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가 PGA투어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의 후원을 받는 LIV골프의 합병이 독과점에 해당하지 않는지 조사하기로 했다. 이 합병 절차에 최소 1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PGA투어와 LIV골프의 합병에 대해 풀리지 않는 열다섯 가지 궁금증을 한 문장으로 정리해봤다. 글_셰인 라이언(Shane Ryan)
그렇게 됐다. PGA투어와 LIV골프는 6월 초에 전격 합병을 선언하고 기본적인 틀을 발표하며 2년여에 걸친 갈등과 (조엘 빌의 상당히 정확한 표현을 빌리자면) ‘프로 골프계의 내전’에 종지부를 찍었다. 대부분의 골퍼들이 어리둥절한 상태다. 이 글을 읽기 전에 유의해야 할 점은 여러분의 궁금증을 해결하겠다고 나선 우리도 아직까지는 모든 답을 알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3년 골프계의 가장 큰 뉴스로 부상한 이번 사태를 최대한 명확하게 정리해보겠다.
1. 한 문장으로 대답하겠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이 사태의 요점이 뭔가?
PGA투어와 LIV골프를 주도한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는 (DP월드투어와 함께) 단일한 영리단체를 설립할 예정이지만, 투어는 별도로 유지할 것이다. PGA투어에 막대한 현금이 유입되는 것과 동시에 양측의 법정 소송은 중단되고, PGA투어와 DP월드투어 그리고 LIV골프는(당분간은) 현재 상태를 유지하지만 향후 플레이 형식과 일정은 미정이다. 또한 PGA투어가 다수의 의결권을 갖는 반면 PIF는 ‘소수 지분 소유권’을 갖게 되는데, 여기에는 향후 유입 자본 투자에 대해 최초 거부권을 행사할 자격이 포함되고, LIV골프 선수들은 공정하고도 객관적인 과정을 거쳐 원할 경우 내년 PGA투어에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문장을 더 추가한다면(이건 벌써부터 꼼수를 쓰는 것이긴 한데) PGA투어와 LIV골프가 합친다는 것이며, 전쟁은 끝났고, 여기에 결부된 돈의 규모는 어마어마하며, 조율해야 할 세부 사항이 아직도 산더미같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2. PGA투어 커미셔너인 제이 모너핸은 선수들에게 무슨 말을 했나?
기본적으로 동일하다(그가 선수들에게 보낸 편지를 읽어봐도 좋을 것이다). PGA투어가 새로 결성되는 이사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다수의 의결권을 가질 것이며, LIV골프를 일정에 통합하는 방법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PIF는 ‘최고의 후원 기업’이 되어 전 세계 골프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자금을 지원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3. 이번 합의는 얼마나 비밀리에 진행됐나?
트위터의 반응을 보면 선수들은 몰랐던 것 같고, LIV골프의 여정에 대한 글을 쓰고 있는 앨런 시프넉에 따르면 LIV골프의 핵심 관계자마저도 알지 못한 것으로 보아 극도의 보안을 유지하며 비밀의 유출을 차단했던 것 같다.
4. 그럼 어느 쪽이 이긴 건가?
그걸 논하는 건 시기상조다. 사업적 관점에서 보면 양쪽 모두 이익을 챙겼다는 관점이 우세하다. PGA투어는 막대한 돈을 얻는 동시에 고통스러운 갈등과 분열 과정에서 벌어질 여지가 있는 폭로 사태에 종지부를 찍게 되었고, PIF는 애초에 LIV골프를 강행한 이유였던 골프계의 영향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5. 합병이 완료되면 대회 일정이 어떻게 될까?
당분간 ‘아직 미정’이라는 표현을 무수히 듣게 될 테지만, 이것이야말로 가장 혼란스러운 부분일 수 있다. 그 이유는 내년에 LIV골프 선수들의 사면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그들이 PGA투어와 DP월드투어에 복귀할 경우 팀 대회는 언제 열리고, 그런 대회에는 누가 출전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오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6. 그래도 예상해본다면?
각종 의견이 난무하는 가운데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단서하에 말하자면 앞으로 LIV골프는 가을에 열리거나 시즌 중에 분산 개최될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인지도가 낮은 대회의 위상은 지금보다 더 추락하겠지만(아예 고사할 수도 있다), 아직 아무것도 명확하지 않다.
7. 엘리트 프로 무대에서 팀 대회가 계속 진행될까?
