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영 ‘Be the Champion’ [GD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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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영 ‘Be the Champion’ [GD 인터뷰]
  • 한이정 기자
  • 승인 2023.09.2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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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전의 시간이 다가왔다. 아시안게임이 연기되면서 좌절하기도 했지만, 이제 꿈의 무대에 오를 시간. 목표는 최정상. 금의환향을 기대하며.

 

종목 불문하고 프로 선수라면 모두 한 번쯤은 꿈꾸는 국가대표.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기에 소중한 기회다. 국가대표 상비군 조우영에게 이번 아시안게임 출전은 각별하다. 지난해 아시안게임 출전을 확정 지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대회가 연기됐다. 비교적 적지 않은 나이에 국가대표를 하며 아시안게임까지 눈앞에 뒀는데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건가 싶어 상심이 컸다.

대한골프협회가 국가대표를 재선발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며 조우영은 올해 아시안게임에 대한 꿈을 이어가게 됐다. 올해 출발도 좋다. 지난 3월 스릭슨투어 2회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물론, 4월 코리안투어 골프존오픈in제주에서 정상에 올랐다. 폭우 속에서 열린 대회에서 쟁쟁한 프로 선배들을 따돌리고 10년 만에 아마추어 우승 기록을 세웠다. 

 

○●○ 올해 시작이 좋았다. 스릭슨투어, 코리안투어에서 연달아 우승하다니.

나도 믿기지 않는다.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처지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준비였고 훈련이었다고 생각한다. 선수로서 골프하는 이유가 우승하려고 하는 것 아닌가. 지금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 골프존오픈in제주 우승은 2013년 동부화재프로미오픈에서 정상에 올랐던 이창우에 이어 10년 만에 나온 아마추어 우승이었다.

내가 스릭슨투어에서 우승하고 곧바로 매경오픈 예선에 나갔는데, 감이 정말 안 좋았다. 결국 예선에서 떨어지고 바로 다음 날 제주에 갔다. 비행기를 타면서 ‘제발 예선 통과만 하고 싶다’고 할 정도로 감이 안 좋았고, 유독 날씨가 궂었다. 그래서 고민도 많이 하고, 엄청 노력했다. 캐디 동생이 많이 도와주기도 했고, 그런 열악한 상황을 이겨낸 게 뿌듯하다.

○●○ 당시 우승 경쟁이 치열했는데, 아마추어로서 무너지지 않은 원동력이 있었을까.

작년 아시안투어 인터내셔널시리즈제주에 출전했는데, 3라운드 때 공동 2위(당시 버디만 10개를 솎아냈다)에 올라서면서 챔피언 조에 들어갔다. 우승 기회가 있었지만, 그때 긴장을 정말 너무 많이 해서 내 플레이를 못했다. 골프존오픈in제주 최종 라운드에 들어서는데, 그때 생각이 났다. ‘지금은 내 플레이만 부담 없이 보여주자.’ 매 홀이 내게는 챌린지였다. 그러다 보니 평정심이 잘 유지되고, 내 플레이가 잘 나왔다.

○●○ 우승한 대회 말고 코리안투어에 자주 출전했는데, 기억에 남는 대회가 있다면.

임성재 선배가 출전했던 우리금융그룹챔피언십이다. 아시안게임에 같이 나가니까 선배가 해신탕을 사주며 미국에는 어떻게 도전해야 하는지 노하우와 연습 방법, 체력 훈련 시간, 해외 투어에서 식사는 어떻게 하고 시차 적응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사소한 것 하나까지 궁금한 걸 다 얘기해주고 격려해줬다. 성적을 떠나 내가 얻은 게 많은 대회다.

○●○ 가장 와닿은 말은 무엇이었나.

무조건 다 하라는 말. 무조건 도전해라. 후회는 나중에 해라. 내가 해외 투어에 진출해야겠다는 결심이 선 순간이었다.

○●○ 국가대표 얘기를 나눠보자. 대학 때 국가대표가 됐다. 보통 고등학생 때부터 하는데 시기가 좀 늦었다.

2019년에 국가대표 선발전을 치러서 2020년부터 2022년 10월까지 국가대표를 했다(현재는 국가대표 상비군이다). 고등학생 때 입스가 와서 힘든 시기가 있었다. 드라이버 입스를 시작해 입스란 입스는 다 왔다. 티잉 구역에만 서면 덜덜 떨렸다. 또 파3홀에서 아이언으로 티 샷을 하면 공이 엉뚱하게 날아갔다. 페어웨이에서는 괜찮았는데, 참 희한했다.

○●○ 어떻게 극복했나.

