 장타자 찰스 호웰 3세와 함께 플레이하고 싶어했고 미국 팀에 승리를 안겼다. 결국 너무 전략에 치우치기보다는 선수가 마음 편하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조편성을 한다.

 

안타깝게도 타이거 우즈가 이번에는 참가하지 못했다.

그는 팀에 합류하기 위한 조건들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아쉽지만 다른 선수들과 동일한 잣대로 공정하게 선수를 선발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2015프레지던츠컵 첫날 경기의 출발을 보고 왔는데 어떻게 성적을 예상 하는가?

굉장히 팽팽한 접전을 예상한다. 이번에는 미국에서 개최되지 않기 때문에 미국 팀에 홈 어드밴티지가 적용되지 않아 치열한 접전 양상으로 펼쳐지지 않을까(결국 그의 예상처럼 대회는 마지막 날까지 팽팽하게 진행됐다)?

 

당신에게 골프코스 디자인은 어떤 의미인가?

골프코스 디자인은 내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땅에 생명을 불어넣어 골프를 하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멋진 작업이다. 내가 아주 잘하고 좋아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코스를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나는 두 가지에 집중한다. 첫 번째는 모든 골퍼들이 아름다운 곳에서 플레이하는 것을 꿈꾸기 때문에 아름다움을 극대화시키는 것이고, 두 번째로는 샷을 날렸을 때 상과 벌이 명확한 ‘착한 골프장’을 지향한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설계의 기본이다.

 

좋은 코스란 어떤 것을 말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우선 플레이어에게 도전적인 코스여야 하고 갤러리의 동선과 편의 공간이 충분해야 한다. 클럽하우스와 숙소가 코스와 가까워야 하며 입지조건 역시 좋아야 한다. 코스의 레이아웃이 훌륭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토너먼트 개최 수준에 맞는 코스 컨디션을 유지해야 한다. 그런 모든 조건이 어우러졌을 때, 그 코스는 프레지던츠컵과 같은 국제적인 대회의 개최 코스로서 자격을 갖게 된다. 그리고 물론 JNGCK는 그런 기본적인 조건을 모두 갖췄다고 확신한다.

 

프레지던츠컵을 공식 후원하고 있는 롤렉스의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내가 처음으로 롤렉스 시계를 착용했던 건 1967년의 일 때문이다. 일본 도쿄에서 열렸던 골프월드컵 전야제에서 롤렉스는 나와 개리 플레이어에게 시계를 선물했다. 개리는 나에게 슬쩍 오더니 “이 제품을 챙겨. 이게 제일 좋은 거야”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가 추천했던 시계(골드 프레지덴셜 데이 데이트)를 지난해까지 48년간 착용했다. 오래 되고 싫증이 나서 착용을 더 이상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세척과 더불어 문제가 없는지 점검하기 위해 다시 롤렉스에 전달했을 뿐이다. 나는 45년간 롤렉스의 홍보대사로서 인연을 맺어오고 있다. 이렇게 오랜 세월을 함께 할 수 있었던 건 좋은 제품과 좋은 사람들 때문이다.

 



당신이 느끼는 롤렉스는 어떤 회사인가?

롤렉스는 스포츠 산업에 큰 기여를 해온 기업이다. 롤렉스는 꼭 골프에 후원할 필요가 없었다. 다만 그동안 여러 스포츠를 통해 받은 사랑을 되돌려주려고 하는 것이다. 큰 규모의 스포츠 이벤트에는 롤렉스가 후원사에서 빠져있는 걸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골프가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유서 깊은 스포츠라고 해도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첨단 기술과 정보 혁명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골프 선수와 골프 관련 단체들, 그리고 롤렉스를 포함한 여러 스폰서들이 직면한 도전은 골프가 전통을 지켜나가면서도 새 시대에 발맞춰 변화와 발전을 추구하는 스포츠가 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다.

 

프레지던츠컵에 이어 아마추어 최고의 대회 중 하나인 아시아-태평양아마추어챔피언십이 내년에 이 골프장에서 열리게 되었다. 아 정말인가(당황)? 아직 그 내용을 듣지 못했다. 그렇다면 아주 훌륭하다. 개장 5년만에 PGA 챔피언스투어와 프레지던츠컵 등 굵직한 국제대회를 치렀고 내년에 열리는 아시아-태평양아마추어챔피언십 개최 또한 JNGCK에게 큰 영예이자 나에게도 영광이다.

 

당신은 아시아 지역(중국, 한국 등)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향후 아시아 골프를 예상해본다면?

나는 30년 가까이 아시아 지역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아시아는 골프가 가장 급속도로 성장하는 지역이며 지속적으로 훌륭한 선수들이 배출되고 있다. 그들이 골프에 갖는 열의는 정말 남다르다. 존경스러울 정도다.

 

골프란 당신에게 어떤 것인가?

아주 간단하다. 골프는 내 인생이다. 아내와 가족과 같은 의미다.

 

골프다이제스트의 교습가로서 당신의 골프기술의 핵심은 무엇인가? 난 지금까지 많은 기술들을 소개했다. 앞으로 20년간 책으로 집필해도 될 정도다. 내 골프기술의 핵심은 내가 지금까지 집필한 19권의 책을 통해서 확인 가능하다(웃음).

 

개막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고 들었는데 어떤 대화를 나눴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박 대통령이 행사장에 도착했다. 부시가 박 대통령에게 나를 소개시켜줘서 인사를 나눴다. 어떤 대화를 나눴냐고? 내가 ‘헬로’라고 말했고 그녀 역시 ‘헬로’라고 답했다(웃음). 그냥 형식적인 인사를 나눴을 뿐이다. 이번 대회를 위한 박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올 한해 동안 보내준 성원과 관심에 감사드린다. 여러분의 관심과 애정이 이렇게 큰 대회를 유치하는 데 힘이 되었고 앞으로도 한국 골프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여러분은 위대한 골프 경기를 충분히 즐길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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