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빈,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성장하는 법 [GD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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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빈,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성장하는 법 [GD 인터뷰]
  • 한이정 기자
  • 승인 2023.07.19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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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의 스윙을 보며 꿈을 키운 꼬마는 극적인 성장 과정을 이겨내고 아마추어의 최고를 노린다. 훗날 세계를 호령할 ‘코리안 호랑이’가 되겠다는 다부진 포부와 함께. 

“스릭슨투어에서 더 우승해야죠.” 5월 말에 만난 장유빈은 씩 웃으며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며칠 뒤 그의 다짐은 현실이 됐다. 스릭슨투어 10회 대회에서 정상에 올라 시즌 2승째를 달성하며 코리안투어 직행(스릭슨 포인트 1~10위)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 대단한 막내의 등장

올해 한국 남자 골프계는 ‘아마 열풍’이 거세다. 한국프로골프(KPGA) 스릭슨투어에 이어 코리안투어까지 접수한 아마추어들 덕분이다. 그 주역인 장유빈은 스릭슨투어는 물론, 코리안투어에서도 두각을 보였다. 스릭슨투어 1회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며 아마 열풍의 물꼬를 텄다. 이후 지난 4월 코리안투어 골프존오픈in제주에서 공동 5위를 차지하더니 메이저급 대회인 GS칼텍스매경오픈에서 공동 8위에 올랐다.

“전에 스릭슨투어 출전 기회가 주어져 나간 적이 있는데, 예선만 통과하고 잘하지 못했다. 그래서 1회 대회 때는 고작 두 번째 출전이니만큼 우승까지는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첫날 스코어가 매우 좋았다. 아직 상반기 정도 치렀지만, 작년보다 조금 더 성장했다고 느낀다. 그럼에도 부족한 점이 아직 더 많다. 그런 점을 보완하면서 남은 시즌을 잘 보내고 싶다.”

장유빈의 장기는 180cm가 넘는 큰 키에서 나오는 파워풀한 스윙이다. 장타자임에도 샷이 정확하다. “비결은 다리인 것 같다. 어릴 때 타이거 우즈의 스윙을 많이 따라 했는데, 그때 우즈의 스윙을 보면 다리를 되게 잘 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가, 왼쪽 무릎을 쓰는 방식이 남들과 다른 것 같다. 보디 턴도 항상 일정한 게 비결이다.”

그는 100m 피치 샷에도 자신 있다. “GS칼텍스매경오픈 때도 비가 많이 와서 런이 별로 없었다. 평소보다 드라이버 비거리가 덜 나갔는데, 남은 거리가 계속 100m였다. ‘어, 내가 자신 있는 거리인데?’ 홀에  붙였던 샷을 보면 대부분 100m 정도다. 그래서 좋은 결과가 따라온 것 같다.”

아무리 확실한 무기가 있어도 자신감이 없으면 잘하기 쉽지 않다. 특히 선배들과 함께해야 하는 정규 투어는 더욱 그렇다. 2022년에는 국가대표 추천으로 정규 투어에서 여섯 경기를 치렀는데, 제네시스챔피언십에서 거둔 공동 33위가 최고 성적이다. 올해처럼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때 경험이 지금의 자양분이 됐다.

“작년만 하더라도 벽을 세웠었다. 위축돼서 내 플레이도 자신 있게 하지 못했다. 나는 늘 자신 있게 해야 성적이 따라오는데 주눅이 들더라. 올 시즌 전, 김형태 국가대표 코치님과 전지훈련을 갔다. 코치님이 ‘할 수 있다. 그러니 자신감을 갖고 해라. 프로 무대도 다 똑같다. 다른 생각은 하지 마라’라는 말을 수시로 해주셨다. 덕분에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생각을 다르게 하니 플레이에 자신감도 생기고, 성적도 나오니 더 자신감을 얻었다.”

경쟁자이지만, 절친한 아마추어 조우영도 든든한 조력자다. 한 살 더 많은 조우영은 장유빈에 이어 스릭슨투어 2회 대회에서 우승하고 코리안투어 골프존오픈in제주에서 정상에 올랐다. 장유빈에게는 자극제가 된 우승이다.

“우영 형이 제주에서 우승할 때 정말 좋았다. 아무 생각 없이 내 일처럼 너무 기뻤고, 그날 밤에도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같이 놀았다. 그다음 주 대회가 DP월드투어와 코리안투어가 공동 주관한 코리아챔피언십이었다. 나도 정말 출전하고 싶었는데, 우영 형은 나가고 나는 못 나갔다. 할 게 없어서 한 주를 쉬었다. 그때 많은 감정을 느꼈다. ‘나도 못할 거 없잖아?’ 더 노력했다. 덕분에 코리안투어에서 또 좋은 성적이 나온 것 같다.”

 

■ 코리안 우즈를 꿈꾸다

장유빈이 골프를 처음 만난 때는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테니스·정구 국가대표였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운동, 특히 골프를 워낙 좋아하셨다. 어느 날 집에 놀러 온 손주들을 데리고 골프 연습장에 가서 ‘너네끼리 잘 놀라’고 했다. 일곱 살 장유빈은 장난삼아 할아버지를 흉내 내며 공을 쳤는데, 운동선수 출신인 조부모님이 장유빈의 재능을 단번에 알아봤다.

조부모님 덕분에 골프에 입문하긴 했지만, 그에게 ‘골프의 매력’을 알려준 이는 타이거 우즈다. 여덟 살 때 할아버지를 따라다녔던 연습장에는 우즈의 스윙 모션이 끊임없이 나왔다. 장유빈은 화면 속 우즈를 마주 보고 수도 없이 따라 했다.