초기 보도 자료에서 이 부분이 언급된 비중을 감안하면 아주 흥미로운 질문이다. 하지만 과연 봄·여름 시즌에 전력을 다한 최고의 선수들에게 가을·겨울 시즌에도 추가 출전의 의무를 다하라고 설득할 수 있을지가 의문인데, 만약 그럴 수 없다고 본다면 양측이 협상을 통해 각자 원하는 바를 챙길 것으로 보이는 만큼 그건 조용히 자취를 감출 거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8. LIV골프 선수들의 PGA투어 복귀는 어떻게 되나?
조금 더 정확하게 밝혀진 사실이 있나? 없긴 하지만 합병이 이뤄졌다는 사실 자체로 봤을 때 재통합 과정이 비교적 무난하게 진행되리라는 예측이 합리적이다. 양측이 합의를 한 마당에 갑자기 PGA투어나 DP월드투어에서 이탈자들(심지어 필 미컬슨이라도)을 다시 받아들이는 데 난색을 표할 가능성은 매우 낮기 때문이다.
9. 이탈한 선수들은 어떤 식으로든, 이를테면 LIV골프에 소득의 일부를 반환하는 등의 배상을 해야 하지 않을까?
이번 사태를 접했을 때 다들 떠나지 않고 투어를 지킨 선수들을 떠올렸을 것이다. LIV골프로부터 거액의 계약금을 받았는데 아무런 제재도 없이 복귀하는 이탈 선수들을 바라보는 그들의 심정이 편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입장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모종의 조치가 있을 수도 있으나, 거듭 말하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다.
10. 그렉 노먼은 어떻게 될까?
CNBC와의 인터뷰에서 노먼이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PIF의 야시르 알-루마이얀 총재가 인터뷰 전 그에게 전화를 했다고 말한 건 매우 흥미롭다. 많은 사람이 그 대답을 인터뷰 직전에야 그에게 말했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확인되지는 않았지만) 그가 중심에서 밀려났으며, 어쩌면 그 자리를 지킬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걸 논리의 비약이라고 볼 수 없다. 아무튼 지금 단계에서는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다.
11. 이번 결정으로 DP월드투어는 어떤 상태가 됐나?
반론이 있을 수 있겠으나, 그들이 사실상 이번 합병의 최대 수혜자라고 볼 수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PGA투어는 그들을 돌볼 여력이 없었고, 또 PGA투어만큼 재력도 없이 LIV골프와 정면 대결을 펼쳐야 할지도 모르는 등 거물들 사이에 어정쩡하게 끼어 있었다. 이제는 주머니가 아주 두둑한 두 동맹과 편안하게 어울리며 투어를 운영할 수 있게 됐다.
12. 유럽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라이더컵은 어떻게 될까? 축출된 유럽 선수들, 이를테면 세르히오 가르시아와 이언 폴터 같은 선수들이 다시 라이컵더에 출전할 수 있을까?
골프 왕국에 평화가 돌아온다면 라이더컵이 평화를 되찾는 게 그다음 차례일 것임이 거의 확실하다. 다만 2024년(선수들이 각자의 이전 투어에 재통합되는 시점) 전에 포인트를 ‘통일’하려는 시도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그럴 경우 LIV골프 선수들을 단장 임의 선수로 선발하는 것은 루크 도널드가 결정할 몫이 될 것이다.
13. 미국 쪽에서는 LIV골프 선수들을 포함하는 게 더 수월할까?
브룩스 켑카 같은 선수라면 자동적으로 선발되는 상위 6명 안에 들 수 있겠지만(투어 대회에 못 나가는 대신 메이저 대회에서 아주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잭 존슨이 더스틴 존슨 같은 선수를 단장 임의 선수로 선발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더 쉬워진 측면이 있는 반면, 그의 핵심 멘토들이 지금까지 LIV골프에 대한 반대 입장을 노골적으로 표명해온 데이비스 러브 3세와 프레드 커플스 같은 사람들이라는 게 관건이다.
14. 합병으로 탄생하게 될 새로운 조직이 USGA와 R&A가 시도하는 거리 역행 계획에 제동을 걸 수 있을까?
그들이 자체적 규칙을 정할 수 있을 만큼(사실상 장비에 대해서도 자체적 규칙을 채택하겠다고 결정할 수 있는 수준), 최소한 거리 역행 계획에 제동을 걸 수 있을 만큼의 재력을 가지고 있는 건 분명하다. 그러나 다른 모든 사항과 마찬가지로 많은 것이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15. 장기적으로 볼 때 이번 결정이 프로 골프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까?
예측하기에는 조금 이르다. 많은 부분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지금 단계에서는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아무튼 누군가 작년에 그런 일들을 겪고 나서 골프계에 사건·사고가 뜸해졌다고 생각했는지 이렇게 큰 이슈를 던져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