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뤄닝(Ruoning Yin), 중국 쿤밍 출신
10대에 빠르게 프로 골프계에 뛰어든 인뤄닝(21)이 지나온 길은 뚜렷했다. 작지만 다부진 155cm의 키에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는 인뤄닝은 프로 전향 후 중국 투어에서 참가한 첫 3개 대회를 모두 휩쓸었다.
LPGA투어에서도 10대 시절 두 차례 우승을 거뒀고, 그중 하나가 첫 메이저 대회 타이틀을 차지한 KPMG위민스PGA챔피언십이었다.
코르다가 최근 다시 상승세를 타는 바람에 그 우승으로도 비록 세계 랭킹 1위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올림픽은 또 다른 이야기다.
“생각만으로도 벌써 소름이 돋는다.” 인뤄닝의 드라이버 샷 평균 비거리는 265야드, 볼 스트라이킹과 쇼트 게임도 수준급이다.

“승부에 대한 부담감도 조금 있다. 3위 안에 들지 못하면 컷 탈락한 기분이 들 것 같아서다. 하지만 처음인 만큼 그냥 즐기고 싶다. 여행과 과정을 즐기고 결과에 너무 집착하지 않으려고 한다.”
LPGA투어의 처음 두 시즌 동안 좋은 성적을 낸 덕분에 스포츠에 열광하는 중국에서 인뤄닝도 유명 인사가 됐다.
어머니의 고향에서 길을 걷다 보면 2017년의 펑샨샨 이후 중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골프계의 정상에 선 그를 알아보고 다가와 말을 거는 사람을 많이 만난다.
인뤄닝은 올림픽에서 중국의 전통적인 ‘메달밭’인 다이빙, 역도, 탁구 그리고 체조를 넘어 골프에서도 강세를 보일 수 있다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런 기대를 아직 가능성의 영역에 남겨두고 있다. “나라를 대표할 수 있고, 무엇보다 국기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는다는 건 영광스러운 일이다.”

비앙카 파그단가난(Bianca Pagdanganan), 필리핀 케손시티 출신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열렸던 도쿄 올림픽처럼 거의 진공상태에서 플레이하더라도 올림픽 참가 경험이 큰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비앙카 파그단가난(26)은 올림픽 출전이라는 오랜 꿈을 이뤘지만, 팬들의 출입이 통제된 텅 빈 코스에서 오로지 캐디하고만 소통해야 했기 때문에 오히려 텔레비전을 시청한 친구들보다도 올림픽 출전의 흥분과 열기를 느끼기 힘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는 플레이도 열심히 하겠지만, 올림픽 선수촌 안팎에서 관광도 하면서 파리를 온전히 즐기고 올 생각이다.
“어렸을 때는 우리가 꿈꿀 수 있는 가장 큰 무대가 올림픽이었다. 올림픽에 출전한다는 건 그야말로 꿈만 같았고, 코스에 섰을 때는 웅장함을 느꼈다.” 파그단가난은 말했다.

“그런데 도쿄에서는 올림픽에 참가했지만 제약이 너무 많고, 관중도 없어서 조금 이상했다. 이번에는 멋진 승부와 함께 팬들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른 필리핀 선수들의 경기도 구경할 생각이다. 나는 상황을 즐길 때 최선의 실력을 발휘하는 스타일이다.”
파그단가난은 애리조나 대학교에서 실력을 가다듬으며 팀이 2018년 NCAA 단체전 타이틀을 차지하는 데 일조했고, 프로로 전향해 1년이 지났을 때 도쿄 올림픽 출전 자격을 얻었다.
파그단가난은 드라이버 샷 평균 비거리 274야드로 LPGA투어 드라이버 샷 거리 부문에서 4위에 랭크돼 있으며, 지금까지 11개 대회에 출전해 여덟 번 컷 통과하고 2위를 한 번 기록한 2023년이 최고의 시즌이었다.
“지난 3년 동안 나는 많이 성장했다.” 도쿄 올림픽에서는 공동 43위에 그쳤던 파그단가난은 말했다. “코스에서 기복에 흔들리지 않고, 나 자신을 더 잘 관리하는 법을 배웠다.”

알반 발렌수엘라(Albane Valenzuela), 스위스 제네바 출신
올림픽이 세계 각국의 문화가 어우러진 가운데 최고의 기량을 겨루는 자리라면 알반 발렌수엘라(26)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올림피언일 것이다.
아버지는 멕시코인이고 어머니는 프랑스인이며, 태어난 곳은 뉴욕이고 멕시코시티에서 자라다가 여섯 살 때 제네바로 이주했다.
엘리트 주니어 선수였던 발렌수엘라는 스탠퍼드에 입학해 첫 학기 시작을 준비할 무렵 ANA인스피레이션(지금의 셰브론챔피언십)에서 아마추어 최저타를 기록했다.
이걸 발판으로 세계 랭킹이 급상승했고, 브라질에서 열린 2016년 올림픽에 출전한 단 3명의 아마추어 선수 가운데 한 명이 되었다.
거기서 발렌수엘라는 공동 21위를 했고, 자신처럼 스탠퍼드 신입생이었던 케이티 러데키(리우에서 4개의 금메달과 1개의 은메달을 획득한 수영 선수)와 친구가 되었다.

지금 발렌수엘라는 다시 한번 스위스 대표 자격으로 자신의 세 번째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주니어 시절을 거쳐 대학에서 화려한 성적을 거두고 프로로 전향한 이후에도 최고의 시즌을 보냈지만, 발렌수엘라는 올림픽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주저 없이 이렇게 대답했다.
“올림픽은 내가 골퍼로서 누린 최고의 경험이다. 조국을 대표하고, 또 세계 각국에서 각 분야의 최고를 달리는 선수들을 한자리에서 보는 것보다 더 벅찬 경험은 없다. 거기서 경험하는 감정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
파리는 어머니의 고향이라 더 특별하다. 발렌수엘라도 파리를 ‘제2의 고향’으로 여기며, 세계에서 가장 좋아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우리가 연단에 오르는 대회는 올림픽이 유일하다.”
발렌수엘라는 영어 외에 프랑스어와 스페인어 그리고 독일어까지 구사한다. “다른 대회에서는 2위나 3위를 하는 게 큰 의미가 없지 않나? 우승을 하지 못했을 뿐 패배한 게 아닌데도. 하지만 올림픽은 다르다. 2위와 3위를 해도 메달을 획득하게 된다.”
글_매슈 루디(Matthew Rudy) / 일러스트_나이절 뷰캐넌(Nigel Buchanan) / 사진_게티이미지(Getty 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