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에 선 사나이, 로리 매킬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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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두에 선 사나이, 로리 매킬로이
  • 성승환 기자
  • 승인 2024.02.08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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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골프다이제스트> '아니(Arnie) 어워드' 수상자인 로리 매킬로이는 생전의 아널드 파머도 너무나 잘 알았던 특별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위대한 골퍼들은 언제나 사회 환원에 진심이었다. 일단 역사에 길이 남을 기록을 통해 자신이 받은 사랑을 팬들에게 돌려준다. 삶의 이야기와 그 과정에서 축적된 지혜를 적극적으로 사람들과 공유한다. 아낌없는 기부를 통해 골프와 세상의 진보를 추구한다.

골프의 역사를 돌이켜보더라도 해리 바든부터 타이거 우즈에 이르기까지 명예의 전당에 오른 최고의 선수들보다 세상에 되돌려줄 것이 더 많은 그리고 그만큼 더 많이 되돌려준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요즘 선수들은 받는 것에만 집착하는 것 같다. 그런 까닭에 그 사이에서 전전긍긍하는 관리자들은 골머리를 앓는다. 위대한 기록에 담긴 역사적 맥락이 의미를 잃게 될까? 최고의 자리에 오른 선수들이 일종의 상징적인 디벗을 손봐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게 될까? 명예의 전당은 문을 닫게 될까?

암울한 연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하지만 실제로 프로 골프계에는 아직도 너그러운 마음이 가득하다. 기본 협약의 틀을 세우는 망치 소리에 묻혀 그런 소식들이 우리 귀에 들리지 않을 뿐이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관대한 사람의 이야기는 그 소음조차 막지 못한다. 그 사람이 바로 로리 매킬로이다.

북아일랜드 출신인 그는 골퍼의 재능을 타고났다. 아직 명예의 전당 영역에 들어선 건 아니지만, 서른네 살에 이미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 주제와 관련해 더 중요한 점은 어떤 플레이를 펼치건 매킬로이는 더 넓은 지평에서 존재감을 드러낸다는 사실이다.

유명세라는 표현에 이미 함축되어 있듯이 명성에는 온갖 요구가 뒤따르고, 때로는 혼란한 상황 속에서 갈피를 잃게 만들기도 한다. 게다가 그런 상황이 심리에 미치는 압박감으로 인해 대중과 거리를 두는 스타가 많다.

하지만 매킬로이는 여전히 사람들에게 곁을 내주며 다정한 모습을 보여준다. 평소의 스스럼없는 모습뿐만 아니라 프로 골프계를 지키기 위해 노력할 때도 그는 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 한다. 골프계에서 가장 너그러운 사람이었던 아널드 파머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인품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로리 매킬로이에게 2024년 ‘아니(Arnie) 어워드’를 수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아널드 파머의 애칭인 아니를 명칭으로 채용한 아니 어워드는 <골프다이제스트>가 사회 환원에 힘쓰는 골퍼들을 기리기 위해 마련한 최고의 영예다).

(중략)

2022년 매킬로이가 PGA투어 정책위원회의 선수이사가 되자마자 여러 선수들이 LIV골프로 투항하면서 투어가 존폐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현실화됐다. 매킬로이는 진지하고도 분명하게 공동 대처를 주장하면서 투어가 가장 의지하는 리더로 부상했다.

대척점에 선 사람들은 그를 폄하하는 말들을 쏟아냈고, 그러면서 감정도 격해졌다. 하지만 노골적인 스포트라이트를 피하지 않고 긴급하면서도 신중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킬로이의 모습은 감탄스러웠다. 그런 와중에도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다시 한번 세계 랭킹 1위를 탈환하자 그에 대한 존경심은 더욱 커졌다.

“선수로서 후대에 남길 업적과 명성. 결국 우리가 가진 건 그게 전부다.” 매킬로이는 2022년 US오픈 때 이렇게 말했다. “모든 걸 벗겨내고 나면 내가 사람들에게 어떤 느낌을 안겨줬으며,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것만이 남는다. 내게는 그게 중요하다.”

그렉 노먼이 출전 규모를 40인으로 제한하고 거액의 상금을 건 월드골프 투어를 새로 출범시키기 위해 랭킹 상위권 선수들을 규합하려고 했던 1994년 파머의 시각도 매킬로이와 같았다.