자존심을 다 버렸다. 대회 중에는 내 공이 가장 안전한 쪽으로, 세컨드 샷을 하기에 그나마 좋은 곳으로 공을 보내는 데만 신경 썼다. 내 문제점은 몸이 빨리 열리고 너무 뒤따라간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팔로만 쳤다. 그러면 폼이 전혀 멋있지 않다. ‘저게 선수 스윙이 맞아?’ 할 정도인데, 그래야 내 마음이 편했다. 비거리는 짧아도 어쨌든 똑바로 날아가긴 하니까. 그렇게 대회를 마치면 뭔가 희망이 생겼다. 다음 대회 때는 괜찮아지지 않을까? 이상한 실험도 많이 했다. 말이 안 되는 것도 많이 해봤다. 역그립도 잡아보고, 이상한 자세도 취해보고. 그러다 입스가 잡혔다. 물론 주변 사람에게 조언도 많이 구하곤 했는데, 결국 내가 풀어야 하는 숙제더라. 2년 꼬박 고생하니까 괜찮아졌다. 그래서 국가대표 선발전에도 통과했다.

○●○ 고2 때 어머니랑 단둘이 태국 전지훈련을 가서 45일 동안 출발·도착일을 제외한 43일 내내 연습했다고 하던데.

그때는 진짜 벼랑 끝에 섰었다. 고등학교 3학년 올라갈 때였는데, 입스가 최고점을 찍었던 시기다. 드라이버뿐만 아니라 다른 입스도 다 왔다. 그래서 정말 간절했다. 또 엄마랑 단둘이 간 거라 골프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니까 골프에 한번 미쳐보자 싶은 마음이었다. 그렇게 해도 안 되면 골프를 그만둬야지 하는 생각이었다. 대학 진학도 걸려 있었고. 하루하루가 1분 1초처럼 너무 아까웠다. 공 하나 칠 때도 정성을 쏟았다. 누군가는 그러더라. 2년이라는 시간이 아깝지 않았냐. 그런데 2년은 내가 배운 게 많은 시기라고 생각한다. 내가 2년을 버린 게 아니지 않나. 지금 돌이켜보면 얻은 게 많다.

○●○ 그렇게 간절했을 만큼 골프가 좋았나.

그렇다. 골프는 정말 좋은 운동이다. 다른 스포츠에 비해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 있는 게 골프 아닌가. 또 골프 선수로서 내가 좋아하는 골프를 하면서 해외를 돌아다닐 수 있다니 너무 좋다.

○●○ 힘든 시간을 뚫고 국가대표가 됐을 때는 어땠나.

실감이 안 났다. 유니폼을 입고 대열을 서는데 보는 눈이 달라지더라. 나는 예전부터 국가대표에 대한 로망이 컸다. 많은 분이 국가대표를 거쳤기 때문에 나도 그러고 싶었다. 유니폼을 입고 국제 대회에 나가서 우승하며 그 로망을 실현했다.

○●○ 이제 아시안게임이 다가오고 있다. 그토록 기다린 아시안게임, 어떨 것 같나.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아시안게임에 같이 나가는 (장)유빈이는 지금도 유일하게 연락하는 동생일 정도로 내가 정말 좋아하는 친구다. 배울 점도 많고, 국가대표를 하는 2년 동안 방도 같이 쓰면서 밤새워 얘기할 정도다. 서로 “둘이 나갔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정말 그렇게 됐다. 아시안게임이 연기되면서 그동안 품었던 희망이 물거품이 되는 건가 노심초사했다. 유빈이와 “우리 기량을 마음껏 펼치고 오자. 누가 실수하더라도 웃는 얼굴로 한국에 오자”고 했다. 그렇게 되길 바란다.

○●○ 아시안게임 대비책이 있다면.

아시안게임은 무너지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탄탄한 게임을 해야 할 것 같다. 평소보다 훈련 강도도 높였고, 합숙도 했다. 주변에서는 걱정을 많이 해주는데, 나는 경기에 들어가면 약간 빠져드는 경향이 있다. 아시안게임도 그럴 것 같다.

○●○ 경쟁자를 한 팀 골라보자.

다 상관없는데 일본만큼은 이기고 싶다. 아마 일본도 그럴 것이다. 아마추어로서 이 대회 하나만 보고 달려왔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나를 중학생 때까지 돌봐주셨다. 목에 금메달을 걸어드리고 싶다.

○●○ 아시안게임을 치르면 곧 프로 턴을 해야 한다.

아시안게임을 잘 치르고 프로에 입성해서 골프를 잘하는 것도 좋지만, 사람 자체가 좋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롱런할 수 있으니까.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다면? 정말 기쁠 것 같다. 그런데 또 다음 대회가 있다.” 조우영의 목표는 아시안게임에서 그치지 않는다.

 

사진_김시형(49비주얼스튜디오) / 헤어·메이크업_칼라빈 by 서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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