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강 칼럼_설계생활자] 아빠는 ‘환경 파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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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강 칼럼_설계생활자] 아빠는 ‘환경 파괴자’
  • 서민교 기자
  • 승인 2024.06.1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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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홀 골프장의 시설별 면적 비율_골프 코스를 포함한 시설면적은 40%에 불과하고 나머지 60%는 원형보전녹지를 포함한 녹지로 구성되어 있다. 부대시설로 분류하는 저류지(연못)를 녹지로 포함하면 녹지가 전체 골프장의 약 65%를 차지한다.
▲18홀 골프장의 시설별 면적 비율_골프 코스를 포함한 시설면적은 40%에 불과하고 나머지 60%는 원형보전녹지를 포함한 녹지로 구성되어 있다. 부대시설로 분류하는 저류지(연못)를 녹지로 포함하면 녹지가 전체 골프장의 약 65%를 차지한다.

과연 골프장은 어느 정도 면적의 지형을 대상으로 하며, 자연환경을 얼마나 훼손하고 있는 것인가.

아이가 어렸을 때 동네 친구 가족들과 강원도 여행을 하던 중이었다. 설악산 주변을 지날 무렵 동네 언니가 우리나라 산이 너무 아름답고 건강한데 어떤 사람들은 저 산을 깎고 허물어서 골프장을 짓기도 한다고 했더니, 둘째 아이가 깜짝 놀란 눈으로 뒷자리의 엄마를 보고 ‘아빠가?’라고 했다고 한다. 아이는 아빠가 무지막지한 자연 파괴자인 줄 알고 무척 놀랐었나 보다. 

골프 코스 설계를 한다고 하면 제일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자연환경 훼손과 농약 사용에 따른 수질, 토양 오염 문제다. 농약 사용과 관련한 코스 관리 분야는 전공 분야가 아니라 상세한 답변을 할 수 없어 개략적인 답으로 대신한다. 자연환경 훼손에 대해서는 길게 설명하지만, 골프장을 반대하거나 호의적이지 않은 사람들에게 합리적이고 순리적인 자연 지형의 활용을 이해시키기는 힘들다. 골프장이 자연환경을 훼손하고 파괴한다는 생각이 아주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 산지 골프장 18홀은 축구장 100개 면적

문화체육관광부의 2021년 전국 등록·신고 체육시설업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등록된 골프장은 514개, 면적은 510,248,296m2로서 전체 국토 육지 면적의 약 0.58%를 차지하고 있다. 단일 체육시설업으로는 최대 면적이다. 2006년 체육시설의 설치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기 전까지 체육시설업 시설물의 설치 및 부지면적의 제한사항(제9조 관련) 규정에 따라 18홀 이상의 골프장은 108만m2(108ha) 면적을 초과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이러한 골프장 면적 제한 기준이 오랫동안 적용되면서 법이 개정된 이후에도 18홀 골프장 조성에 필요한 면적은 일반적으로 산지 100만m2, 평지 70만m2 이상이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지형 특성, 도입 시설 종류 등에 따라 15% 정도 가감이 있을 수 있다. 골프장 이외의 숙박시설, 기타 휴게시설이 포함될 때도 면적이 증가한다.

필자가 지금 설계하고 있는 대부분의 산지 골프장 또한 18홀 기준 100만m2(100ha) 규모이다. 축구장 1개 면적을 1만m2로 본다면 축구장 100개 면적이 산지형 18홀 골프장의 면적과 같다. 실로 어마어마한 면적임이 틀림없다. 골프장 한 개를 조성하는 데 이런 넓은 면적이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도 골프에 회의적인 사람들은 골프장 건설이 국토 이용 측면에서 비효율적이고 특정 계층만을 위한 레저 활동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에 대한 논쟁 이전에 과연 골프장은 세부적으로 어떤 시설이 어느 정도 크기로 구성되는지 우선 그 실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 골프장은 시설 40%, 녹지 60%

