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커버 캐디, 우리가 저지르는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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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커버 캐디, 우리가 저지르는 실수
  • 인혜정 기자
  • 승인 2024.01.03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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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많은 실수를 저지르지만 그중 몇몇은 더 심하다. 내 경력 중 가장 큰 실수를 저질렀던 순간으로 돌아가보고자 한다. 

토너먼트 주간이었고, 수요일에 연습을 마친 후 스폰서 행사에 가고 있었다. 보통은 선수 혼자서 하는 일이었는데, 그때는 왠지 모르게 나를 초대했다. 행사의 일환으로 그는 짧은 클리닉을 했기 때문에 나는 그의 클럽을 가지고 갔다. 

그날 밤은 순조롭게 지나갔지만 우리가 떠나려고 할 때 제공받은 차량에 문제가 생겼다. 시간이 늦었기에 나는 자원해서 차를 교체하기로 했고, 내 선수는 행사에 참석한 다른 선수의 차를 얻어 탔다. 나는 렌터카를 갈아타고 호텔로 돌아왔고, 다음 날 오후 티타임 때까지 잠을 잘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한 가지 문제는 한밤중에 내가 선수의 클럽을 엉망이 된 렌터카에 두고 왔기 때문에 패닉 상태로 잠이 깼다는 점이다. 실수를 깨달은 순간부터 클럽을 되찾아올 때까지의 몇 시간 동안 나는 내 경력이 끝났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마침내 그의 가방을 들고 코스에 도착했을 때(제시간에 맞춰 갔다는 점을 꼭 밝히고 싶다) 내 선수는 나를 한 번 쳐다보더니 말했다. “어디 불법 파이트 클럽에 나가기 시작한 겁니까? 아주 ◯◯◯처럼 보여요.” 

나는 그에게 사실을 이야기할 수 없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말을 못 하고 있다. 다른 직업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 일에서도 실수가 발생한다. 당신의 선수가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이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건 실수가 재앙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한번은 함께한 지 몇 주밖에 되지 않은 선수와 리버티내셔널에서 열린, 전통 있는 플레이오프 대회에 출전했다. 연습 라운드 도중 내 선수는 친구와 함께 내기를 했다. 우리는 드라이버 샷을 할 수 있는 파4 홀에 도착했고, 내 선수는 강력한 장타를 원했지만 나는 그에게 포기하라고 했다. 

나는 그에게 지난번 대회 때 그린에 둔덕이 있는 것을 봤는데, 그곳에 떨어지는 것은 무엇이든 길게 왼쪽으로 튕겨나갔고 그럴 경우 치명적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리고 레이업으로 올린 뒤 버디를 노리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내 말을 따랐다. 

그의 상대는 우드를 휘둘러 핀으로부터 7.6m까지 볼을 붙였다. 상대 선수와 그의 캐디가 우리를 비웃을 때까지도 볼은 멈추지 않고 굴러갔다. 지난 대회 이후 리버티내셔널의 그 ‘둔덕’은 제거된 것으로 밝혀졌다. 나는 내 선수를 잃지는 않았지만, 그는 내가 저녁을 사도록 했다.

US오픈 예선에서 나는 어느 캐디(이 사람에 대해 변호하자면 풀타임 캐디가 아니었다)가 가방을 통째로 연못에 빠뜨리는 것을 본 적도 있다. 볼이 밖으로 굴러나왔고, 선수는 가능한 한 많은 볼을 건져내려고 애써야 했다. 

한 월드골프챔피언십에서는 캐디가 자신의 등에 메고 있던 선수의 가방에서 아이언을 꺼내다가 실수로 부러뜨린 일이 있다. 또 한번은 장난이 예기치 못한 결과로 이어졌다. 

당시 전국적으로 치러지던 투어 경기에서 캐디는 자신의 선수에게 ‘아이스(Ice)’를 시키려고 시도했다. 이는 순진한 피해자가 달콤한 알코올 음료를 발견하고 그 자리에서 강제로 들이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스미노프 아이스를 숨기는 장난의 열풍이 전국을 휩쓸고 있던 때였다. 

어쨌든 그 선수는 스미노프 아이스를 발견했다. 여자 친구와 그녀의 부모님 앞에서 말이다. 결국 한 선수가 티잉 구역에서 술을 꺼내 들었다는 이야기가 대회 관계자에게까지 전해졌다. 놀랍게도 그 캐디는 해고되지 않았다. 

그러나 가장 좋은 이야기는 길에서 만난 내 전 룸메이트에게서 나왔다. 어느 일요일 이른 아침, 선수와 캐디는 마지막 조가 출발하기 훨씬 전에 경기를 마칠 예정이었다. 그 선수는 정말 힘든 몇 주를 보낸 상태였다. 

경기를 마친 뒤 선수는 캐디를 옆으로 데려가서 말했다. “내 생각에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휴식이 좀 필요해요. 집에 가는 게 좋겠어요. 그런 다음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돌아옵시다.” 