당시 셔우드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대회 기간에 밀실에서 진행된 회의에 참가했던 선수들의 전언에 따르면 파머는 잭 니클라우스와 함께 1960년대 말 PGA투어를 떠나 훨씬 많은 돈을 벌 기회가 있었지만 “우리 둘 다 골프를 위한 최선을 선택하기로 결정했다”고 털어놓았다고 한다. 노먼은 선수들이 자신의 제안을 덥석 물 거라고 기대했지만, 그들은 파머의 뒤를 따라 PGA투어에 남았다.

(중략)

승부의 무대에서 매킬로이가 아직 모든 것을 다 성취하지 못했다면 그건 아마도 파머를 괴롭혔던 약점을 그도 갖고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전성기에 즐거운 자신감과 팬들의 열렬한 응원에 힘입어 역전승을 거두는 ‘대약진’으로 유명했던 파머이지만, 1965년 무렵 그는 오랜 슬럼프에 빠지고 말았다.

“갑자기 모두를 실망시킬까 봐 걱정됐다.” 파머는 이렇게 말했다. “그때까지 살면서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꼈던 것 같다.” 이듬해 그는 올림픽에서 아홉 홀을 남겨뒀을 때까지 유지했던 7타 차의 선두를 수포로 돌리며 서른여섯 살에 US오픈에서 실패를 만회할 기회를 놓쳤다.

그 패배의 충격이 엄청났을 텐데도 그는 자서전에서 “날 응원해주던 팬들 때문에 더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하려는 욕망은 집중력을 흐트러뜨리거나 승리에 대한 부담감을 더할 수 있다.

이번 2월호 촬영을 위해 우리는 로리 매킬로이에게 골프다이제스트 기록실에서 찾아낸 아널드 파머의 사진을 보여주며 똑같은 포즈를 요청했다.
이번 2월호 촬영을 위해 우리는 로리 매킬로이에게 골프다이제스트 기록실에서 찾아낸 아널드 파머의 사진을 보여주며 똑같은 포즈를 요청했다.

2014년 이후 매킬로이의 메이저 대회 승전보가 뚝 끊긴 것에 이런 기질이 얼마나 작용했는지는 추측에 맡겨야겠지만, 최근 메이저 대회에서 아슬아슬하게 우승을 놓치면서 의구심이 더 깊어진 건 사실이다.

세인트앤드루스에서 열린 2022년 디 오픈에서 그는 8개 홀을 남겨놓고 2타 차로 앞서다가 3위로 내려앉았고, 2023년 로스앤젤레스컨트리클럽에서 열린 US오픈에서는 윈덤 클라크에게 1타 차로 패했다. 그런 좌절로 인해 선수 인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듯이 시곗바늘 소리가 더 크게 울리게 됐다.

매킬로이는 한때 그가 이기적이라고 생각 했던 기질 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을 스스로 허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2023년 그는 꾸준하게 뛰어난 플레이를 펼쳤지만 우승은 한 번에 그쳤고(7월에 열린 제네시스스코티시오픈), 정책위원회 일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2023년 6월 6일 PGA투어와 PIF 사이의 ‘기본’ 협상에 대한 깜짝 발 표가 나오기 전에 전혀 귀띔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도 그를 낙심하게 만들었다. 다음 날 매킬로이는 기자회견을 통해 “몇 달 동안 나 자신을 쏟아부었건만 마치 희생양이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그간의 방해 공작으로 자신의 플레이와 가족으로부터 너무나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앗아간 대상에게 분노를 분출했다. “나는 LIV가 싫다.” 그는 말했다. “그러니까 LIV가 없어졌으면 좋겠다.”

지난해 11월 매킬로이는 선수이사직을 사임했다. “그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는 말했다. “무슨 일이든 해야 만 했고, 지금이 물러날 적기라고 느꼈다.”

이번 아니 어워드 수상자가 프로 골프의 미래를 위한 전투의 최전선에서 물러나 골퍼로 한발 나아가는 것에 조금이라도 불편한 마음을 갖고 있다면 아주 단순명료한 진실로 그 마음을 가볍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가 마스터스에서 우승한다면 그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보답을 골프계에 하는 것이라고.

 

* 선두에 선 사나이, 로리 매킬로이 이야기 전체 내용은 <골프다이제스트> 2월호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글_제이미 디아스(Jamie Dia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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