골프장 개발을 위해서는 골프장 입지 검토, 설계, 인허가 과정을 거친다. 이때 골프장에 도입되는 시설의 종류, 면적을 정리해 토지이용계획표를 작성하고 인허가를 완료하면 이 면적을 고시한다. 토지이용계획표는 체육시설, 건축시설, 부대시설, 녹지 등 네 개 시설로 구분된다. 면적 구성 비율은 시설면적이 40%, 녹지가 60%를 차지한다. 전체 시설면적 중 체육시설은 약 30%를 차지한다. 체육시설은 홀을 이루는 티, 페어웨이, 그린, 벙커, 러프로 구성되며 드라이빙 레인지 등의 연습시설이 포함되면 비율이 증가한다. 골프장에서 가장 중요한 골프 코스가 차지하는 면적은 전체 골프장 면적의 1/3에 불과한 것이다.

건축시설 면적은 약 2%를 차지하며 클럽하우스, 관리동, 그늘집, 경비실, 기타 건축물로 구성된다. 건축 바닥면적 기준이며 직원 숙소나 숙박시설은 포함하지 않은 면적이다. 부대시설 면적은 약 8%로서 진입도로, 오수처리장, 배수지 등으로 구성된다. 특이한 것은 골프장 내 연못(인허가 용어로는 저류지)이 부대시설로 분류되는 것이다. 전체 연못 규모는 배수유 역, 강우 강도 등에 의해 산정되는데 최고수위 평면 면적 기준으로 5만m2 내외를 차지한다. 비율로 보면 약 5% 면적에 해당한다.

골프장 내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시설은 녹지로서 60%에 해당한다. 녹지는 원지형과 식생을 훼손하지 않는 원형보전녹지와 지형 변경 후 식재를 통해 복원되는 조성녹지로 구성되며 각각 30% 정도 비율을 차지한다. 원형보전녹지는 규정상으로는 전체 사업대상지 면적의 20% 이상만 확보하면 된다고 되어 있지만 최근 관련 기관에서는 대부분 30% 정도를 요구하는 추세이며 경사도, 식생 현황 등에 따라 그 이상을 요구하는 예도 있다. 조성녹지는 대부분 원형보전녹지 경계 비탈면, 코스 사이 경사지, 헤비 러프 등으로 구성된다. 골프장 조경식재 공사의 대부분이 조성녹지에서 이뤄지며 골프장 준공 후 약 5년이 지나면 조성녹지는 자연스럽게 식생 복원이 이루어져 자연림과 비슷하게 변화한다.

조성녹지 지역이 과도하게 많아지면 골프장 조성에 따른 지형, 식생 훼손 또한 두드러져 보인다. 반대로 기존 지형을 적절하게 이용하고 무리하게 코스 제원을 확장하지 않으면 토공 발생량뿐만 아니라 노출되는 조성녹지 지역도 줄일 수 있다. 골프장 개발에 따른 자연환경 훼손 정도에 대한 인식은 조성녹지 발생 범위가 얼마나 넓은지, 이 지역의 식생 복원이 얼마나 빠르고 건강하게 이뤄지는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살펴본 바와 같이 골프장의 골프 코스는 30%에 불과하고 기타 시설이 10%인 것에 비해 녹지가 60%를 차지한다. 부대시설로 분류하는 저류지(연못)를 녹지로 포함하면 약 65%에 해당한다. 많은 녹지 면적을 확보하고 있는데도 왜 골프장은 지형과 식생 훼손의 주범처럼 사회적으로 손가락질받고 있는가. 