“그때는 우즈를 따라 하는 게 재밌었다. 우즈의 스윙을 따라 하다 그 느낌대로 공을 쳐봤는데 잘 맞아 나가더라. ‘어? 이게 되네?’ 또 할아버지가 ‘저 사람이 지금 제일 잘하는 골프 선수다’라고 해서 더 유심히 봤던 기억이 난다. 이후 1년 뒤 다른 곳에서 정식으로 레슨을 받았다.”

아직도 우즈는 장유빈에게 롤모델 그 이상의 존재다. “다른 뛰어난 선수도 많지만, 여전히 내 눈에는 우즈가 가장 멋있다. 선수의 스토리 하나하나가 다 멋있고, 하나같이 극적이지 않나. 그런 상황마다 우즈는 성공해내더라.”

장유빈도 우즈처럼 극적인 우승을 해본 적이 있다. 아마추어 대회를 대부분 휩쓸었던 2022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세계대학골프선수권대회에서 정상에 올랐을 때다. 3라운드까지 선두였던 장유빈은 최종 라운드에서 후루카와 류노스케(일본)와 동타를 이뤄 연장전을 치렀다.

“내가 먼저 세컨드 샷을 했다. 그린에 올리긴 했지만 퍼팅 거리가 11m 정도 됐다. 후루카와 선수는 2m 안쪽으로 볼을 붙였다. 연장전에서는 캐디를 대동할 수 있어서 조우영 형이 함께해줬다. 형과 그린에 올라가며 ‘자신 있게 지르자’고 했다. 형과 유심히 퍼팅 라인을 보는데 왼쪽 라인이 보였다. 나는 평소 퍼팅하기 전에 마크해놓은 상태에서 뒤로 빠져 공을 한 번 더 쳐다본다. 그날도 보는 순간 ‘그냥 감각대로 해보자’는 느낌이 제대로 왔다. 공도 라인대로 정렬하고 퍼팅하는데, 그냥 느낌대로 굴렸더니 그게 쏙 들어갔다. 그러자 상대 선수가 2m 퍼트를 놓치더라. 우즈만큼은 아니지만 꽤 극적인 우승 아닌가.”

우즈처럼 힘든 시기도 있었다. 고등학교 1~2학년 시절, 2년 새에 키 20cm가한 번에 컸다. 몸도 아프고 힘들었지만 스윙이 다 틀어졌다. 자신감도 떨어지고 성적도 안 나왔다. ‘골프 안 한다’며 할아버지, 할머니와 싸우기도 했다.

“사실 어릴 때는 워낙 감으로만 쳤다. 그래서 정체기가 온 것 같다. 그때 김세민 코치님을 만났다. 샷도 그렇고, 심적으로 많이 잡아주셨다. ‘대회 성적은 아예 신경 쓰지 마라. 네가 지금 샷을 잡아야 나중에 더 안정적으로 골프를 할 수 있다’고 해서 마음을 다잡고 스윙을 교정하자는 마음으로 1년을 버텼다. 지금 내 스윙은 김세민 코치님이 다 만드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때 코치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 엘리트 코스

장유빈이 골프 선수로 성장하기까지 운동선수 출신 조부모님의 도움이 컸다. 장유빈이 대회에 나갈 때마다 옆에서 보살펴줬다. 특히 할머니는 그에게 ‘엘리트 코스를 밟자’는 목표를 세워줬다.

“할머니도 운동선수 출신이어서 그런지 어릴 때부터 ‘국가대표 상비군을 했다가 국가대표를 하고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라’는 계획을 늘 말씀하셨다. 차근차근 해나가고 있다. 이제 아마추어로서 쌓을 커리어는 딱 하나 남았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엘리트 코스를 완성하고 프로에 진출하고 싶다.”

준비할 게 산더미다. 그동안 고생한 퍼팅 입스도 다잡아야 하고, 아시안게임도 대비해야 한다. 장유빈은 대학생, 국가대표 등 많은 일을 해내고 있다. “중국 잔디는 어떨지 모르겠다. 해외 대회에 출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게 잔디에 적응하는 거였다. 버뮤다그래스에서 플레이해본 적이 거의 없어 빨리 많은 경험을 쌓아야 할 것 같다. 그래야 나도 아시안게임에서 자신 있게 플레이하지 않겠나.”

장유빈은 어느 날, 그동안 자신이 플레이했던 유튜브 영상을 쭉 찾아봤다. 그 영상들 속에서 자신이 너무 즐겁게 골프를 하고 있더란다. “나도 몰랐다. 내가 골프를 되게 재밌어하는구나. 그때 느꼈다. 앞으로도 즐기면서 하고 싶다.”   아직 아마추어 신분이지만, 프로로서 프로 무대에 나설 그날을 꿈꾼다.

“확실히 프로가 되면 지금과 다르지 않을까? 아직 프로가 되지 않아 정확하게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프로가 된다면 현실에 더 부딪힐 수도 있을 것 같다. 지금은 형들이 ‘아마추어잖아. 아무 생각 말고 그냥 자신 있게 하라’고 한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모든 사람에게 인성 좋은 선수로도 알려지고 싶다.” 

장유빈

나이 21세

소속 한국체대 3학년

경력 2021~2023 국가대표 / 2022년 아마추어대회 4승 / 2023 스릭슨투어 2승 / 2023 KPGA 군산CC오픈 우승

사진 윤석우(49비주얼스튜디오) / 헤어·메이크업_칼라빈 by 서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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