캐디는 특히 메이저챔피언십을 앞두고 일주일 동안 휴식을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다음 투어 대회 장소인 텍사스가 아니라 플로리다에 있는 집으로 날아갔다. 

캐디가 비행기에서 내릴 때 선수로부터 월요일 오후에 코스에서 만나자는 문자를 받았다. 그제서야 캐디는 일주일이 아니라 일요일 오후를 쉬자는 말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거리를 잘못 알려주는 것과 같은 실수는 좀 더 흔하다. 이런 일은 몇 가지 이유 때문에 일어난다. 때때로 우리는 그날의 것이 아닌, 잘못된 핀 시트를 가지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대개의 경우 첫 번째 그린에서 이를 알아낼 수 있다. 

내 친구는 9홀까지 가서야 실수를 깨달았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선수는 여전히 그 라운드에서 언더파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것이 뒤집어졌을 때에도 엉뚱한 거리를 알려줄 수 있다. 

어느 해인가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나는 첫 홀에서 내 선수에게 그린 오른쪽 벙커를 넘기기 위한 샷의 거리를 알려주었다. 어떤 바보라도 고개를 들어 보기만 하면 그린 오른쪽에는 그런 수치가 나올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나는 10번홀 그림을 보고 있었고, 우리는 1번홀에 있었다.

우리가 종종 잘못된 수치를 알려주는 세 번째 이유는? 글쎄, 시즌은 길 수 있고, 날은 더울 수 있고, 갑자기 둘 더하기 둘은 다섯이 될 수 있다. 내게는 적어도 1년에 한 번씩은 이런 일이 일어난다. 

대개의 경우 내 선수가 잡아낸다. 7번 아이언을 잡았어야 하는 상황에서 친 5번 아이언 샷이 관중의 슬개골에 맞았을 때를 포함해 몇 번은 그러지 못했다. 어쨌든 우리는 파를 잡았지만, 내 선수는 ‘우리’라고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자주 발생하는 또 다른 실수는 선수에게 잘못된 클럽을 건네는 것이다. 많은 선수가 본질적으로는 동일한 클럽 헤드이지만 각도가 조금씩 다른 아이언을 가지고 있다. 몇몇 친구는 웨지를 꽤 자주 교체하기 때문에 우리는 종종 실수로 잘못된 웨지를 꺼낸다.

또 다른 일반적인 실수는 가방에서 비옷을 꺼내는 것이다. 비가 오지 않을 것이라고 100% 확신하는 경우에만 비옷을 꺼내두어야 한다. 문제는 일기예보에서 거의 가능성이 없다고 할 때도 비가 놀라울 정도로 자주 내린다는 것이다. 

선수를 흠뻑 젖게 만드는 것 외에도 많은 스폰서가 비옷을 포함해 선수의 옷에 이름을 새겨 넣기 위해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에 때때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로고가 흠뻑 젖거나 더 나쁘게도 토너먼트에서 제공하는 재킷에 덮여 있는 것을 보면 선수와 후원자의 관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는 또한 퍼트의 틀을 잡는 방법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퍼팅이 느려질 경우 우리는 “짧게 치지 말아요”라고 말할 수 없다. 선수가 홀 옆으로 날려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약간 오르막이에요”라고 말할 수 있다. 디테일이 중요하다.

가방에 클럽이 15개 들어 있거나, 볼을 충분히 챙기지 않았거나, 실수로 규칙 문제를 일으킨 경우(예를 들면 선수가 스탠스를 취할 때 선수를 정렬시키는 것)와 같은 몇 가지 실수만 용서가 안되는 종류다. 

우리가 여기 있는 동안, 아니다, 브룩스 켑카는 2023년 마스터스에서 자신의 캐디 리키 엘리엇이 게리 우들런드와 우들런드의 캐디 브레넌 리틀에게 입 모양으로 ‘5’라고 알려준 것 때문에 처벌을 받아서는 안 됐다. 조언을 구하는 것은 명백한 룰 위반이지만 이런 일은 늘 발생한다.

특히 LPGA투어와 미니투어에서 캐디로 인해 흔히 발생하는 규칙 문제 중 하나는 캐디들이 실수로 잘못된 볼 옆에 가방을 내려놓는 것이다. PGA투어와는 달리 이들 서킷에는 경기 위원을 많이 두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혼동할 수 있다. 

나는 이런 일을 대여섯 번은 목격했는데, 보통 그린 옆 깊은 러프에서 피칭을 할 경우가 그렇다. 선수의 실수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선수는 다음 샷을 생각하고 있다. 어느 볼이 맞는 볼인지를 알아내는 것은 우리의 일이다.

보다시피 캐디는 실수를 많이 한다. 그러나 모든 실수가 다 동일한 것은 아니다. 내가 거리를 잘못 알려줄 때마다 나는 항상 ‘젠장, 적어도 나는 여기 있다’고 생각한다. 분명 우리 중 일부에게는 이것이 절반의 전투다. 

글_조엘 빌(Joel Be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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