◇ 한국 산지형 코스에 대한 고민

얼마 전 대구 팔공산 근처 P 골프장을 둘러보았다. 1987년 개장한 이 골프장은 인허가 당시부터 많은 논란에 휩싸였던 골프장이다. 도립공원 안에 위치해 환경 파괴 논란과 특혜 시비가 많았던 골프장이다. 이러한 논란을 접어두고 코스 설계 관점에서만 바라본다면 이 골프장은 험한 산지 지형임에도 능선과 계곡을 최대한 원형 보전하면서 아주 적절하고 지능적으로 산지 지형을 활용한 코스 레이아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지형 보전과 활용이 우수한 한국 산지형 코스의 우수 사례로서 연구해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코스 레이아웃이 탄생한 구체적 배경을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인허가 때의 환경 보전 의견, 당시 골프장 토목기술의 한계, 시공 비용 등의 이유 때문이지 아닐까 추측된다.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산지 지형 훼손을 최소화한 한국형 산악 골프장 중의 하나임이 분명하다. 다소 무리한 경사도 있지만 원지형을 그대로 활용한 오르막 내리막 홀, 계곡을 넘겨 치는 짧지만 정확한 방향성을 요구하는 홀, 일정 거리 이상 드라이버 샷을 보내지 않으면 그린 공략이 어려운 종단 블라인드 홀, 투 그린이지만 그린 하나의 면적이 350m2 내외여서 짧은 어프로치 샷이지만 온 그린이 만만치 않은 그린, 원 온을 시도해볼 수 있는 짧은 내리막 파4홀, 설계가가 의도하는 랜딩 지점에 샷을 보내지 않으면 다음 샷의 스탠스가 어려운 홀 등 골퍼는 산지 지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매우 다양한 상황과 마주해 매 순간 고민하고 결정하여 과감한 샷을 시도해야 했다. 최근 만들어지는 골프장과 코스 제원 면에서는 차이가 있었지만, 골프가 장타 게임이 아니라 전략과 샷 메이킹 능력, 심리 게임이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경험이었다. 먼저 이 코스를 라운드했던 동반자가 코스 설계가에게 꼭 이 코스를 보여주고 싶었고 라운드해보면 우리나라 산지형 골프 코스를 자연 친화적으로 설계하는 데 작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거라 했는데, 아주 뜻깊은 경험이었다.

◇ 목표가 분명한 골프장 개발 전략 필요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의 64%가 산지로 구성되어 국토 가용면적이 매우 낮아 산지 전용에 대한 수요가 매우 크다. 그동안 산업화 및 도시화에 따라 산지 전용 수요가 급증했으나 2018년부터 감소 추세로 전환되었다. 산지의 타 용도 전용 현황 중 골프장으로 전용되는 면적은 2008~2009년 연간 약 2100만㎡였던 것이 2021년은 252만㎡로 축소되었다. 산지를 전용하여 골프장을 조성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나 단일 체육시설로서는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골프장은 토지가격 문제 등으로 인해 대부분 산지에 개발하려고 한다. 산지 전용은 어려워지는데 골프장 입지는 현실적으로 산지를 최우선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실마리를 찾으려면 P 골프장 사례처럼 산지 지형을 최대한 활용하는 골프장 설계, 시공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런 끊임없는 노력과 연구를 통해 산지형 골프장 부지면적을 최소화하고 골프장 내에서도 녹지 비율을 최대한 높이려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골프장 개발 목적상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모든 골프장이 대회를 개최할 정도의 제원과 파72의 길고 넓은 코스, 장식적인 필요 이상 규모의 클럽하우스를 가질 필요는 없다.

골프 코스 설계를 위해 사업주를 처음 만나면 어떤 골프장을 원하는지를 물어본다. 그중에는 사업 목표와 개발 방향이 분명한 사업주도 있지만 대개는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은 의뢰인이 많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원하는 것이 뒤죽박죽이거나 서로 개념과 무드가 상반되는 경우도 많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다. 어떤 골프장을 만들지 방향을 빨리 정하면 정할수록 일은 빨라지고 돈은 절약된다. 녹지는 더 많이 보존되고 복원 비용은 절감된다. 덩달아 코스 설계가는 환경 파괴자의 오해를 벗을 수 있으려나. 

* 코스 설계가 이현강은 오렌지골프디자인 대표로서 <골프다이제스트> 코스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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